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차, 서귀포시 탐방
여행길에는 '우연히' 만나거나 '우연히' 알게 되어 더 기쁜 순간들이 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누구도 모르는 맛집을 발견하거나, 우연히 만난 사람에게 유용한 정보나 도움을 받아 더 알찬 여행을 하기도 한다. 오늘이 딱 그런 날이었다. 올레시장에서 만난 사람들 덕분에 하루를 더 알차게 보낼 수 있었다.
3일 차 일정
2023.03.31 (금) 09:00, 서귀포 올레시장 출발
아침 식사: 서귀포, 올레 시장을 가다.
- 흑퇘지 고로케 1개 간단히 먹고
- 싱가포르에서 온, 한국말 잘하는 Priya (프리아). 카페로 동행하다.
- 한 달 여행 중인 부부를 만나고, 알뜰한 제주도 여행 맛집과 여행지 Map을 공유받다.
카페 더클리프 : 절벽이 멋진 전망 최고의 카페, 서핑 장소로 유명. 서핑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점심 식사 : 오랑우탄 '탄탄면' 먹으러 고고! 먹어본 탄탄면에서 최고, 강추!
산방산 : 3월이라 유채꽃밭이 보여 잠시 들르다. 제주 포토존.
카페 루시아 : 제주 두 달 살이 부산 여행객을 만나다.
올레시장으로 다시: 프리아를 데라다 주러 들르다
신창 풍차해안도로: 노을을 보러 갔으나 타이밍을 놓치다.
숙소 도착: 제주 웨스턴 그레이스 호텔
서귀포, 아침에 올레시장가다.
올레 시장이 근처라 아침 식사 겸 올레 시장을 들렀다. 시장 내 주차장이 있어 이동이 편리했다.
주차: 서귀포 매일올레시장 공영주차장
요금:최초 30분, 무료, 31~45분 1000원, 초과 15분마다 500원, 1일 최대 10000원
평일 아침이라 한산했지만, 간단히 먹으려고 흑퇘지 고로케를 주문했다. 고로케 집 사장님이 제주 주민이라 좋은 여행지를 추천해 주시고, 기다리는 동안 다른 손님과도 인사를 시켜주면서 여행길에서만 있을 수 있는 우연한 만남을 통해 따끈따끈한 좋은 정보들도 얻게 되었다.
여행에서는 누구나 친절하고 너그러워진다.
작은 도움을 주고받는 것에 감사하고,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것 같다.
#1. 우연한 만남: 한국말 잘하는 외국인, 동행하다.
싱가포르에서 온 22세 직장인 Priya(프리아)는 한국어를 너무 잘하고 글도 능숙하게 읽었다. 어릴 때부터 한국 문화를 좋아해 독학으로 배웠다고 하는데 그 수준이 놀라웠다. 그녀는 직장 업무에 대한 고민으로 여행을 떠나온 상황이었다. 우연히 같은 카페를 가고 싶어 해 오후 시간을 함께 보냈다.
#2. 우연한 만남: 여행 기록의 달인, 한 달 여행 중인 부부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부부가 공유해 준 여행 정보들은 정말 놀라웠다. 저럼 꼼꼼함이라니... 그 꼼꼼한 기록 덕분에 준비 없이 떠난 나도 쉽게 갈 곳을 선택할 수 있었다. 그분들이 방문했던 장소나 먹거리를 통해 나도 모르게 그분들의 취향을 알게 되었다. 다음 여행에서는 나도 이렇게 계획을 세워보고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도 그림 한 장으로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있다니 참 신기했다. 한 달 동안 이렇게 여행을 하는 그 부부가 너무 행복해 보였고, 쉽게 정보를 공유해 주셔서 너무도 감사했다.
더클리프 (The Cliff) 카페&펍, 서퍼 구경
카페이면서 펍인 곳 그리고 내려다보는 전망도 최고다.
주소: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로 154-17
영업시간: 평일 10:00-24:00, 금토 10:00-01:00 (푸드: 11:30-22:00), 20시 이후 미성년자 출입제한
주차: 가능, 주차장에서 서핑슈트로 갈아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주차장에 들어서면 여기저기 서핑슈트로 갈아입는 사람들이 있는데 외국인들도 있어 눈에 띈다. 실내는 카페보다는 펍에 더 가까운 것 같다. 그래도 실외는 사람들이 누워서 쉴 수도 있고, 가족단위로 모여 앉아있거나 바다 풍경을 보면서 여유롭게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아직 3월인데도 제주 바다에서는 서퍼들이 무척 많았고 멀리서 보니 작은 물고기 떼로 보였는데, 초보자보다는 마니아들이 아닌가 싶었다. 해변에서 그래도 꽤 멀리 나와서 서핑을 하기에 말이다. 제주에서의 서핑도 해볼 만할 것 같다.
점심 식사, 오랑우탄면사무소에서 탄탄면을 먹다.
지인들이 추천한 <오랑우탄면사무소>에 탄탄면을 먹으러 갔다.
