빨강 피망과 모자

사는 맛 레시피

by 달삣


엄마네 집에 갔더니


"아나 이 피망 봐라"


하며 빨강 피망 하나를 보여 줬다.


시장 가면 흔하게 볼 수 있는 피망이지만 영롱한 빛을 띠는 빨간색이 예뻤다.

"엄마 이렇게 예쁜 피앙은 첨봐.

피망이라도 보기에 좋은 것은 기분 좋게 하는 뭔가가 있는 것 같아"하니 엄마가 빙그레 웃었다.


보기에 좋은 것을 두고 '예쁘다'라고도 하고 아름답다고도 하는데 사전에 찾아보니

예쁘다는 균형과 대칭이 맞아 조화롭게 생겨서 꽃같이 모양이 좋다. 기분 좋게 하며 귀엽다.대충 이런뜻인데 예쁨은 주관적이라는 생각이든다.


피망의 빨간색을 보니 생각나는 어린 시절의 기억이 하나가 있다. 국민학교 때 전학 와서 어리바리한 나에게 기죽지 말라고 엄마는 빨강 인조 밍크코트와 빨강 모자를 양장점에서 맞춰줬었다.


전학해서 적응하기도 힘든데 그 옷과 모자를 쓰고 학교에 가면 온통 빨갛다고 아이들이 놀려댔다.


" 얼레리 꼴 레리 빨갱이 래요 빨갱이래요 "


기죽지 않고 식빵 날리고 아이들과 다 퉈서 이겼어도 속상해서 오는 길 논둑길에 모자를 버렸었다.


뱅 뱅돌다 집으로 어둑해져 들어갔을 때 모자 잃어버렸다고 혼날걸 예상했는데 엄마는 혼내지 않았다. 갑자기 어린 시절의 그 빨강 모자가 그리워졌다.


엄마는 빨간색의 예쁜 것들을 내게 왜 줬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그렇듯 자식에게는 기죽지 말고 이험한세상 잘살아내라고 예쁜 것만 주고 싶은 엄마 마음 인걸 알았다.


많은 빨강피망중에 엄마 눈에 예쁜 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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