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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믘제옹 Jul 17. 2024

벌써, 또는 고작 공무원 5년 차란다

아직 덜 익은 공무원의 끄적임(프롤로그)

저는 국가직 공무원에 재직하고 있는 평범한 청년이자

올해 5년 차에 접어들고 있는, 사회적으로는 아직 덜 익은 공무원입니다.




공무원 시험에 최종 합격하고 현직으로 있는 지금까지 벌써, 또는 고작 5년 정도가 됐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새삼 시간이 빠르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동시에 30년 넘게 근무하고 계시는 분들을 보고 있으면 내가 앞으로 25년을 더 할 수 있을까라는 막연한 두려움도 들곤 합니다. 아무리 승진이 있고, 봉급이 오른다고 하지만 내가 겪은 직장생활을 5번 더 반복해서 겪어야 한다는 단순한 셈법은 제 시야를 까마득하게 할 뿐입니다. 동기들이랑도 항상 "나는 그렇게 오래 못할 것 같은데"라는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그래서인지 선배님들이 본인의 초임 발령 이야기를 하실 때에는 눈이 초롱초롱해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말씀하시면서도 당신께서 벌써 이렇게 오래 근무했다는 것에 대한 격세지감과 스스로를 믿을 수 없다는 느낌을 동시에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일하다 보니 살아지더라, 살다 보니 일하고 있더라, 뭐 이런 것인가 싶습니다.


5년 차 공무원 지금까지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어떻게 공무원이 됐냐는 겁니다.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 필기시험을 합격하고 면접을 준비하는 사람들, 그리고 공무원과 관련이 1도 없는 친구와 지인들의 단골 질문입니다. 일반적으로 공무원 시험은 암기와 공부량을 생각했을 때 어렵다면 끝없이 어려운 시험이라고들 이야기합니다. 또 시험공부만 잘하면 얼마든지 될 수 있는 직업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남들이 저에게 공무원이 되기 쉬운 직업이었냐고 물어볼 때, 잘 모르겠다고 답변하곤 합니다. 저는 행정고시처럼 어려운 시험을 본 게 아니라는 적당한 겸손과, 대기업 채용보다야 객관적으로 난도가 쉽다는 생각이 섞인 최선의 답변인 셈이죠. 하지만 공무원을 그만두고 보수가 더 좋은 곳으로 이직할 수 있지 않냐는 질문에는 명확하게 답변합니다. 그러기는 정말 힘들다라고.


공무원은 특이하게도, 이직을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직업은 아닙니다. 공무원에게 있어 이직은 부처 간 이동, 국가직과 지방직 간 이동 정도이기 때문에 민간 회사에 재직하는 친구들이 이직 고민을 이야기할 때 소외되는 느낌을 받는 일이 적잖이 있습니다. 어쨌든 공무원인 것은 변함이 없으니까요. 만약 공무원을 그만두고 민간으로 가는 경우라면, 공무원 스펙은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민간에서 봤을 때 그 시간은 그냥 자기 발전 없이 버려진 시간인 거죠. 또 토익과 각종 자격증을 따려면 그만둔 시점부터 또 1년 이상 소요가 될 수밖에 없는, 기회비용이 아주 큰 결정이 되는 셈이죠. 대신에 어디에서 근무하든 그곳에 계신 선배님들은 "신규 공무원들에게는 3·3·3 법칙이 적용되는데, 버티는 것이 이기는 것이니 잘 견뎌라"는 말씀을 꼭 하십니다. 네가 나가면 내가 힘드니 나가지 말고 버티라는 가스라이팅인지에 대한 유무인지는 둘째 치고, 그 법칙이 꽤 맞아떨어지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3·3·3 법칙은 신규 임용 후 3일, 3개월, 3년 때 때려치우고 싶다는 생각이 드니 그때를 조심하라는 법칙입니다. 실제로 저 시기에 그만두겠다고 손을 드는 신규 공무원들이 많았습니다. 저 법칙이 왜 유효한지에 대해 따로 이야기를 할 기회가 생기면 조만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5년 동안 많이 받은 질문 중 또 하나는, 공무원이 되어서 워라밸 챙기고 좋지 않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내가 아는 워라밸이라는 뜻이 남들과 다른가?'라는 의심을 해 봅니다. 아니면 제가 5년 동안 느낀 것 중에 하나는 '성급한 일반화는 금물'이라는 겁니다. 내가 처한 상황이 가장 힘들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인간의 자기중심적 성향을 고려한다면 워라밸이라는 이야기 자체는 그 사람의 상황을 직접 보지 않고는 쉽게 판단할 수 없다고 봅니다. 일 하나도 안 하고 남들에게 폐만 끼친다고 평가받는 문제적 직원들도, 정작 당사자들은 스스로가 제일 힘들다고 주장하는 마당이니까요. 암튼, 워라밸 그건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휴일이나 업무 외 시간에도 일하고 있는 제 모습을 볼 때면 내가 워라밸을 챙길 수 있는데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여긴 워라밸이란 게 존재하지 않는 건지에 대한 답은 못 내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늘어놓았던 이야기들은 저뿐만 아니라 저희 연차들이 가장 많이 고민하고 있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5년 차 공무원이 겪고 있는 일들, 느끼는 부분과 생각들에 대해 이야기를 늘어볼까 합니다. 공무원이시든, 공무원이 아니시든 우연히 쓱 읽으시면서 때로는 위로가, 또 때로는 공감을 드릴 수 있으면 저로서는 감사한 일이겠습니다. 물론 글 내용이 선배들에게는 다소 가소롭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 아직 공무원을 준비 중이시거나 막 시작하신 신입 공무원들이 보시기에 막연한 두려움을 가져오는 내용도 있을지 모릅니다. 제가 글로 쓰는 내용들이 다 정확한 것이 아니고 하나의 시각일 뿐이라는 점을 미리 분명히 해둡니다.


자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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