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호란 Jan 02. 2021

[아듀 2020] 올해 본 드라마 추천 10편

올해 넷플릭스, 왓차, 웨이브를 두루 본 해였다.  원래 5편만 고르려고 했는데 도저히 줄일 수 없어서 10편을 선택했다. 넷플릭스에서 본 시리즈가 주를 이루었다. (왓차는 연초에 잠깐 구독했고, 웨이브는 12월부터 구독 시작했다.) 웨이브는 한국 드라마가 거의 다 있는 것 같다. 2021년은 한국 드라마와 함께 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아래 순서는 랜덤이다.


빨간 머리 앤 시즌 3 (넷플릭스)

원작과 많이 다르다. 다양한 소수자 문제를 다루었다.  시즌 3에서는 캐나다의 오래된 아킬레스건?인 원주민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2년 전에 나의 버킷리스트인 프린스에드워드 섬에 갔을 때 캐나다의 원주민 문제를 알게 되었다. 남아공의 인종차별 정책의 시작이 바로 캐나다의 원주민 분리 정책이었다.


시즌 3에서도 이런 사회 문제를 잘 보여주고 있다. 백인들이 원주민 아이들을 교육한다는 명목으로 납치하다시피 해서 '기숙사'에 가두고 학대하는 '동화 정책'을 실시한다. 그 과정에서 가족과 헤어지고 고통받아야 할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무거운 주제를 소위 '해피엔딩'으로 포장하지 않고,

두 감독은 있는 그대로 현실을 보여준다.


미투의 영향 때문일까, 남녀 성 문제도 조시 파이 사건을 통해 보여준다.

'열정'적인 앤은 신문사 동료들과 논의도 하지 않고, 여성에게 동등한 권리를 요구하는 칼럼을 쓴다. 작지만 의미 있는 '집회'도 연다. 이를 계기로 뜻밖의 친구들도 생기게 되고, 자신감도 얻는다. 적폐를 보면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사건을 계기로 폐쇄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신문 운영위 남녀 비율을 동등하게 3 대 3으로 바꾸는 쾌거를 이룬다. (여기서 레이첼의 역할이 정말 짠하다@@)


앤과 길버트는 막판까지 서로를 오해할 때는 미치는 줄 알았다. 좋은 친구(다이아나)와 길버트의 전 약혼녀 덕분에 둘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게 된다^^(역시 친구 잘 사귀어야 됩니다~~~).

시즌 4를 안 만든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있어서 2021년은 책을 읽으며 아쉬움을 달래야할 것 같다.


나 홀로 그대 (넷플릭스)


인공지능과 인간의 사랑을 다루려면, 아무래도 인공지능과 닮은 인물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래야 황당무계한 스토리로 흐르지 않으니까....

<나 홀로 그대> 장르는 미스터리 스릴러 로코라고나 할까?

윤현민은 1인 2역을 참 멋지게 소화한다. 까칠한 지오맵 대표 '고난도'... 그리고 정반대의 따뜻한 인간미? 가 넘치는 AI '홀로'. 안면인식 장애를 가진 여주 '한소연'. 왜 안면인식 장애일까 궁금했었는데, 그 내용도 뒤에 밝혀진다.


처음엔 대체 AI와 인간의 사랑을 어떻게 풀까 싶었지만, AI는 실제로 어머니의 사랑의 산물이라는 게 밝혀지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주인공들의 썸 타는 장면들도 좋았지만 조연들의 성격과 개성도 마음에 들었다.

마지막 장면 고난도 누나 '고유진'과 파파보이 '찬성'의 결혼도 훈훈하고....

또 하나의 교훈은 사이코패스 아버지를 뒀다면 멀리하는 게 상책이라는 것이다. (괜히 혈연에 연연하지 말기)

마지막 엔딩은 <JSA 공동경비구역>을 연상케 했지만, 나름 웰메이드 드라마다.




루시퍼 시즌 5 (상) (넷플릭스)

시즌 5가 상하로 나눠서 올라온다고 한다. 난 그것도 모르고 8부가 너무 짧다고 느꼈었다.

시즌 5(상)의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루시퍼의 쌍둥이 마이클의 등장이다.

마이클은 미국식 영어 발음을 구사한다!! 정말 발음 차이일 뿐인 데 어쩜 그리 없어 보이는지...루시퍼의 찌질이 버전이다.


드디어 클로이와 루시퍼의 러브러브 모드!

하지만 그전에 클로이는 루시퍼가 겪었던 갈등을 고스란히 밟는다.

자유 의지 없이 단지 신이 루시퍼를 위해 창조한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하지만 이때 어매니딜이 참 멋진 조언을 해준다.

