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1개월, 체화되니 수월해진다. 그리고 이제야 보이는 것들
베이커리 카페 알바 한 달!
8회의 실전을 경험하고 드디어 한 달이 되었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알바를 할 때는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휴대폰으로 카톡을 하거나 검색을 하거나 전화는 아예 생각조차 할 수가 없다. 집중해야 하는 이유도 있지만, 계속 들어오는 손님에 집중하고 시간의 여유가 있을 때는 내일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잡념 없이 일에만 집중하는 것은 한편 꽤 좋은 것 같기도 하다. 가끔 너무 많은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하거나 때로는 무의미하게 숏폼을 보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잠시 무언가에 집중하는 이 시간도 의미 있다.
초기와 한 달이 지난 지금의 차이점을 세 가지 말해본다면,
1. 일하는 속도가 빨라졌고, 수월해졌다. 심지어 내일을 준비하는 나를 발견한다.
반복되는 일은 체화가 되어 생각보다 자동반사적으로 몸이 반응할 때가 많다.
2. 시야가 넓어지고, 손님들과 매장 전체의 상황이 보인다.
일할 때는 계산, 포장, 베이커리 체크, 마무리와 같이 단계별 한 가지에만 집중했는데, 이제는 주변을 좀 더 둘러보게 된다. 들어오는 손님이나 나가는 손님, 손님들의 대화도 듣게 되고 행동도 관찰하게 된다. 예전에 회사에서 일할 때 그런 말이 있었다. "안테나를 세우고, 늘 레이더를 켜두라고". 본인의 일에 집중하는 것도 좋지만, 돌아가는 주변 사항을 파악하고 있어야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고 말이다. 일의 체화가 레이더를 원활하게 작동하게 한다.
3. 여유가 생기고, 유연해졌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좀 경직되어 있고, 문제가 생겼을 때는 당황도 하고, 손님도 어색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다방면으로 여유가 생겼다고 해야 할까? 갑자기 결제가 안된다거나 음악이 꺼진다거나 모르는 질문을 손님으로부터 받아도 유연하게 대응한다. 한 달이 되어서라기보다는, 여러 우여곡절, 문제들을 겪고 해결하기도 하고 못하기도 하면서 그러한 경험들을 쌓이다 보니 대처가 수월해진 것 같다.
대화도 늘었다. 단골이 많다 보니 자주 오는 손님이 보이고 때로는 대화를 시도한다. 포장을 하거나 계산을 할 때 손님들이 의외로 뻘쭘해할 때가 많다. 나의 느낌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일상적인 대화를 시도한다. 포장이 길어질 때는 나도 어색하기도 하다. 그래서 시간을 일상 날씨나 주변에 눈에 띄는 소재로 대화를 간단히 시도한다. 이 또한 여유가 생겨서다.
그러다 보니, 일이 재미있어졌다.
첫날은 잘해보겠다는 생각이 많았다면, 지금은 조금 즐기면서 하게 되었고 일하는 5시간이 지루하거나 힘들다기보다는 보다 의미 있는 하루가 되기 시작했다.
1. 인사 : 젊은 세대는 인사와 감사에 익숙하다.
'요즘 젊은 사람들 예의가 없다거나 요즘 MZ세대는 말이야' 하고 조금 부정적인 얘기를 한 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모든 젊은 세대가 그런 것처럼 보편화시킨 말이라는 생각을 하는데, 나 또한 조금은 그러한 선입견이 있어나보다. 왜냐하면 베이커리 매장에서 일하면서 내게 가장 인상적인 것 중 하나가 세대별 또는 사람 유형별 "인사"였다. 그리고 20대 또는 30대 MZ세대가 매우 공손하게 들어오면서 계산하고 나가면서 하는 인사에 잠시 다양한 생각이 들었다.
<인사>는 일상생활에서, 그리고 회사 생활에서도 매우 중요한 소통 수단이며 첫인상을 좋게 남길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그리고 나는 20-30대 세대가 확실히 다른 장점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기본적으로 인사를 잘한다. 그리고 계산 후 나갈 때는 두 손으로 빵 포장을 받고 "감사합니다" 라며 배꼽 인사를 하는 사람들이 매우 자주 보인다. 그리고 그러한 행동은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한다. 반면,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오히려 그러한 인사는 없는 경우가 많다. 의도적인 것이라기보다 습관적으로 무뚝뚝하다고 해야 할까? 그러다 보니 어쨌든 알바인 나는 누구에게나 '어서 오세요' 인사와 '안녕히 가세요' 인사를 계속 하지만, 하고 난 뒤의 느낌은 참으로 다르다. 그러한 인사를 받아준 사람에게 좀 더 신경을 쓰게 되고 기분이 좋아진다.
