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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깃든 물건정리하기_3

사는 맛 레시피

by 달삣



계절이 바뀌는 11월 초 추적추적가을비가 내린다. 아침부터 누군가 이사를 하느라고 고층사다리 위에 짐이 내려지고 있다.


아무도 내다보지 않는 아파트의 이웃문들이 더욱 앙다물어져 보여서 더욱 쓸 쓸 해 보인다.


떠나가는 계절에 아파트 우리 동 청소하시는 조선족 젊은 아주머니가 재래시장 모퉁이에 그녀의 남편과 중국식재료상을 열려고 그만두었다.


그녀는 처음에는 수줍어서 말도 못 했지만 조금씩 안면을 익히고는 늘 밝게 먼저인사해서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하고는 했었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면서 걸레 들고 엘리베이터 안에서 계단에서 음식물 쓰레기장에서 늘 밝은 모습으로 일하던 그녀에게는 희망이 보였었다.


오래 본 사람들이 떠나가는 것은 늘 섭섭하다.

그래도 야무지게 저축해서 식재료상회를 열었다고 하니 축하할 일이다.


마음도 헛헛하니 추억정리로 옷장 속 입지 않는 옷정리를 시작했다. 20여 년이 지나서 입지 않는 남편양복들부터 손을 봤다. 허락받기까지 꽤 걸렸지만 남편이 버리라고 한옷들을 꺼내본다.


몇 벌의 양복만두고 다 끄집어내니 여러 벌이다. 옷은 유행이 있어서 지금 20년 전옷을 입으라고 하면 어색해서 남편은 손도 안 대는 옷들이다.


모직천이 좋아서 간직했지만 모든 게 '떠나갈 때 버려야지' 하는 생각으로 버렸다.


이 옷하나하나에 추억이 있겠지만 옷장 옷무덤에서 꺼내어 '필요한 이 들에게 가거라' 하는 마음이다.


몇 번 망설이다 큰맘 먹고 버렸지만 묵은 빨래를 한 듯 쾌청한마음이 들었다.

( 거리에서 본 세탁소빨래가 햇볕을 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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