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등산, 더위 속 정상에서 만나는 시원한 보상
오랜 친구와의 등산은 그냥 등산이 아니다. 바쁜 일상 속 서로의 근황을 묻고 식사를 하는 소중하고 귀한 시간이다. 자연 속에서 긴 호흡을 하고 푸르른 산과 나무들을 보면서 눈과 복잡한 마음에 휴식을 주는 시간이기도 하다. 사실 등산에 익숙하지도, 종종 다리도 아프지만 땀 흘려 다녀온 보람이 너무도 크다. 그래서 사람들이 등산을 하는 걸까? 많은 이들이 등산을 통해 스스로를 치유한다고도 하는데 정말 그러하다.
문득, 배우 유해진이 대종상 남우조연상 소감으로 "생뚱맞지만 힘들 때 날 위로해 주신 국립공원 북한산한테 감사드린다"며 북한산 수상소감을 말한 것이 기억난다. 아직은 이 정도의 느낌은 아니지만 다녀올 때면 기분이 좋은 것 사실인 것 같다.
2024년 9월
초보도 즐기는 불암산 등산 도전기등산을 평소 즐겨 다니는 친구로부터 톡이 왔다.
'내일 불암산 등산 갈 사람? 아침 7시 30분 불암산 공영주차장!'
날이 덥기는 하지만 주중에 너무 운동량이 없었던지라 '이거라도 운동삼아 하지'싶어 함께 등산가기로 했다. 최근에는 날이 더워 새벽 5시 30분~6시쯤 가곤 하는데 이번에는 7시 30분이라 이상하다 생각했지만 조금은 선선해지고 해 뜨는 시간이 늦어져서 이렇게 정했나 싶기는 했다.
(후일담) 원래 3명이 함께 가기로 했는데 그중 한 명이 일찍 오기 어려울 듯하여 시간을 늦췄다고 한다. 그럼에도 결국 그 친구는 오지 못했다. 그런데 우리 중 누구도 화가 난다거나 그러지 않았고 담담하게 우린 바로 출발했다. 조금 예상을 했던 듯이. 사실 그 친구가 평소 늦는 경우가 많았기에 말이다. 오래된 인연이라 이 또한 우리는 쉽게 받아들이는 것을 보면 찐친이구나 싶다. ㅎㅎㅎ
9월 1일 새벽 5시 30분: 기상
7시 30분 약속이어도 집에서 출발하니 차로 거의 1시간 거리라 5시 30분에 기상. 혹시 하산 시에 무릎이 아플까도 싶어 활동이 편하게 무릎에 테이핑을 일부 했다. 스틱을 쓰거나 무릎보호대를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사실 나는 꽤나 캐주얼하게 다녀서 평소 쿠션 좋은 운동화에 테이핑 정도하고 모자를 쓰고 등산을 한다. 보통 등산을 자주 하는 분들은 등산화에 스틱 장착, 챙이 넓은 모자, 무릎보호대를 필수로 하기는 하는데 좀 더 자주 하게 되면 사야겠다 싶기는 하다.
오전 7시 20분: 불암산 공영주차장 도착.
주차가 쉽지 않다. 이미 주차된 차량이 많다. 다행히 구석 한 자리에 겨우 주차를 했다. 혹여 주차를 해야 하는 분이라면 좀 더 일찍, 7시 이전에 도착할 것을 추천한다. 그때는 편한 자리가 좀 있을 것 같다.
주차하고 바로 주차장 끝으로 가면 왼쪽에 계단이 있다. 오르면 관리사무소가 나오고 화장실도 보인다. 화장실 바로 왼쪽이 또한 등산로이다. 우리는 자세히 알고 간 것은 아니지만 어느 블로그에서 소개했던 제4 등산로로 가기로 했다. 드디어 출발.
오전 7시 40분: 드디어 출발
불암산(佛巖山)은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높이 508m의 바위산으로, 큰 바위 봉우리가 승낙을 쓴 부처의 형상과 닮아 ‘불암산’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천보산(天寶山)’으로도 불리며, 수락산과 인접해 있다.
불암산은 사암으로 이루어져 숲이 울창하지는 않지만, 능선을 따라 기암괴석이 이어져 있어 장관을 이룬다. 봄철 철쭉이 만개하면 산 전체가 화원을 연상시킨다고 한다.