클로이를 루시퍼를 위한 '선물'로 창조한 것이 아니라 루시퍼에게 욕망을 투사하지 않은 '선물'을 준 것이라고.... 결국 둘은 사랑을 확인하지만 시즌 5(상)에서는 루시퍼가 클로이에게 한 번도 사랑한다는 말을 안 하는 것 같다. (분명 다른 시즌에서는 했던 것 같은데...) 둘이 계속 러브러브 모드면 좋겠지만, 역시 루시퍼의 무의식이 또 방해를 한다. 사람의 욕망을 읽을 수 있는 마력(mojo)을 클로이에게 뺏기면서 엄청 불안해한다.

8 화에서 드디어 '신'이 모습을 들어내면서 마무리 지었따. 흑인의 모습으로 나타나다니! 빨리 다음편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시즌 6까지는 확정되었고, 진짜 마지막이라고 한다. ㅜㅜ



보건교사 안은영 (넷플릭스)

정세랑 작가 책은 거의 다 읽었다. <보건교사 안은영> 의 주인공 안은영과 홍인표를 어떻게 스크린에 구현할지 궁금했는데, 정유미와 남주혁을 캐스팅한 건 신의 한 수다! 정말 싱크로율 10000%.

갓을 쓰고 수업하는 한문 선생님 인표. 장난감 칼을 들고 젤리를 처치하는 보건교사 은영. 다만 책과 다른 점은 일광소독의 역할이다. 책에서는 그렇게 큰 비중은 없었다.

'옴잡이'를 어떻게 표현할지도 궁금했는데, 옴을 정말 귀엽게 나타나서 재밌었다. 옴을 먹는 '옴 잡이'혜민 역의 송희준도 눈에 띄었다. 청순하면서도 4차원적인 느낌이랄까?


살짝 아쉬운 건 학교의 다른 교사들의 역할이다. 6부작이라 모든 스토리를 다 넣기 어려웠을 것이다.

시즌 2가 나온다면 다른 교사들의 이야기도 더 나왔으면 좋겠다. 설립자 할아버지의 이야기도 알고 싶고.


OST도 귀에 팍팍 꽂힌 재미있고 시각적으로도 만족스러운 드라마였다.


유성화원 (중국판 리메이크) (넷플릭스)

대만에서 2001년 유성화원이란 이름으로 드라마가 나왔다. 오히려 일본보다 먼저 드라마가 나왔다. 대만도 일본의 식민지였는데 (1895~1945) 우리만큼 반일 감정이 심하지 않은 것 같다. 확인해보니 넷플릭스에 일본판 '꽃보다 남자' 영화가 올라와 있다.

2018년 중국판 '유성화원'이 나왔지만 넷플릭스에는 올해 올라온 것 같다. 개인적으로 2018년 판이 훨씬 세련되고 공감이 갔다. 다른 리메이크들은 일본 원작을 많이 따라서 그런지 좀 폭력적이다. 하지만 중국판 유성화원은 트렌디하면서 발랄하다. F4도 대만판 F4와 달리 근육질도 아니고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응원하게 된다. 대만판에서는 무슨 조직폭력배 같은 인상이었는데...(그리고 대만 F4는 연기를 진짜 못했다!)


2018년판 <유성화원>은 훨씬 심리 묘사가 섬세해서 여성 감독이 아닐까 싶었는데 역시 중화권 드라마의 대모 차이즈핑 감독이었다. 우선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브리지'라는 카드 게임을 도입한 것. 원작에서는 조커 카드를 이유없이 남발해서 개연성이 떨어졌는데, 이번 드라마에서는 브리지와 조커 카드의 개연성을 잘 만들었다. 실제로 브리지는 세계적인 스포츠인데 한국이 유일하게 출전을 못한 종목이기도 하다.

전반적으로 매우 사랑스럽고 따뜻한 드라마로 리메이크 됐다. 원작은 보지 말고 이 드라마만 보면 될 것 같다.


러브 데스티니 (태국 드라마)(넷플릭스)


태어나서 처음으로 태국 드라마를 봤다. 비교적 최신 드라마인데, 정서가 많이 보수적이다.

솔직히 태국은 우리나라보다 더 개방적이라 생각했다. 일단 동성애, 트랜스젠더가 우리나라보다 많고,

모계 사회라는 얘기를 들어서 훨씬 연애 등에 대해서 자유로울 줄 알았다. 하지만 의외로 스킨십이 매우 소극적이고 (역사극이라 그런가?) 배경이 17세기라 그런지 더 보수적이고, 남녀 차별적이다.

