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상처의 부르스

매일 만나는 장미

by 달삣


예전에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크로키 수업을 할 때 하루는 누드크로키 모델이 검은 장미 조화를 손에 끼고 앉아서 포즈를 취했다.


그녀에게서 짙은 슬픔이 배어 나왔다. 소품 하나가 많은 이야깃거리를 끌고 나왔다.


'검은 장미라'장미는 행복을 상징하는 꽃인데

'음 늘 행복할 수는 없다'는 뜻일까 하고 의구심을 갖었었다.


마치 슬픈 밤 위스키를 앞에 둔 어느 바에 여인처럼 검은 장미는 많은 사연을 품고 있는 듯하다.


실제 장미색은 빨간색 분홍색 주홍색 노란색 흰색 얼마나 화려해서

행복이란 단어를 연상케 하는 꽃이다.


사랑스러운 장미는 연인들끼리 고백할 때 꽃을 한 아름 안겨 주거나 뻘쭘하면 한송이를 가슴에 숨기고 가서 주기도 한다. 또 노래방 가서 심수봉의 '백만 송이 장미'의 장미 노래를 불러주고는 한다.


장미를 사랑하던 릴케나 연산군

어린 왕자도 장미를 사랑해서 '해방 일지'에 나오는 추앙까지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내게도 올봄에 어떤 꽃보다 위로를 주었던 꽃이 장미다.


나이가드니 서서히 떠나가는 사람들이 생기는데 영영 헤어지고 나면 마음에 구멍이 뚫리는 게 마치 바람 부는 바닷가에 천막처럼 너덜거리고는 한다. 휑한 마음이 가시지 않으면 화원에 들러 나 자신에게 장미화분을 사주고는 했다.


그러고 나면 신기하게도 알싸하게 가슴을 훑고 지나가는 허전함이 가셨다.


장미에 한번 위로를 받으니 일상에서도 장미만 눈에 들어온다. 그릇의 장미무늬 , 장미 프린트 장바구니, 영화 속의 장미 문신 등 이띄었다.

베란다에 갖다 둔 장미 화분에 매일 꽃 피는 걸 보고 싶지만 장미도 생명인지라 한번 피고 지고 나면 한동안 꽃피지 않고 심지어 아프기 시작한다.


흰 가루병 때문에 장미 잎사귀를 계속 뜯어냈다. 앙상한 줄기와 가시만 남은 장미가 더 이상 눈에 더 이상 들어오질 않았다. 장미는 아파트 베란다에서 키우는 것은 어려운 걸 알았다.


한동안 장미를 꺾어 화병에 꽂았는데 꺾인 줄기에 생채기가 나서 그 부분이 누렇게 변하더니 마르기 시작했다. 생채기에난 딱정이처럼 느껴졌다.


한번 상처에 베이면 딱정이 안고 새살이 나올 때까지는 속이 아프다. 자꾸 쓰다듬어 줘야 한다.

인간도 인간에게 제일 생채기를 많이 남긴다.


인간 본성의 성선설이냐 성악설이 있지만 나에게 상처 준이가 우물가로 아이처럼 기어 들어 들어간다 해도 모질게 잡지 않는 것은 어찌 보면 인지 상정 인가보다.


재밌게 봤던 드라마 '우리들의 부르스'에서 엄마(혜자)가 말기암에 걸렸는데도 아들은끄떡도 안 하고 냉소적이다. 어렸을 때 상처받은 것에 '미안하다' 한마디를 안 하는 엄마에게 화만 내는 아들(병헌)을 보며 느꼈다.'뭐가 미안해 난 미쳤었는데...'하는 (혜자) 엄마의말,계속 되는 불행은 정신줄을 놓게 만드나 보다. 그러나 극 중에서는 엄마가 마지막 죽기 전에 다시 엄마와 아들로 상처를 극복하고 화해해서 감동을 준다.


인간은 행복하려고 산다는데 간혹 검은 장미가 찾아오더라도 장미로 생의 주파수로 맞추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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