북한산과 함께 암벽 등반 훈련지로 인기가 많아, 주말이나 휴일에는 암벽 장비를 갖춘 젊은 등산객들이 즐겨 찾는다고 한다. 정상에서는 북한산, 도봉산, 비봉, 보현봉 등의 아름다운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등산길 : 제4 등산로 (정암능선길)
불암산 공영주차장 > 관리사무소 옆/등산로 입구 화장실 > 제4 등산로로 진입 > 갈림길: 우측 능선길 선택 > 불암정 > 갈림길 : 우측으로 가서 거북바위를 지나 > 불암산 정상 도착
* 불암정을 지나는 등산로가 제4 등산로다.
* 계곡길과 능선길 선택의 길이 나오면 능선길을 선택하자. 즐기면서 산에 오를 수 있다.
하산길 : 제5 등산로 (정암사길)
불암산 정상 > 깔딱 고개 > 정암사 > 천보 체육회 (특이하게 중간에 체육시설이 있다. > 불암산 관리사무소 > 불암산 공영주차장
* 제5 등산로는 그냥 돌계단이다. 너무 잘 만들어진 돌계단이지만 설마 아니겠지 싶을 정도까지 계속 돌계단이라 내려가는 길이 좀 지루하다. 계곡에 물도 없다.
전반적인 소감 및 난이도
1. 초보도 갈 수 있는 힘들지 않은 산이다.
물론 암반이 있어 어려운 구간도 있지만, 다른 어떤 산보다 힘이 드는 산은 아니다. 관악산보다 쉽고, 청계산의 옥류봉보다는 조금 어려운 느낌이다. 하지만, 정상에 다다를 때 그리고 정산에 올랐을 때 나타나는 모습/뷰는 정말 '잘 왔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정상이 500m 이상으로 높아 확 트인 주변과 산 아래 마을이 멋있게 나타나고 정말이지 땀도 휙~ 날아간다.
2. 고도가 높아 보이는 풍경이 시원하고 멋지다. 다만,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조금 흠칫할 수도 있다.
사실 나는 고소공포증이 있는 편인데, 정상 근처 나무계단에서 잠시 아래를 내려보았을 때 조금 흠칫 무섭긴 했다. 올라갈 때는 위만 보고 올라가면 되니까 사실 큰 문제는 아니다. 내려올 때도 우측 난간을 붙잡고 내려오면 된다. 다수의 사람들은 멋진 풍경에 감탄하면서 오르내린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이라도 포기하기에는 조금 아쉬운 풍경이니 참고 등산에 성공하길 바란다.
Side Episode
1. 갈림길! 하산길에서 2시간 마냥 직진할 뻔한 이야기
우리는 올라갔던 길 그대로 내려오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오던 길에서 보이지 않던 직진을 하는 평지길이 계속 이어졌다. 혹시 잘못된 길인가 싶었지만 다른 길도 보이지 않아 그냥 무작정 걸었다. 그러다 친구가 튀어나온 나무에 걸려 넘어졌다.
이때! 우리는 같은 생각을 했다. 아! 이 길이 아니구나. 핸드폰을 꺼내 길을 확인하니 역시나! 친구가 말하길, 어느 블로그에 어떤 등산객이 아무 생각 없이 가다 2시간을 걸었다는 에피소드가 있었다고 말이다. 그게 우리가 될 뻔한 것이다.
주의! 갈림길에서는 보고 또 보고, 또는 물어보고 또 물어보자! 어쨌든 친구가 넘어져 손이 좀 쓸리기는 했지만, 돌아가라는 지시라면서 웃으면서 되돌아가 또 다른 갈림길이 깔딱 고개 길로 들어섰다.
2. 정상에서 배운 밧줄 교육! 산에서 만난 친절.
정상에 오르는 마지막 구간에서는 밧줄을 사용해야 하는데, 처음 해보는 사람에게는 쉽지 않다. 내려올 때는 더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다행히 친절하게 방법을 설명해 주고 도와주는 분들이 있어, 그날도 그 덕분에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었다.
