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사냥 3탄 '몰두'

사는 맛 레시피

by 달삣
몰두

개의 몸에 기생하는 진드기가 있다.
미친 듯이 제 몸을 긁어대는 개를 붙잡아서 털 속을 헤쳐보라.

진드기는 머리를 개의 연한 살에
박고 피를 빨아먹고 산다.

머리와 가슴이 붙어 있는데 어디까지가 배인지 꼬리 인지도 분명치 않다.

수컷의 몸길이는 2.5밀리미터, 암컷은 7.5밀리미터쯤으로 핀셋으로 살살 집어내지 않으면 몸이 끊어져버린다.

한번 박은 진드기 윗 머리는 돌아 나올 줄 모른다. 죽어도 안으로 파고들다가 죽는다.

나는 그 광경을 '몰두'라고 부르려 한다.
ㅡ재미나는 인생 ㅡ성석제

책중에 재밌는 책을 꼽으라고 하면 나는 서슴없이 성석제의 '재미나는 인생'을 꼽는다.


25년 전에 산 책이 내 곁에서 같이 늙어가고 있듯이 누렇게 빛바래 있다. 아들애 다섯 살 때 그림책 대신 이 책을 읽어주면 알고 웃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깔깔대며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한동안 이 책 전도사가 되어서 만나는 사람마다 "이 책 읽어봐 진짜 재밌어" 권하기도 하고 친구에게 책을 사서 선물로 주기도 했었는데 친구는 책을 읽고 " 그 책 재밌더라"는 하지 않았었다.


웃음 포인트가 사람마다 다른데 웃음 포인트 맞는 사람을 만나면 오랜 친구 만나듯 반갑다.


"그치 그치 웃기지 "킥킥대며 서로 등짝을 두드리기거나 푸앗 거리며 웃게 된다.


요즘 박완서 작가님의' 나를 닮은 목소리로' 산문집을 읽다가 생각이 나서 ' 재미나는 인생'책을 다시 펼쳤다. 여전히 재밌다.


작가님도 이 책을 전철에서 읽다가 웃겨서 웃음 참느라고 혼났다고 하는 글이 있었는데 왠지 따라갈수없는 저하늘에 별님 이시것만 친근하게 느껴졌다.


"웃기겠다고 먼저 말하고 나서 제대로 웃기는 사람 못 봤네, 이 사람아"

하지만 성석제의 재미나는 인생의 짧은 소설 한 편을 전철에서 읽는 도중에 웃겨서
큰소리로 허리를 비틀면서 한바탕 크게 웃고 싶은걸 참는다는 게 그렇게 고통스러울 줄을 몰랐다.

그렇잖아도 혼자 히죽거리고 있는 나를 사람들이 흘금대는 게 흡사 치매 늙은이 보듯 하는데 소리 내어 낄낄대 보라.
당장 구경거리가 되고 말 것 같다.

참을 수 없어서 다음 정거장에 내려 텅 빈 승강 장안에서 실컷 웃었다.

웃기는 이야기만 있는 게 아닌데 그중 '몰두'라는 콩트가 있다.
나를 닮은 목소리로 중 ㅡ진드기의 시간 ㅡ


작가님의 천진한 소녀처럼 웃음 참는 모습이 그려진다. 사진 찍 듯한 박완서 작가님의'몰두' 책리뷰 묘사 글이 또 한 번 재밌게 느껴졌다. 한여름의 재밌는 책을 읽는 것은 집중이 되며 더위 사냥도 할 수 있다.

너무 짧은 글이어서인지 , 시간이 남아서였는지, 나는 한술 더 떠서 한층 징그러운 상상을 하고 있었다. 몸이 끊어져 버린 후에도 진드기의 입은 살아서 계속 피를 빨아댄다면 어떻게 될까, 무수한 진드기가 자신의 몸통의 제한조차 받음이 없이 욕심 것 피를 빤다면 개의 몸은 일순 피의 분수가 되었다가 곧 죽음에 이를 게 뻔했다.
머리를 흔들어 떨쳐 버리고 싶게 끔찍한 상상이었다....
박완서 산문 ㅡ진드기의 시간 ㅡ

머리 박고 집중하는 일이 또 뭐가 있으려나 '몰두'가 피서하는 방법 중 최고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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