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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홍시 필사

사는 맛 레시피

by 달삣

외갓집의 노할머니이신 작은집 작은 외할머니가 4월 말에 하늘로 돌아가셨다.


어릴 적에 잠시 나를 맡아 길러주셨던 분이신데 기억의 사진 속 할머니는 무명 저고리가 잘 어울리는 분이셨고 피부가 하얗고 손에는 화투장을 놓지 않으셨었다.


작은 외할아버지는 큰할머니가 돌아가셨으나 소실 할머니를 버려두고 늘 밖에서 사셨기 때문에 할머니는 무료함을 화투장으로 달래시고는 하셨다. 이것 때문에 말하기 좋은 동네사람들의 입방아에 자주 오르내리기도 했다.


우스갯소리도 잘하시고 뜨개질로 자손들에게 덧버선을 만들어 주시던 할머니셨지만 늘 혼자셨다.


평생 자식 없이 소실로써 사시면서 서러움도 많으셨을 텐데 꿋꿋하게

버티시며 주위의 어른들을 다 보내시고 마지막으로 한 세상을 접으셨다.





돌아가신 할머니를 추억하며 서정주의 '영산홍'시를 필사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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