이는 비단 베이커리 매장이 아니라 어떠한 곳에서라도 해당이 될 것 같다. 나도 그러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기본 인사를 예의 있게, 씩씩하게 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2. 환경 : 에코백이나 봉투를 다수 사용하지만 좀 더 늘었으면 좋겠다.
매장에서는 비닐봉지나 종이봉투를 제공할 때 비용을 받는다.
그래서 계산할 때 반드시 물어봐야 한다. "들고 가실 겉봉투 필요하세요?" 가끔 까눌레처럼 작은 제과의 경우, 당연히 들고 가겠지 싶어 물어보지 않아 계산이 끝난 후에 봉투를 요청하는 경우가 있기 필수 항목이다.
그래서 관찰하다 보면, 포장 봉투에 대해:
에코백을 생각보다 많이 사용한다. 또는 어떤 이는 종이백이나 비닐봉지를 가져오기도 하는데, 매장에서 구입했던 비닐봉지를 재활용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남자들의 경우 에코백을 가져오기보다는 이전에 받았던 비닐봉지를 가져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사람을 보면 깨어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용 때문인지, 환경보호를 위한 것인지는 사실 알 수는 없지만 한 손에 쥐어지는 비닐봉지를 접어서 가져온 사람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재활용 백이나 에코백을 사용하면 좋겠고, 나 또한 그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요즘에는 에코백을 가지고 다닌다. 어쩔 때는 매장에서 에코백 홍보를 하면 좋겠다 싶기는 한데, 옆에 포스터가 붙어있기는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좀 더 많은 이들이 인지하고 재활용을 한다면, 좀 더 비용도 절약하면서 환경보호에도 작은 실천을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참고로, 나는 환경보호 애호가는 아니다. 다만 일을 하다 보니 분명 환경 보호를 위해 노력할 만한 일이 있음을 더 알게 된 것 같다.
3. 포인트 적립 : 왜 안하는 걸까?
포인트 적립! 요즘은 캐시백을 해주는 구매 활동이 많다. 그런데 왜 안 하는 걸까? 계산을 할 때 포인트 적립에 대해 리마인들를 하는데 항상 이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다. 뭐, 한번 오고 말건대 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꼭 그 이상을 오는 사람들이 다수다. 그런데도 캐시백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데 안 할 것은 뭔지? 이 일을 하면서 나도 캐시백 포인트를 좀 더 잘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 또는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 주로 적립을 안 하는데 참으로 아까울 때가 많다. 1% 적립이어도 1년 누적이니 종종 구매하러 오는 곳이라면 아깝지 않을 수가 없다.
소재 1. 날씨 (전형적인)
A. 오늘 날씨 너무 춥죠?
B. 네, 많이 추워요.
A. 낮에는 무척 더웠는데, 저녁은 아직 초봄인가 봐요.
B. 맞아요. 아직은 쌀쌀해요.~~
기타. "밖에 비가 계속 오나요?" >> 네, 많이 오지는 않는데 부슬부슬 내리네요.
소재 2. 구입한 빵
A."오늘 무화과 깜빠뉴가 좀 큼직하죠? 평소보다 좀 더 크게 구워진 것 같아요. 잘 고르신 것 같아요."
B. 아, 그래요?
A. 평소보다 좀 더 크게 구워진 것 같아요. 잘 고르셨네요
소재 3. 에코백 (을 가져오신 손님의 경우)
A. "가방에 넣어드릴까요? (이쁜 에코백이면) 오~ 너무 귀여워요. 정말 작고 얇게 나오네요." with 스마일
B. 네, OO에서 샀는데 괜찮은 것 같아요.
종종 정말 작게 접어진 휴대용 에코백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은데, 모양도 너무 이쁘게 나와서 저절로 한마디 하게 된다.
소재 3. 비닐봉지나 종이 가방 (를 가져오신 손님의 경우)
A. 넣어드릴까요?" (보통 이럴 때 주섬주섬 비닐이나 종이 가방을 보여주는데, 조금 부끄러워하는 것 같다.)
B. 네, 여기요.
A. 오, 좋은데요! 비닐을 가져와도 좋네요. 부피도 적고 재활용도 하고. 요즘은 남자분들도 정말 에코백이나 종이백 많이들 가져오시는데 비닐도 좋은 것 같아요.
B. 아, 그래요~
에코백과 달리 재활용에 대해 부끄러워하시는 손님들이 꽤 있다.
정말 환경적으로도 너무 좋은 일인데 말이다.
그래서 이런 분들께는 봉투를 받아 거기에 정성스레 넣어주는 것이 포인트다.
다음에도 가져오시도록 말이다. 손님이 넣게 되면 급히 넣는되는 모습을 종종 보기에여유롭게 넣어 주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