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사촌 인숙이

사는 맛 레시피

by 달삣


얼음공주처럼 차가웠던

나의 외사촌 인숙이


영어 교사였던 아버지의 위선에

일찍 독립했던 인숙이


부잣집에 시집가선

미도파 백화점에서 마주쳤을 때


자기보다 추레한 몰골의

우리를 외면했던 인숙이


화재로 정신 잃은 여동생을

끝내 자기 집에 못 오게 하던 인숙이


유방암 걸렸을 때도 끝없이

허세 부리던 인숙이


유방암으로 세상 떠나고

장례식장에서 만났는데

사진이 몹시 인상을 쓰고 있어

눈물도 안 났네


그래도 보고 싶다


한겨울 흰 장미 같던 인숙이

기일이 돌아오네


어릴 적 골목대장놀이에

잘 따라주던 인숙이


중학교 방정식을 가르쳐주던 인숙이


대학교 때 유난히 흰 팔목의 인숙이

나와 동갑인 미소 예쁜 인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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