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서울 하프 마라톤 참가기
운동, 아니 움직이는 활동을 좀 좋아하는 것 같다. 운동도 아주 잘하지는 못해도 하는 것 자체는 꽤 좋아한다. 성격인 것 같기도 하고, 원래 좀 튼튼해서 몸을 쓰는 활동은 중간 이상으로 잘할 거라는 생각도 조금, 쪼금은 있는 것 같다. 겁은 많지만 항상 새로운 것은 시도를 해본다.
이번도 그러했다. 마라톤 10Km 도전! 그리고 내가 잘할 거라 생각했는데, 잘할 줄 알았는데, 중간도 못 간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몇 가지 생각이 휙~ 지나갔다.
첫째, 말도 안 돼. 왜? (이럴 리 없는데... 계속 부정)
둘째, 설마 체력이나 나이 때문에? (폭풍 콜 to 친구들)
셋째, 노하우를 몰라서는 아닐까? (폭풍 검색 마라톤 노하우, 달리기)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인정하게 되었고, 포기는 없다는 생각으로 일단 목표를 향해 뛰어보기로 했다. 끝까지 해봐야 알지, 나중에 또 궁금해할 것을 알기에 그게 더 싫었던 것 같다.
beginning : 시작은 이러했다.
2023년 3월, 체력을 키우기 위해 운동을 시작한 친구의 이야기가 시작이다.
주말에 종종 만나던 친구가 체력을 위해 운동을 시작했고, 운동을 하러 다니던 피트니스에서 마라톤 도전을 권유받아 매일 러닝을 하면서 준비를 한다고 했다. '아, 나도 하고 싶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친구가 혼자 스스로 도전하고 싶은 듯하여 같이 하자는 얘기를 못하고 아쉬워하고 있었다.
사실 이전에 NGO 단체의 기부 트래킹을 해보고 싶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취소된 적이 있다. 그냥 걷고 싶기도 하고 좋은 일에 쓰일 수도 있어 더 좋았었던 것 같다. 그리고 친구의 얘기를 들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이전에는 평소 달리기는 잘하는 편이라 조금 자신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 이전 회사 동료였던 친구가 아는 지인이 마라톤대회가 나가자고 한다는 얘기를 했고, 관심 있더 나는 '내 친구도 얼마 전에 마라톤 나간다고 했는데... 나도 해보고 싶던데, 같이 할까?' 이렇게 그 친구와 나는 바로 신청을 하고 한 달을 목표로 준비를 하기로 했다.
이건 뭐랄까? 한 번쯤은 해봐야 풀어질 그런 놀이 같은 것이었다. 안 해보면 모를 것 같은, 재미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만 하다 혼자는 못해서 도전하지 못할 뻔한 것을 친구와 하기로 하니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듬뿍이었다.
Reality : 잘 뛸 줄 알았는데, 완전 착각이었다. 시작은 했으니 끝도 맺어야 하는데...
착각 1. 1km는 쉽게 연속으로 뛸 수 있을 줄 알았다. 500m도 연속 뛰기가 안된다.
회사 일로 바쁜 친구와 만나서 뛰는 일은 쉽지 않아 서로 연습하기로 했다. 마침 매월 나가던 북모임에 마라톤 경험자가 있어 물어보니 매일 2km씩 뛰고 마라톤 가기 전에는 길게 뛰어봐야 한다고 했다.
Okay! 할 수 있지 뭐! 그렇게 나의 도전기는 시작되었고, 이때 나의 생각은 이러했다.
뛰는 거 좀 하는데 뭐, 꼭 완주해야지! 제시간에 못 들어오면 중도에 스톱하고 차에 실려간다는데 그런 치욕은 No! No! 어떡하든 1시간 30분 완주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운동 첫날 완전히 무너졌다.
500m도 아니 2분도 연이어 뛰지 못하는 나의 체력을 알아버렸다. 다리가 중력에 끌려 올라오지가 않았다. 1분은 빠르게 뛰었으나 단거리 뛰기가 아닌데, 바로 지쳐버렸다.
그래서 <마라톤 자세, 스테레칭, 연속 뛰는 방법> 등을 검색하고 저장하고 유튜브를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러닝가이드에 따라 뛰어보기도 했다. 2km 연속 뛰기가 목표인데, 1km도 잘 안되었고, 결국 가능한 길게 뛸 수 있는 만큼, 나만의 템포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느끼면서 포기하지는 않았지만, 마음은 살짝 조급하기는 했다.
착각 2. 내 몸은 건강하다. 정형외과 치료와 테이핑 시작.
러닝을 하고 얼마 안 되어 왼쪽 무릎이 아픈 것을 느꼈다. 처음에는 잠시 그런 줄 알았지만, 반복되어 정형외과를 찾았다. 엑스레이, 초음파 검사를 했는데 뼈에는 문제는 없지만 근육에 긴장이 생겨 힘줄영역에 통증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후 나의 대화는 이러했다.
의사 선생님: '러닝을 안 하면 자연스럽게 낫습니다. 당분간 쉬시면 됩니다.'
나: 곧 마라톤인데요, 그건 하고 싶은데요......
의사 선생님: (웃으시면서) 그럼 치료받으면서 해야 줘 뭐. 일단 소염제 드시고, 충격파 치료받으세요.
