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껏 빠르게 실행하기 그리고 복기
아르바이트 확정 연락이 왔을 때, 사장님께 여쭤보았다.
나 : "사장님, 30분 일찍 갈까요? 첫날이라 배워야 할 게 많을 듯해서요"
사장님: "그럴 필요는 없어요. 제시간에 오세요. 일은 천천히 하면서 배우면 돼요."
혼자서 생각했다. '당일에 가면 뭘 해야 할까? 잘할 수 있겠지? 메뉴를 알아야 하는데, 최근에 잘 안 가서 모르겠는데...' 등 혼자서 이런저런 상황을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당일, 알게 된 사실! 현실은 생각과 다르다는 생각과 그전에 상상한 것들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
정말이지 신입, 사회 초년생때와 같았다. 엑셀을 해야 하는데 엑셀을 몰라 엑셀 수업을 듣고 배워야 했던 그런 기분. 누구는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 알바가 뭐 어렵다고, ㅎㅎ 그런 생각까지 들려고' 하고 말이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도 순간 패닉도 느낀 것 같아. 좀 더 설명하자면...
알바 실전 1일 차
일단 앞치마를 받아 입고 '무엇을 해야 할까요?'라고 질문을 하는데, 손님들이 계속 들어오니 회사의 온보딩처럼 교육을 받거나 할 시간이 없었다. 메뉴를 빨리 숙지해야 가능하다고 하시는데, 아직 빵 종류와 그 종류가 어느 카테고리에 속하는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했는데 아래 3개로 나뉘는 것 같다.
1. 가장 많이, 열심히 한 일: 베이커리 커팅(빵 자르기), 트레이/집게 닦고 정리하기
2. 가장 어려웠던 일: 비닐 포장, 비닐 한 손으로 벌리거나 스티커를 떼고 입구를 닫는 일. 심지어 비닐 묶는 것도 잘 못하는 나를 알아차려버렸다. 어깨에 힘을 들여가며 했으나 가끔 좌절감도 느꼈던 것 같다. 똥손!
3. 바로 체념한 일: 계산! POS 사용 미숙 및 메뉴를 몰라 나의 손가락이 허공을 헤매는 시간이 길었다. 손님은 줄이 늘어섰는데, 헤매는 나의 검지 손가락과 메뉴를 찾아 헤매는 나의 눈동자 소리가 정말이지 나한테도 들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날은 계산 포기, 사장님 전담으로 모른척하고 빵만 열심히 썰다.
알바 1일 차 소감
회사처럼 OJT 같은, 그런 매뉴얼이나 가이드 또는 교육은 없었다. (스타벅스와 같은 체인점들은 있을 테고, 그렇지 않은곳도 있을수도 있지만 대다수는 그렇지 않을 것 같다.)
바로 실전 투입. 인사하고 앞치마를 입고 일하게 될 카운터에 자리를 잡는다.
당장 해야 할 일을 듣는다. 한 번에 전체적으로 교육받기보다는 그때그때 할 일을 알려주신다.
아직 미숙하니 어쨌든 도움이 되려고 일당백을 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그 노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아직 미숙함을 인정하기보다는 '나 이 정도는 아닌데...'라며 자꾸 부정하며 급하게 잘하려고 한다. 급하게 서둘러서 되는 일이 아님을 1일 차에도 비로소 알게 된 하루다.
오랜만의 움직임이 있던 일이었지만, 몸은 오히려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1일 차에는.
1일 실전 후 돌아온 나는 아래와 같이 알바 1일을 정리하며 복기해보았다.
회사의 업무처럼 정리하는 나, '이렇게 까지?'라고 생각하면서도 멈추지 않은 나, 그게 나였다.
습관인 걸까? 성격인 걸까? 이렇게 기록을 하면서 그런 생각도 했다. 다른 알바 후배가 들어온다면 이 정보를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 생생하게 부딪치며 알아가는 것도 좋지만, 효율적으로 미리 한번 쓰윽~ 보고 갈 수 있는 매뉴얼이나 가이드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기에 그대로 기록해 보았다.
[Step 1. 준비 : 시작할 때]
1. 업무 시간표를 찍는다. (5분 일찍 도착)
2. 앞치마를 입고 손을 씻는다.
3. 근무 영역을 정리하고 (계산대, 도마/빵칼 정리), 손님 맞을 준비를 한다.
4. 계산 준비. '안녕하세요? 또는 결제 도와드릴게요' 라며 시작을 한다.
