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라 그랬어

사는 맛 레시피

by 달삣

구정을 지나니 바로 입춘이다.


그래도 봄의 시작을 알리니 운신할 수가 있어서 먼지 구덩이 집안을 대청소하고 이불을 세탁기에 돌렸다.


눈이 안 가던 베란다의 식물들을 보니 누렇게 잎이 시들고 뿌리가 죽은 것도 있고 한심하기 그지없다. 세심한 식물 집사를 못 만난 탓이리라.'겨울이라 그랬어'베란다 화분도 가꿔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아직 추운 창문 밖 숲 갈색의 추레한 나목들뿐이다.


하지만 잘 보면 겨울나무는 잘 정돈된 몬드리안 그림같이 간결한 디자인이다. 잎을 떨군 겨울 숲을 바라보면 나무들이 한눈에 척 들어오기 때문이다.


아픈 나무와 그렇지 않은 나무를 구별할 수 없이 정도로 다들 추레하고 메마르고 몇몇의 갈색 이파리로 몸을 가리고 있을 뿐이다.


'계절이 황량해서 죽기 직전까지 갔다 가도 봄이 되면 잎을 틔우며 다시 사는 거지'


봄에 잎을 싹 틔우지 못하고 여름에도 초록으로 온몸을 감싸지 못한 뿌리만 살아있는 등걸이 허연 나무가 몇 년째 숲에서 우리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떠는 나목 사이에도 눈에 익었는데 그 나무가 며칠 새 보이질 않아 일부러 그 나무를 보러 숲 속을 찾아갔다.


밑둥지가 썩어서 그랬는지 통째로 쓰러져있었다. 예전에 죽었지만 쉬지 못하던 나무였는데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그래도 겨울이 좋은 이유는 있다.

겨울이 와서 좋은 이유는 그저 한 가지
내창을 가리던 나뭇잎들이 떨어져
건너편 당신의 창이 보인다는 것.

크리스마스가 오고 설날이 다가와서 당신이 이 마을로 며칠 돌아온다는 것
ㅡ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ㅡ
이도우

오늘이 입춘이라 해도 춥기는 왜 그렇게 추운지 모르겠다. 겨울이 아직 서성이지만 이별을 해야 한다. 곧 꽃피는 봄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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