그제야 알게 된 나의 뼈, 어떤 병이 있는 건 아니지만 밸런스가 맞지 않고 특히 야외에서 갑자기 연습 없이 뛰어서 그 충격이 있었던 것이다. 나는 아주 건강한 건 아니었던 것이다. 혹시 몰라 운동을 할 때 테이핑을 하기 시작했다. 테이핑을 하면 좀 더 힘줄 부근을 사용을 줄일 수 있다기에 시작했다. 문제는 테이프를 뗄 떼면 그 고통이 더 심했다.
Reality : 그래서 내가 할 일은 연습! 연습! 또 연습!
Week 0 (마라톤 한 달 전)
친구와 마라톤 신청 완료
Week 1.
러닝 할 때 입을 옷과 신발 준비, 허리 밴드 (나는 한국사람, 장비가 그래도 필요하다.)
나이키 앱을 깔고 기록 준비 (뛰기 전이지만 기록을 해야 한 끼에)
뛸 수 있는 공간 '주변 공원' 검색 후 출발.
에어팟도 준비해서 러닝가이드 들으면서 러닝 시작
현실: 2분도, 500m도 쉬지 않고 뛰는 것이 너무 힘들었음. (눈이 번쩍, 심각한 상황) 왜 안 되는 걸까? 속도가 빠른가? 뛰는 방법이 좀 더 마라톤 방식이어야 할까? 그럼에도 뛰다 쉬 다하면서 40분을 러닝
Week 2.
장비 추가 (스마트폰 러닝 밴드, 친구가 사주다)
공원으로 출발. 잠깐 스트레칭하고 러닝 시작. 어제보다 나아지는 오늘을 느끼면서 2km 연속 뛰는 것을 목표로 계속 연습
Week 3.
한강 공원으로 나가다. 이촌, 잠수교, 여의도 공원에서 Keep Running
2km에서 5km까지. 뛰다 걷다 하면서 5km까지 시도.
러닝을 하다. 공원 러닝에서의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일상을 경험, 그리고 공원 러닝이 단순 러닝이 아닌 산책처럼 즐길 수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한강 러닝은 꽤나 낭만적이고 몸이 자유로운 느낌이다. 이런 느낌 때문에 계속 뛰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Week 4.
Last Practice! 잠실 한강 공원에서 실전처럼 쉬지 않고 러닝. 친구와 실전처럼 러닝. 5km 완주. 발걸음은 좁게 연속으로 이어갈 수 있는 러닝을 해야 한다는 것.
D-day. 시작 전
4월 30일 일요일 아침 5시 30분 기상, 무릎에 테이핑 하기 (무릎전체를 뒤덮은 듯. 테이프 2통 사용)
가볍게 바나나 하나 먹고 출발, 광화문 현장에 도착하여 일단 짐 트럭을 찾아 짐을 맡김
주변 구경과 스트레칭 : 많은 사람들이 그룹 또는 개인으로 참가. 축제 같았다. 4월 아침이라 조금 쌀쌀하고 살짝 흐렸지만 뛰기에는 좋은 날이라고 하나도. 나도 남들 따라 스트레칭!
D-day. 끝나고
기록판에서 인증사진을 찍고, 점심과 함께 사우나를 가다.
마침 바로 옆에 국밥집이 있어 국밥을 먹고 사우나로 향함. 정말 오래된 곳인데, 뜻밖에 고운 할머니와의 만남. 우리 보고 아직 젊다면서, 힘들지만 오늘 매우 값진 것을 했다며 마라톤을 할 수 있는 건강함에 감사해야 한다고 하시는데, 매우 마음에 와닿았던 것 같다.
영광의 상처: 왼쪽 엄지발톱이 멍이 들었다. 아, 어찌 아프긴 하더니만. 멍이 없어지는 데는 5개월 정도 걸린 것 같다.
사실 마라톤은 호기심에서 출발한 도전이었다. 한 번은 해보고 싶던 놀이 같은 것이랄까? 그런데 그 과정에서 알게 된 것과 여러 경험들은 내가 중간에 포기했더라면 알지 못했을 경험이었다. 포기라는 말이 좀 거창하지만, 어쨌든 중도에 멈췄더라면 그 나름으로 배운 것이 있었겠지만, 어쨌든 끝까지 해보았기에 알게 된 것들이 되돌아보니 많았던 것 같다.
'제 시간의 완주'라는 목표 달성이 나의 목적이었지만, 사실 그 과정에서 나는 나의 몸이 얼마나 러닝 할 때 힘들어하는지도 알게 되었고, 여러 러닝 스폿 - 특히 한강에서 러닝 할 때의 매력이라든가, 한강의 여러 가지 이벤트와 낭만적인 모습도 알게 되었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직은 이렇게 뛸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꼈다. 물론 친구와 함께 완주한 것에 대한 기쁨 또한 이루 말할 수 없다.
물론 누군가는 아픈데도 하는 것은 좀 무리가 아니냐는 말을 하기도 했는데 (몸을 아껴야 하는 것은 맞기는 했지만), 하지만 한편 지금이라도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아팠던 건 사실이나 그렇게 한번 근육이 아프고 나면 더 단단해진다고도 하니 그리 어리석은 도전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다시 물어보다 한 번은 했을 것이고, 이런 도전 후에 나는 피트니스에서도 러닝을 하는데, 이전보다 자신 있게 그리고 즐겁게 하고 있다.
해 볼만한 경험이었다.
두 번은 생각 없다는 말을 하기도 했으나, 또 해볼 만 하기는 하다. 대신 5km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