등산을 하다 보면 이렇게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경우가 있는데, 요즘은 이런 모습이 드물어졌다. 친절이 부담스러울 수 있어 조심스러워진 탓일지도 모른다. 존중과 배려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정작 필요할 때는 조금 아쉽기도 하다. 그래도 이날은 오랜만에 따뜻한 친절을 느낀 좋은 날이었다.
1. 갈림길에서
등산 시, 능선길은 즐기면서 갈 수 있지만, 계곡길은 좀 지루하게 돌계단만 있다. (개인적 소감)
중반에 갈림길이 보이는데 고민이 된다. 어떤 길로 가야 할지? 계곡길 or 능선길
앞에 가시던 분들이 계곡길로 가서 고민하다 능선길 내려오는 사람들이 많아 능선길로 가기로 결정. 잘 한 선택이었다. 암반등산로가 있었지만 대부분 그래도 걸을만한 길이었고, 우측에 풍경도 좋아 올라갈 때 중간중간 쉬면서 즐기면서 갈 수 있었다.
2. 정상에서 꼭 아이스크림을 먹어보자.
"나는 메로나 메론맛, 친구는 폴라포 소다맛." 평소산에서 아이스크림을 잘 안 먹지만, "아이스케키!"라고 외치는 소리를 듣고는 지나치기 어려웠다. 정상도 가까워 잠시 쉬며 먹기 좋은 타이밍이었다.
메로나는 혀에 붙을 수 있다고 조심하라 했는데, 정말 바로 먹으려면 달라붙는다. 꽝꽝 얼어 있지만 더운 공기에서 금방 녹는다. 불암산 아이스크림은 시원한 기운을 느끼게 해준다. 이곳에서는 이체와 페이 결제도 가능하다.
3. 모기퇴치제 미리 뿌리자. 쉴 때, 앉아있을 때 검은 모기 조심하자.
두꺼운 운동복 타이츠도 뚫고 물어온다. 물론 나만 물렸다. 다리에 두 곳. 친구가 가져온 물파스를 급한 김에 운동복 위로 문질렀지만 가려운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사실 그때보다 집에 돌아온 뒤 2-3일이 더 가려웠다. 등산할 때 모기 잘 물리는 사람은 미리 모기 퇴치제를 뿌리고 가자.
4. 불암산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려면 오전 7시 전 도착을 추천한다.
주중에는 1분당 150원, 주말에는 무료로 개방되니 일찍 서두르면 편리하게 주차를 하고 산행을 할 수 있다.
5. 화장실
주차장에서 올라오면 관리사무소가 있고, 등산길 바로 입구에 화장실이 있으니 등산 전에 꼭 이용하세요. 산행 중간에 화장실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미리 들러서 필요한 준비를 마치는 것이 좋다.
6. 상쾌하고 즐겁게 등산을 위해, 전날 과식은 피하자.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경험상 전날 과식을 하면 다음 날 등산할 때 몸이 무겁고 컨디션이 좋지 않다. 평소 쓰지 않던 근육을 많이 사용해야 하기에, 전날은 가볍게 먹는 것이 좋다. 또한, 충분한 수면도 중요하다. 건강 체질이라 생각했지만, 등산 초반에 힘들었고, 하산 후에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운전을 할 때 졸음을 이기기 어려울 때가 있었다. 그래서 전날에는 소식하고 충분히 자는 것을 추천한다.
사진을 많이 찍지 않아 멋진 풍경을 모두 담아내지 못한 것이 아쉽다. 무엇보다도, 그 순간의 감동과 풍경을 온전히 공유할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 예전에 친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등산을 하다 보면 힘들지만, 그 과정에서 여러 고민이나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이 편안해진다"라고. 나도 그 말에 깊이 공감하지만, 거기에 더해 등산에서 느끼는 또 다른 점이 있다.
늘 못 오를 것 같던 산을 끝내 정상에 오르고, 다시 내려오면 그 순간 느끼는 작은 성취감이 있다. 어쩌면 사람들이 산을 오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려올 것을 왜 굳이 올라가느냐"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등산은 꼭 정상에 오르는 결과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르내리는 과정에서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생각, 그리고 동행한 사람과의 교감에서 배우고 깨닫는 것이 더 크다고 느낀다.
등산에 주저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래도 인생에 한번 정도는 시도해도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