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어진다고 다 난이더냐

사는 맛 레시피

by 달삣


베란다에 심어놓고 뽑아 먹다 남은 쪽파 몇줄기가 사군자 표본의 난처럼 휘어져 있는것이 꼭 난처럼 비췄다.그걸한참 바라보고 있으니 별스런 생각이 들었다.


난 이 아닌데 난인 척 휘어질 때로 휘어져있는 꼬락서니를 보니 가증스럽기 짝이 없었다.


쪽파의 잎이란 본래 위로 꼿꼿하게 위로 향해 올라가야 싱싱한 것이 아닌가. 그러다 쪽파는 며칠 못 가서 시들어 버렸다.


쪽파는 쪽파대로 반찬이 되어야 하고 난은 난대로 낭창하게 청초한 잎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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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자기의 본래 모습을 잃고 남 따라 하다가 망신살 뻗치는 경우가 허다 한걸 많이 보았다.


다 타고난 본분이 있는데 말이다. 맵새가 황새 따라 하다 가랑이 찢어진다는 속담이 생각나는 우스운 이야기가 하나 떠올랐다.


옛날 중국에 미인 서시 이야기다. 서시의 미모는 냇가의 물고기도 서시의 미모를 보고 가라앉을 정도였다.


서시는 평소에 속이 좋지 않아 늘 미간을 찡그리는 버릇이 있었다고 한다. 눈썹을 찡그리는 모습도 예쁜 그 모습을 보려고 마을 사람들이 창문과 문을 활짝 열어 구경을 하고는 했다.


하루는 그 마을에 사는 들창코 추녀 동시가 그걸 그대로 따라 했다는데 마을 사람들은 그녀의 정신세계를 의심하며 몰 볼꼴 봤다는 듯 문이란 문을 다 쾅하고 닫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여기서 내려오는 이야기가 '동시 빈축'이며 무턱대고 남 따라 하다 빈축을 산다는 말이 생겼다고 한다.



쪽파를 보며 다 다 타고난 자기의 본색이 있는데 이걸 잘 깨닫는 것도 삶의 지혜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은 자기 자신을 잘 아는 게 생각보다 쉽지는 않은 것 같다. 다 나잘난 맛에 살기에 실제보다 과대로 자신을 보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라는 명언을 휘어진 쪽파를 보며 다시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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