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추억이 깃든 물건정리하기_3
사는 맛 레시피
by
달삣
Nov 6. 2023
계절이 바뀌는 11월 초
추적추적가을비가
내린다. 아침부터
누군가 이사를 하느라고 고층사다리 위에 짐이 내려지고 있다.
아무도 내다보지 않는 아파트의 이웃문들이 더욱 앙다물어져 보여서 더욱 쓸 쓸 해 보인다.
떠나가는 계절에 아파트
우리 동
청소하시는 조선족 젊은 아주머니가 재래시장 모퉁이에
그녀의 남편과 중국식재료상을 열려고 그만두었다.
그녀는 처음에는
수줍어서 말도 못 했지만 조금씩 안면을 익히고는 늘 밝게 먼저인사해서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하고는 했었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면서 걸레
들고 엘리베이터 안에서 계단에서 음식물 쓰레기장에서 늘 밝은 모습으로 일하던 그녀에게는 희망이 보였었다.
오래 본 사람들이 떠나가는 것은 늘 섭섭하다.
그래도 야무지게 저축해서 식재료상회를 열었다고 하니 축하할 일이다.
마음도 헛헛하니 추억정리로 옷장 속 입지 않는 옷정리를 시작했다. 20여 년이 지나서 입지 않는 남편양복들부터 손을 봤다. 허락받기까지 꽤 걸렸지만 남편이 버리라고 한옷들을 꺼내본다.
몇 벌의 양복만두고 다 끄집어내니 여러 벌이다. 옷은 유행이 있어서 지금 20년 전옷을 입으라고 하면 어색해서 남편은 손도 안 대는 옷들이다.
모직천이 좋아서 간직했지만 모든 게 '떠나갈 때 버려야지' 하는 생각으로 버렸다.
이 옷하나하나에 추억이 있겠지만 옷장 옷무덤에서 꺼내어 '필요한 이 들에게 가거라' 하는 마음이다.
몇 번 망설이다 큰맘 먹고 버렸지만 묵은
빨래를 한 듯 쾌청한마음이 들었다.
( 거리에서 본 세탁소빨래가 햇볕을 쬐고 있다.)
keyword
그림
정리
사진
33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달삣
창작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미술가
안가본 골목길이나 시장통 구경하며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이웃들의 이야기와 나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인생맛 레시피에는먹는 맛과 사는맛이 닮아있다. 그걸 쓰고 싶다.
구독자
491
제안하기
구독
작가의 이전글
추억이 깃든 물건 정리하기_2
레트로 감성 즐기기
작가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