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시대의 아줌마 호칭에 대하여

사는 맛 레시피

by 달삣


식재료가 싸다고 하는 재래시장에 가서 장보고 마을버스를 탔는데 60대 정도의 운전수가 웃으며 승객들을 향해

"여름에는 에어컨 없으면 안 돼 더 세게 틀어줄까?" 하고 반말을 한다.


승객을 60대 이하로 '어리게 보나 봐'했는데 뒤에서 앞 승객을 보니 머리 희끗한 파마머리 할머니도 배낭을 옆에 두고 계셨다.


"이건 아니라고 봐 저 인간 더위 먹었나" 하고 눈빛 광선을 쏘아대니 머쓱한지 머리를 긁더니 운전대를 잡는다.


나이가 들어가니 남으로부터 하대를 받으면 젊을 때처럼 일일이 응수할 수도 없고 계면쩍고 서러워진다.


'저 운전수는 승객들이 얼굴에 마스크 껴서 나이를 가늠할 수가 없었나 그래서 반말을 하나 싶었나'. 생각해보지만 나이가 어려도 그렇지 승객들에게 반말한다는 건 나이 상관없이 예의가 없는 사람 같았다.


버스에서 내려 아파트 입구에 경비실에 들러서 아침에 지인이 맡겨놓은 물건을 찾으러 갔는데 "아줌마 몇동 몇 호 지?" 하며 교장선생님이 '몇학년 몇반이고' 하듯 나이 많은 경비 아저씨가 물어온다.


마스크 끼기 전에는 누가 시키지도 않은 ' 사모님, 사모님' 하더만 마스크를 끼니 사모님에서 아주머니도 아닌 아줌마가 되어버렸다. 하대하듯 물어오는 말투가 거슬렸으나 나보다 한참 나이 많으신 분이니 뭐라 할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시장에 장 봐온 배낭 멘 식탐 가득한 동네 아줌마로 경멸의 눈초리로 쳐다보는 것만 같았다.


나도 예전에 음식 보따리 배낭 멘 아줌마를 식탐 가득한 한심한 여자로 생각한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일부러 운동삼아 싱싱한 식재료 구경도 할 겸 재래시장을 간다.


물론 인터넷으로 주문하기도 하지만 가끔 고관절을 튼튼히 하기 위해 일부러 무거운 짐을 지고 장을 봐온다.


찾은 물건을 들고 나오며

'아줌마 '라는 호칭이 손톱 끝의 거스름처럼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아줌마'호칭으로 보니 인생 이제는 중년의 끝자락으로 가고 있다는 걸 느꼈다.


나는 결혼한 여자이므로 아줌마가 맞지만 아직 익숙하지가 않다. 낯선 사람들인 시장 상인과 거래 시에도 시장에서도 늘 불리던 언니라는 호칭 많았지만 이제는 서서히 아줌마 소리를 더 많이 듣는다.


세월을 따라 남들이 불러주는 호칭도 변해간다. 학생 , 아가씨, 미스ㅇ, 언니, ㅇㅇ엄마, 사모님, 아주머니도 아닌 아줌마다.


번연히 알고도 당하는 내약점은 아주머니와 아줌마가 아닌가 싶다. 한때는 불쾌했는데 60십넘은지금은 할머니가 아닌 아줌마로 불러주면 그렇게 듣기 좋을 수가 없다
박완서 산문ㅡ한길 사람 속 ㅡ


일본 만화가 이즈마 히데오의 만화 한 장면에서도

거지나 노숙자에게 백수라고 불러주면 신분 상승하는 것 같아서 좋다고 하는 만화가 있었다.

ㅡ이즈마 히데오 만화를 보고ㅡ



전 국민 한 단계씩 올려서 호칭 불러주기 운동이라도 하는 게 어떨까 싶다.


어리게 보거나 만만하게 보거나가 다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해서 일어나는 불상사인 것 같다.


이게 다 마스크 쓴 탓이야 얼 굴 보면 '예의 없게 그러지 못하겠지' 스스로 정신 승리해본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것이 열불 날일인가 싶다.


아줌마 나이니 아줌마로 불리는걸 어쩌랴

가끔 낯선 사람들에게 불려지는 호칭이 팩트인 것이다.


아줌마 호칭에 익숙해져야 할 듯한 나이다.

할머니가 되면 그리워질 아줌마 호칭이다.


짐놔두고 나갈일이 있어서 나가는 길에 아이스크림을 경비아저씨에게 주었더니 바로 존댓말을 쓰신다

" 아유~뭘 이런걸 다 잘먹을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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