5. 결제와 포, 그리고 완료후 '안녕히 가세요 or 맛있게 드세요'라는 인사로 마무리.
[Step2. 계산 및 결제 처리]
1. 포스(POS)에서의 결제 처리
1) 포장지가 필요한지 묻는다. "포장지가 필요하실까요? 포장지는 별도 50원입니다. (종이는 100원)"
2) 손님이 가져온 제품을 확인하여 포스에 찍고 결제를 진행한다.
- 다 찍은 후 반드시 수량이 맞는지 체크할 것!
- 금액을 알려주고 결제 요청하고 결제 후 포인트 적립 안내를 한다
"20000원입니다. 카드 앞에 꽂아주세요" 결제 후 > "포인트 적립하셔도 됩니다"
- 큰 빵은 잘라 줄 건지 묻는다. "빵은 잘라드릴까요?"
*결제 방식에 대해
- 결제 방식이 다양하여 방식별 진행사항도 인지해야 한다.
- 결제 방식: 신용카드, 현금, 제로페이, 서울페이, 이체, 장부, 포인트 사용 (카카오페이는 안됨, 현금 계좌이체 가능)
- 제로페이: 앞의 QR로 제로페이 한 후 보여주면 확인 완료 (포인트 적립해 줄 것)
- 포인트 사용: 손님이 직접 포인트를 조회하고 기입하도록 한다 : 포인트 조회 및 사용 금액 기입 >> 비밀번호가 핸드폰으로 발송 >> 비번 확인 후 결제완료
- 장부 결제: 구청 직원들의 장부결제가 있어 장부로 작성할게요 하는 분들은 부서 장부를 찾아 전달하여 본인이 직접 금액을 확인하고 기입하도록 한다.
(제로페이/이체/장부는 최종 결제 시 O원 처리하여 영수증은 옆에 붙여둔다. 장부의 경우 찾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데 손님이 직접 찾아 확인하도록 해야 함)
2. 선 결제 > 후 포장
1) 케이크 포장
- 포장 비닐을 펴고 케이크 박스를 먼저 비닐에 살짝 넣는다. 1호(소)/2호(대)
- 냉장고에서 케이크를 꺼내 박스에 넣는데, 박스 한 면을 살짝 내리고 넣는다.
- 생일의 경우 필요한 초의 수량을 체크하여 초/성냥, 그리고 나이프를 같이 넣어주면 끝
2) 빵 포장
- 빵 사이즈 별로 비닐 개별 포장을 해준다. 예) 까눌레 > 작은 비닐, 소금빵 > 큰 비닐
- 커팅이 필요한 빵은 커팅을 하고 포장하는데, 포장지를 먼저 펴고 반으로 살짝 접어 준비를 해둔다. 이때 비닐장갑을 끼고 포장지 안쪽을 편다(위생을 위해).
빵 별로 자르는 간격이나 크기도 조금 다른 편임
다수 1.5cm 정도: 크랜베리르방
견과/오곡이 많이 들어간 것: 1cm 정도 (캐슈넛르방)
바질크런치 베이글(구멍 뚫린 동그란 빵)은 반으로 자르고, 다시 각각 5 등분하여 절단
갈릭베이컨은 비닐장갑을 끼지 않고 흰 종이를 깔고 그대로 커팅, 칼로 밀듯이 하여 절단, 절단 후에는 집게를 사용하여 비닐 포장지에 넣어준다.
포장지 선택
베이커리별로 포장지가 다르다. 같은 사이즈이어도 빵의 모양 등에 따라 다르다. 이것이 매우 헷갈리는 이유다.
작은 빵: 예, 까눌레 (투명 비닐/소 사이즈)
중간 사이즈 빵: 예, 소금빵, 소시지, 크림토스트(투명 비닐/중 사이즈 )
길게 생긴 빵 : 예, 마늘바게트, 치아바타, 빵브리에, 호박마차, 프레첼스틱, 넛뽕, (얇고 긴 불투명 비닐)
중간 이상의 빵: 예, 크랜베리르방 (정사각 불투명 비닐)
주의사항
커팅 후 칼은 반드시 닦고, 도마 위 빵 부스러기는 깨끗이 정리한다.
마늘바게트나 기름기가 있는 빵을 집은 집게는 바로 씻을 수 있게 주방 싱크대 안에 넣는다.
마늘바게트는 종이를 깐 채로 커팅을 하고, 커팅 후 나이프를 종이로 닦아 정리한다.
크림이 있는 빵을 잘라 크림이 묻은 칼은 바로 주방 싱크대 안에 바로 넣어둔다.
