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경계선의 번역가

by 김명규

비행기 창밖으로 히말라야 설산이 손에 닿을 듯 가까이 지나갔다.
엔진 굉음 사이로, 나는 무의식 중에 중얼거리고 있었다.
'연평균 추락 사고 1.5회. 생존 확률 희박.'


불과 일주일 전까지, 나는 여의도 IFC 빌딩 10층에 앉아 재무제표를 분석하고 있었다.
시스템 에어컨 바람. 빳빳한 셔츠. 기업가치를 숫자로 환산하는 일.
그것이 내 일상이었다.


그런데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

회계사로 커리어를 시작했고, 어느 날 NGO 활동가가 되어 네팔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파리 테러 현장 한복판을 지나쳤고, 우간다 긴급의료센터에서 밤을 새웠다.
서른 중반에 다시 로스쿨 책상 앞에 앉았고, 지금은 '변호사 겸 회계사'라는 어색한 명함을 내민다.


사람들은 묻는다.
왜 안정된 궤도를 스스로 이탈했냐고.

나는 대답 대신, 이 글을 쓴다.


장부에는 기록되지 않는 삶의 민낯이 있다.
계약서에는 언급되지 않는 인간의 존엄이 있다.



이 연재는 그 기록이다.

숫자와 법전으로 세상을 읽는 전문가의 시선과,
흙먼지와 공포 속에서 생존을 배운 이방인의 고백이 교차하는 이야기.


나는 여전히 두 세계 사이를 부유한다.
한쪽 발은 강남의 아스팔트에, 다른 한쪽 발은 제3세계의 진흙탕에 담근 채.


그 불안정한 경계선 위에서, 내가 본 세상의 진짜 얼굴을 번역하려 한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