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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의 안부

사는 맛 레시피

by 달삣

이마트에서 행사용 만원 조금 넘는 자그마한 수박을 한 덩이 사 왔다.

수박은 큰 게 맛있다고는 하지만 커다란 수박은 가격도 그렇지만 크기도 부담스럽다.


커다란 수박을 자르고 보관 그릇에 담고 하면 수박 껍질이 한 바구니 가득하다.

음쓰처리도 주택이면 한동안 바깥대문 앞 비닐 수거용 봉투에 버려져 파리가 꼬여서 더욱 곤란해진다. 냄새 때문에 동네에서 싸움도 일어난다니 조심할 일이다.


우리는 식구들이 단출해서 한 덩이 사면 한참 먹는다.


그렇다고 반쪽으로 자른 랩에 싸인 수박은 왠지 위생적이지 않은 것 같아서 손이 가질 않는다.

요번에는 작은 걸 잘 산 것 같다.

맛도 달다. 수박은 잘라먹다 지칠 때쯤이면 수박주스를 해 먹는다.


잘생긴 수박을 바라보고 있으면 청록과 초록의 줄무늬가 여름숲과 닮았다고 느낀다. 눈으로 보는 것만 해도 시원하다.


수박을 고를 때는 괜스레 수박을 '통통'하고 두드리게 된다.


"이보게 수박씨, 속이 골지는 않았겠지? 자네 속은 달고 싱싱한가? 씨앗도 적당한가?" 하고 맘속으로 안부를 묻게 된다.


마지막으로 "겉모습과 속도 같이 실한가"하고 의심의 손길로 수박덤이 속을 뒤적거리게 된다.


그래도 수박은 잘라서 속을 볼 수 있지만

인간지사 겉모습은 멀쩡해도 친절한 사람과 음흉한 사람도 있는 사람의 속은 당최 알 수가 없다.


그것에 반해

수박의 속을 알기 위해 칼을 대는 순간 '쩍 억' 하고 갈라지며 속을 보여주니 얼마나 시원한지 모른다.


한동안 냉장고에서 한기를 품은 한여름 더위를 나기 위한 필수 과일이다.


작은 수박도 잘만 고르면 알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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