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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것에 대하여

사는 맛 레시피

by 달삣


생활용품이 저렴한 다이소에 갔다가 어떤 할머니가 직원에게 팬티에 넣을 긴 고무줄을 찾아달라고 하는 모습을 보았다.


"요즘 누가 빤스에 고무줄 껴서 입어요. 고무줄 사지 말고 만원에 세 개짜리 사 입으 세요.

잘 찾아지지 않는지 직원이 우스개 소리를 한마디 하자 할머니가 계면 쩍게 웃으셨다.


그 할머니는 단순히 절약의 습관이 몸에 배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다이소를 나오며 그 할머니가 그걸 모를까 싶기도 했다.


아마 손주가 '첫 월급으로 사줬을까' 아니면 특별한 '추억이 있지 않을까 '상상을 해봤다.


내가 그렇기 때문이다.


젊을 때는 조금만 망가져도' 휙 휙 '잘도 버렸는데 요즘은 물건에 감정이입이 잘된다.


그렇다고 해서 물건을 쌓아놓는 성향은 아니어서 집안에 물건이 많지도 않고 여전히 잘 버리는 편이기는 하다.

쓸데없는 물건은 버리고 쓸모 있는 것은 고쳐 쓴다.

디자이너 디터람스의

'최소로 최대의 효과를 낸다' 그 말이 좋기도 하거니와

미니멀세대에 맞는 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니멀이대세고 정리가 좋기도 하지만

어떤 물건은 애착이 간다.


가방에 자크를 고치고 구멍 난 양말을 꿰매거나 호주머니 터진 옷을 깁기도 한다.


본드로 밑창 나간 푹신 샌들도 붙인다. 몇 년 전 다리 골절 수술을 하고 이 샌들로 한동안 여름을 잘 지냈기에 고마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힘든 세월을 같이한 오래된 시계의 겉색을 다시 칠해 새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면 물건에 새 생명을 불어넣은 것만 같은 소확행을 느낀다.


사람도 다치거나 아프면 꿰매고 약 먹고 해서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는가.


쓸 수 없는 물건들을 버리지 않고 고쳐 쓰면 미니멀적 생활에서 멀어지기도 하지만 어떤 것은 영 손에서 버릴 수 없는 좋은 기억의 애착 물건도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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