[음료 제조하기]
기본사항
커피 뽑는 기계를 커피 분쇄기에 올려두면 자동으로 추출
커피를 안쪽 선까지 꾹꾹 누른다
커피 머신에 맞춰 꽉 오른쪽으로 돌린다
커피 투명잔과 스탠리스 잔을 추출되는 곳에 올려둔다
버튼을 누르고 투명잔 40ml 눈금에 도달하면 Stop을 누르고 투명잔 커피를 스탠잔에 부어둔다.
[정리] 투명잔과 스탠잔에 물을 부어 찌꺼기가 안 굳도록 한다
[정리] 커피 찌꺼기를 통에 버리고, 커피 추출 잔을 다시 집어넣어 버튼을 눌러 커피 없이 뜨거운 물로 깨끗하게 씻어 낸다.
a. 아메리카노
- 따듯한 물을 상위 눈금까지 넣고, 추출 커피를 넣는다.
b. 아이스 아메리카노
- 얼음을 위로 조금 넘치게 넣고, 물을 넣은 다음 추출커피를 붓는다. 둥근 뚜껑을 닫고 스트로 준비
c. 라테
- 우유를 데우는 잔을 내려두고, 우유를 삼각 모서리까지 붓는다.
- 스팀기기를 한번 치고~ 물을 뿌려 깨끗하게 하고 스팀기기에 우우를 데우가 시작한다. 우유가 거의 다 데워지면 소리가 조용해진다. 스팀이 끝나면 우유는 빼내고, 스팀기기는 다시 치고~ 물을 뿌리게 하고 스팀기기를 닦아둔다.
- 라떼의 경우, 우유를 먼저 하고 커피를 추출한다.
- 라떼의 경우, 우유를 먼저 붓고, 커피를 붓는다.
- 아이스 라테의 경우, 얼음을 컵 상단에 평평한 수위까지 넣고 우유를 붓고 커피를 붓는다.
d. 바닐라 라테
- 바닐라 시럽 2번만 눌러 추가해 준다.
[Step3. 정리정돈 - 마무리할 때]
1. 시간이 날 때
- 냉장고를 소독제로 닦아준다. (케이크/초콜릿/디저트 냉장고)
- 빵을 올려두는 철 받침대는 잘 씻어서 차곡차곡 십자형으로 쌓아두고, 마지막에 소독제를 뿌려둔다.
- 빵 트레이는 흰 물수건으로 닦고, 다시 키친타월로 앞뒤 닦은 뒤에 흰 종이를 올린다.
- 빵 집게는 전용 헹주로 닦거나 씻어 말려둔다.
9시 30분이 되면,
1. 집게는 무조건 씻는다.
2. 사용된 행주와 마른 수건은 소독해 빨아둔다.
- 흰 수건들은 락스물에 담가두고 15분 정도 후 다시 세제로 잘 빨아 널어둔다.
- 갈색 수건들은 세제로 잘 빨아 널어둔다.
3. 커피머신 정리
- 커피머신: 커피포트 필터, 컵, 프레스템퍼 등 커피머신 물품을 깨끗이 씻어둔다.
- 유리가 쉽게 깨질 수 있으므로 먼저 씻어 올려둔다.
- 커피찌거기는 비닐봉투에 담아둔다.
4. 음료 제조 물품 정리
- 음료 제조에 사용된 수푼과 포크는는 모두 씻고, 얼음 수푼과 긴 수저통은 씻은 뒤, 물기를 닦아 다시 제자리에 둔다.
10시 30분
- 바닥 정리: 마대걸레로 바닥의 먼지를 훑어 준다.
- 걸레가 없으면, 키친타월을 이용하거나 빗자루로 쓸어도 된다.
11시 종료 시
- 모든 정리의 마무리, 쓰레기통을 정리한다.
- 기존 봉투는 빼내어 묶어 가게 밖에 놓아두고, 새로운 비닐로 교체하여 마무리!
[고객 문의, FAQ]
Q1. 카눌레: 얼그레이가 들어간 까눌레인가요? 이 두 종류의 카눌레 차이가 뭔가요?
Q2. 좀 달달한 빵은 뭐가 있을까요? 달달한 게 먹고 싶은데요.
2일 차부터 준비한 것
1. 중요한 정보를 메모해 둔 노란색 포스트잇
2. 모든 빵/제과의 이름과 모습 기억하기
3. 결제를 위한 포스 메뉴 익히기 : 포스 메뉴를 엑셀로 외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