주소: 제주도서귀포시 안덕면 산방로 367-1
영업시간: 11:00-16:00 (라스트 오더 15:30), 매주 수 휴무
주차: 근처 도로변에 가능. 별도 주차장은 없음
재료 소진으로 일찍 마감되는 경우도 있다는데 다행히 마지막 손님으로 탄탄면과 오이무침을 맛볼 수 있었다. 다양한 메뉴는 못 먹었지만, 시그니처 메뉴인 탄탄면은 기대 이상이었다. 정말 맛있었고, 또 먹고 싶을 정도였다. 싱가포르에서 온 프리야도 맛있다고 했는데, 왜 지인들이 추천했는지 알 것 같았다.
2024년에는 분점으로 서귀포 혁신도시점이 생겼다고 한다. 방문 전 가까운 위치와 영업시간, 재료 소진 고려하여 가급적 안전한 시간대에 꼭 가서 먹어보길 추천한다.
산방산을 배경으로 유채꽃과 함께 사진 찍다.
루시아 카페를 가던 길에 유채꽃과 벚꽃들이 만개해 있었다. 그중 유채꽃과 산방산이 보여 잠시 내려 구경했다. 산방산을 배경으로 유채꽃 포토존이 구성되어 있었는데 사용료가 1000원이었다. 처음엔 제주도 유채꽃밭에 다 유료인가 싶었지만, 나중에 보니 지키던 할아버님이 꽃밭 주인이어서 돈을 받으신 것 같다. 조금 낚인 느낌이었지만, 산방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그것으로 만족했다.
참고로, ‘산방’은 굴이 있는 산을 의미하고, ‘산방굴사’에는 부처가 모셔져 있다. 이후 제주도를 다시 방문했을 때 산방산을 올랐는데, 용머리 해안 근처 전망대가 있어 이곳에 주차하면 주변 경치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카페 루시아, 박수기정 절벽이 한눈에 보이는 곳
올레시장 고로케 사장님이 추천한 대평포구에 위치한 전망 좋은 카페다. 사장님은 대평포구에서의 저녁노을을 추천하셨는데, 저녁까지 기다릴 수 없어 낮에 방문했다. 제주도의 많은 카페들이 그러한지 규모가 컸고 주차도 편리했다.
주소: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난드르로 49-17
영업시간: 오전 9:30 - 오후 8:30, 연중무휴 / 주차: 가능
전망은 정말 인상적인 곳이었다. 탁 트인 바다와 '박수기정' 절벽이 한눈에 들어왔고, 야외에 앉아 바라보는 풍경은 너무도 평온했다. 야자수를 배경으로 유채꽃밭도 넓게 펼쳐져 있어 사진 찍는 사람들도 많았다. 근처에는 귤나무도 있었는데, 진짜인지 궁금해 만져봤지만 아리송했다. 결론은 나무에 열린 것이니 진짜라 생각하기로 했다.
다양한 베이커리도 있었지만 배가 고프지 않아, 프리아와 함께 야외 테라스에 잠시 앉았다. 옆자리에 혼자 계신 분과 대화를 나눴는데, 제주 중문산에서 두 달 살이 중인 부산 분이었다. '제주 한달살이'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더니, 한번 오면 쉽게 떠나지 못하는구나 싶었다.
산책길도 있어 바닷길 옆으로 걷다 보니 저렇게 반짝거리는 윤슬이 보인다. 제주 바다의 매력인가 싶다. 바람도 있어서 그 소리가 영상에 잘 담겼다.
풍차해안도로, 노을 보러 갔으나 노을을 놓쳤다.
프리아와 여정이 달라 올레시장에 데려다주고, 나는 풍차 해안도로로 향했다. 17:20 분쯤 도착했지만, 노을은 이미 지고 어둠이 내려앉아 풍경을 제대로 보기는 어려웠다. 카페들도 모두 일찍 문을 닫아 아쉽게도 차로만 달리다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반드시 노을이 아니더라도 어둑한 하늘 아래의 풍차도 나름 운치 있고 좋았다.
여행은 계절마다 해가 뜨고 지는 시간이 다르다. 이를 염두에 두면, 버려지는 시간이 없이 알뜰하게 모든 순간을 즐길 수 있다.
숙소, 제주 웨스턴 그레이스 호텔 (세안 호텔 그룹)
주소: 제주도 서귀포시 김정문화로 27번 길 9-7, 주차 가능
서귀포시에 위치한 이 호텔은 주변에 음식점과 카페가 많아 밤에도 밝은 분위기였다. 세탁기와 안마기, 그리고 북라운지와 같은 편의 시설도 있고, 10층 카페에서 무료로 커피와 물을 마실 수도 있다. 셀프 체크인과 체크 아웃이 가능해서 시간에 구애 없이 이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여행은 다른 문화, 다른 사람을 만나고 결국에는 자기 자신을 만나는 것이다.
- 한비야 -
여행을 할 때는 설레기도 하지만 동시에 내가 모르는 장소로 가는 것이기에 약간의 긴장감도 있다. 그런데 오늘처럼 시장에서 지역주민과 여행객들이 자연스럽게 서로의 여정과 정보를 나누는 것이 참 신기했다.
일상에서는 타인에게 간섭하거나 간섭받는 것 피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여행길에서는 모두가 조금 더 너그러워지는 것 같다. 아마 여행이 사람을 더 여유롭게 만드는 게 아닐까! 지나가는 인연이지만 오늘 만난 사람들 덕분에 참 감사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