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가능성의 최대치를 살고 간 사람! 류비세프
저자 다닐 알렉산드로비치 그라닌
옮긴 이 이상원, 조금선
출판사 황소자리
시간 관리는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주제이지만, 유독 2022년 이후로 내게 더 크게 다가온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혹시 이 주제는 항상 중요했지만 내가 그동안 간과했을까? 아니면 최근 몇 년 동안 사회 전반적으로 더 강조되는 것일까?
특히, 최근 읽은 책에서 다룬 ‘시간, 기록’에 대한 내용은 새로운 깨달음을 주었다. 과거 회사에서 대표님이 끊임없이 시간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마치 그때의 경험과 지금 읽은 책의 메시지가 묘하게 일치하는 느낌이었다.
이제는 나 역시 시간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계속해서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 같다. 우연일까, 아니면 나만의 성장 과정 속에서 자연스레 맞닥뜨린 화두일까?
#1. 회사의 프로젝트 및 시간 관리 시스템
회사의 프로젝트 관리 방식은 표면적으로는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보일 수 있지만, 사실 그 근본적인 목표는 직원 개개인이 자신이 업무에 투입하고 있는 리소스, 즉 시간을 잘 이해하고 관리하는 데 있다. 이를 통해 개인적으로든 회사적으로든 핵심 업무에 집중하여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회사에서 전사적으로 시간 관리 시스템을 도입했을 때 직원들의 반응은 다양했고 부정적인 감정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 본인의 모든 시간이 노출되고 통제라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그러나 나는 회사에서 성장을 목표로 하는 방향성과 시간 관리를 강조하고 싶었고, 그것이 조직의 성공과 직결된다고 믿었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 훈련을 꾸준히 하고, 나의 루틴으로 자리 잡았다면 개인적으로도 큰 역량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2. 류비세프의 시간 관리, 통계
류비세프는 1916년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했고 단 하루도 거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아래에 보이는 것이 류비세프의 일기다. 일반적인 일기와는 사뭇 다르다. 이건 마치 업무 일지 같은 느낌이다. 이 책의 저자도 이것에 대해 '기이하고 흥미로운 일기장에 대해'라고 말한다.
시간 통계 같기도 한 이 일기장을 류비세프는 수십 년간 빠짐없이 작성했고, 연말 결산도 하면서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나는 이 시간 기록을 보았을 때, 회사에서 처음에 작성했던 업무일지가 생각났다. 작성방식은 유사하지만 어떻게 사용되고, 정말로 이것이 유용하게 쓰였는지에는 큰 차이가 있을 것 같다. 아마도 류비세프는 이러한 관리 방식이 루틴처럼 자리 잡아 힘들이지 않고 그러나 매우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업무 처리를 했을 것 같다.
이 책을 읽게 된 이유
트레바리 북모임에서 <기록>에 대한 키워드로 이 책을 추천받아 읽었다. 처음 접했을 때는 조금 생소한 책이라 흥미로웠고, 초반에는 마치 전기문 같기도 하고,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든다. 책을 읽어갈수록 기록의 중요성과 류비세프가 작성한 기록 방법이 매력적으로 느껴지지만, 정말이지 '어떻게 이렇게까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기록이라 감히 시도조차 못할 것 같다.
가장 인상적인, 기억에 남는 부분
P.54
"나이를 먹으면서 우리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이에 반비례하여 시간의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
인간이 가진 것 중에서 가장 귀한 것은 바로 삶이다. 그리고 삶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왜냐하면 삶을 이루고 있는 것이 바로 시간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일한 시간에 대해서만 계산하고 평가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나는 이런 사람들을 보면 이 시대의 영웅이라 부로고 싶다. 나는 이 일을 할 만한 의욕과 여유가 없을뿐더러 내가 사용한 시간을 계산해 보면 분명히 기분이 상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일부러라도 하지 않는다."
나이가 들수록 무언가를 시도할 때, 20대 때와는 달리 마음이 조급해지곤 한다. 하고 싶은 일은 여전히 많지만, 시간의 여유 또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새로운 것을 시작했을 때 그 결과를 빠르게 확인하고 싶지만, 사실 즉각적인 답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 그래서 20대에 정말 다양한 경험을 해봐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나는 스스로 '흔들리지 말고, 꾸준히 노력하면 된다'라고 되뇌지만, 여전히 유한한 시간의 속도를 의식하게 된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이런 감정이 커져가고 있다는 사실도 인정하게 된다.
P. 90
인간에게는 자신의 모습을 직시하는 것이 끔찍한 일이다. 따라서 직접적이고, 또한 객관적으로 시간과 마주 서는 것은 가능한 한 피하는 편이 훨씬 좋다.
시간은 누구에게든 냉정하다. 시간의 끝 모를 검은 심연 앞에서는 그 어떤 고명한 철학자도 길을 읽고 만다.
저자는 자기 인생을 분 단위까지 계획하고 관리해야 하는 건지 초반에 의문을 갖는데, 사실 나 또한 그러한 의문을 가졌다. 그런데 어차피 류비셰프는 누구에게 강요한 적이 없고, 본인의 시간을 관리하면서 그만의 방식으로 이를 이용하여 삶을 살아간 것이다. 그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한다는 것은 정말 존경할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그렇게 살 수 있었을까?' 우리는 매일 계획을 세워도 즉흥적으로 일어나는 감정이나 어떠한 이벤트, 사건으로 인해 하루 혹은 한 달의 흐름이 무너지고는 한다. 이 부분에서 나 역시 괴로웠던 기억이 있다. 계획을 세우고 시간이 지나 그 결과를 되돌아볼 때, 완벽하게 해내지 못한 것들이 쌓일수록 자책감이 더 커져 종종 스스로에게 실망하곤 했던 것이다. 그래서 위 문구는 200% 공감이 된다.
본 것, 깨달은 것
시간을 정복한 남자 - 류비세프는 어떻게 저렇게 살 수 있었을까?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이 시간 관리 방식이 통제받는 느낌으로 다가갔을 것 같다. 회사에서 시간관리 시스템을 도입했을 때, 많은 직원들이 그 목적이나 장점을 보기보다는, 회사가 개인의 시간을 통제하려 한다는 불편감 또는 자율성 침해와 같이 부정적으로 느꼈던 기억이 있다.
나 또한 체계적인 것을 좋아하지만, 시간을 기록하면서 업무를 관리하는 일에는 어려움을 느꼈다. 매우 유용할 것이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뭐랄까?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은 To do list로 생각한 것은 아닐까 싶다. 시간은 무한하다는 생각이 깔려 있었기 때문에, 시간 기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유익함을 크게 실감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사용하는 시간을 제대로 파악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을 기록하고 분석하는 것은 단순히 통계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나를 더 깊이 이해하고 자신을 발전시키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추천
김신지 작가의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같은 기록에 대한 주제를 다루고 잇지만, 그 성격은 사뭇 다른 기록이다.
김신지 작가님의 기록은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한 것이라면, 류비세프의 기록은 철저한 시간 관리 및 자기 관리를 위한 접근으로 볼 수 있다.
두 작가의 기록 방식을 비교하면서 읽어도 재미있을 것 같다. 이 과정에서 본인의 기록 스타일과 성향도 돌아보고, 어떤 방식이 자신에게 더 맞는지를 알아본느 계가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