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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쓰는 물건을 버리니 공간부자가 된 기분이다.
사는 맛레시피
by
달삣
Jul 20. 2023
'와장창, 쨍그랑'
드라마를
보다 보면
화가 나거나
되는 일이 없을 때 눈앞에 물건을 집어던지거나 깨부수는 장면이 있다. 참 보기 안 좋은 장면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러면 어느 정도 진정이 된다고도 한다. 그렇다고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마구 깨부수는 일이 없길 기도하며 이 글을 계속 써본다.
깨부수는 일을 좋은 방향으로
해석해 본다면
끝장낸다는 것인데 일이 꼬일 때 마치 가방 속 정리 하듯 짐정리를 하면
좋을 듯하다.
하긴 우울이 엄습하면 손 하나 까딱 하기도 싫기는 하지만 말이다.
장마철이라 시장 골목통도 배낭 메고 신나게 나다니지 못하니
눈에 보이는 집안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먼저 집안 가구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작은방 물건 쌓아놓은 곰팡이 난 앉은뱅이
나무탁자가
보였고
베란다 구석에 있는
상의
가장자리가
뜯겨 버린 교자상 이 보였다.
주방의 십여 년 넘은 낡은 식탁도 눈에 들어왔다.
식구들에게 밥상이 되고 다과상이 되고 예배의 장소가 되던 그식 탁이 아이가 덩치가 커지니 이제는 좁다는 걸 느꼈다.
'그래 식탁부터 바꿔보자'로 생각한 것이 집안전체의 가구를 하나하나 보게 된 것이다.
못쓰는 물건은 버리고 쓸만한 것은 고치고
집안정리를 하
기
시작했다.
모든 일에는 가속도가 붙는 것 같다.
한번 치우기 시작하니 이것도 필요 없고 저것도 필요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꼭 필요한 것은 고쳐 쓰고 꿰매 쓰기로 했다.
못쓰는 상들을 버리고
자잘 구레
한 것들을 버리니 버린 곳의 빈 공간이 보였다. 공간의 벽을 쳐다보았다.
눈에 들어오지 않던 벽에 흠집이 있는 걸 발견했다.
'그래 그런 일이 있었지'
몇 년 전 이사 간 위층아이들이 층간소음을 내며 마구 뛸 때 벽을 마구 쳐댔었다. 벽을 '쓱'하고 쓰다듬었다.
식탁이나 가구를 옮길 때문지방을 지나다가
문턱이
까진 곳도 발견했다.
'집이 얼마나 아팠을까나'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짐정리로 일명효과 없는'방충쌀독'이라는 것이 베란다에 방치된 걸 보고 독을 번쩍 들고 경비실옆 쓰레기 버리는 곳으로 갔다.
쓰레기 스틱커 값을 매기며 경비 아저씨가 한마디 하신다.
"남편분이 물건을 못 버리게 해요?"보통 무거운 물건은 남자들이 들고 오는데 여자가 들고 오면 남편 몰래 버리는 걸로 알고 있나 보다.
하긴 우리 집 남편 도 물건 버리는 걸 좋아하지는 않는 편이기는 하다.
오랫동안 쓴 식탁을 치우기로 하고 새로 장만을 하기로 했는데 드디어 식탁 배달이 왔다.
"주방이 넓어서 식탁이 어울리네요"
새로 산 식탁 설치하는 기사분이 하신 말씀이다.
앗! 공간이 넓어 보인 다할 뿐인데 기분이 좋았다. 32평 아파트의 주방이 넓을 일이 없는데 말이다.
공간이 넓어 보인건 주방에 물건이 없어서 그렇게 보였을듯하다. 김치냉장고도 작은방으로 옮기고 그릇 장식장 위치도 바꿨었다.
안 쓰는 물건을 버리는 게 손해는 아닌 것은 활동 공간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공간이 비니 더러운 먼지도 보이고 쓸고 닦게 되니 부지런해진다.'
참 쓸모없는 물건을 두고 있었군'
이것저것 버리니 생각까지도 단순해진다.
' 그런 쓸 잘 떼기 없는 생각을 했었군 '
"언제 한번 밥 먹자"와 같이 지나가는 약속을 지키기가 어려운 것처럼
언젠가는 쓸 거라고 둔 것들의 언젠가는 올 것같지가 않다.
다음 처리 타깃은 아들도 몇 번 안치고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디지털 피아노인데 남편이 허락할까 모르겠다. 남편이 아들을 위해 사준 것인데 본인이 치지는 않지만 엄청 아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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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삣
창작 분야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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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가
안가본 골목길이나 시장통 구경하며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이웃들의 이야기와 나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인생맛 레시피에는먹는 맛과 사는맛이 닮아있다. 그걸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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