그리고 의외로 폭력적;;; (하인들을 가축 다루듯이 마구 뺨을 때리고, 발로 차는 장면이 흔하다;;;; 한국에선 그런 장면은 상상하기 힘든데....)

무엇보다 태국 여배우들을 보며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오는 여배우마다 어쩜 그리 이쁜지~~ 상대적으로 남자들은 평타 수준.

동남아 사람들이 왜 송승헌 같은 배우를 좋아하는지 이해가 간다.

태국 드라마 입문용으로 <러브 데스티니>를 추천한다.



마성의 기쁨 (넷플릭스)


가장 성숙한 사랑과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그린 드라마.

이 드라마의 장점은 캐릭터마다 고유의 매력에 있다는 것이다. 사랑스럽지 않은 캐릭터가 없다. 기쁨의 가족인 자랑, 사랑 그리고 시인 아버지, 양 비서, 닥터 윤, 란주 등등 기억에 남는 캐릭터들이 정말 많다.

 

무엇보다 마성과 기쁨의 성숙한 사랑이 제일 마음에 든다. 요즘 드라마는 유치하기 짝이 없는 설정 때문에 보면서도 그닥 만족스럽지 못했는데 이 드라마는 절대 그렇지 않다. 대사 하나하나, 사건 하나하나 감탄하며 보게 된다.


특히 재벌이지만 한류 스타의 꿈을 품은 마성의 사촌동생 성기준이 없었으면 이 드라마는 밋밋했을 것 같다. 할 말 다 하며 맞는 말만 뱉는 그가 참 멋지고 응원하고 싶어지게 만든다.

치매라는 어려운 주제를 사랑으로 풀어내고 있다. 기억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뇌에 남는다고, 적절한 자극만 있으면 기억이 소환된다는 말이 위안이 되었다.

 


킹덤 시즌 2 (넷플릭스)

확실히 시즌 1보다 시즌 2가 더 볼거리와 이야깃거리가 많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중전의 모략. 자신의 아버지마저 살해하는 싸이코패스. 반대로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세자.

끝까지 그 원칙을 고수하는 것이 존경스럽다.


<킹덤>은 시즌이 거듭할수록 더 재미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계속 의녀와 세자는 생사초의 비밀을 캔다. 더 큰 비밀이란 것이 뭘까?

묘하게 좀비와 코로나19 사태가 겹쳐진다. 역병이란 것이 초반 퍼지기 전에 어떻게 대처하는 지가 중요하고,

이를 막기 위한 병사들이 꼭 현재 의료인들을 연상시켰다.

시즌3 떡밥으로 전지현이 나오는데 빨리 보고 싶다.


시녀이야기 (웨이브)


훌루에서만 볼 수 있다고 해서, 한국에선 못 볼 줄 알았는데, 다행히 웨이브에 올라와 있다.

그래서 <시녀 이야기>를 보기 위해 웨이브에 가입했다.

예전에 <체르노빌> 보려고 왓차에 가입했었는데....


시녀이야기는 미국에 엄청 반항을 일으켰다. 트럼프 정권과 유사한 면이 있어서 그럴 것 같다.

극우주의, 생명경시, 여성 혐오, 극단적 기독교 교리주의 등등.

줄거리는 2000년대 미국. 세상은 우울하고 비극적이다. 출산율은 떨어지고 환경은 파괴된다.

극단적 기독교주의자들은 자신들이 꿈꾸는 '기독교 세상'을 만들기 위해 테러를 자행한다. 그렇게 해서 미국 내에 '길리어드 (Gilead)' 라는 국가를 세운다.  이 나라는 완전 미친 나라다. 출산율을 해결하기 위해 '시녀'를 만든다. 가임기 여성이고 대부분 납치됐다. 강제로 감금당하고 폭행한다. 이들의 임무는 '사령관' 부부의 아이를 낳는 것. 한 달에 한 번 강제 성관계를 맺게 한다. 기독교 성경을 빌미로 자행하는 행태는 충격적이다.

<시녀이야기>는 마가렛 애트우드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캐나다 출신 작가는 1985년에 이 책을 발간했다.

그녀의 통찰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시녀 이야기>가 더 끔찍한 이유는 지금도, 예전에도 여성을 단지 '가축'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비건 지향이다. 가축도 그런 취급을 받아야할 이유가 없다.) 아프가니스탄의 탈리반, 위안부, 나치의 인간 배양소, 인신매매.

아직도 여성의 몸을 이용하고 착취하는 사례들이 널려있다.

충격적인 비주얼로 세상에 강한 메시지를 던진 작가. '시녀'가 되지 않기 위해서 지금도 여성들은 싸우고 있다.


바자르의 불꽃 (넷플릭스)

영어 제목은 Bonfire of Destiny 운명의 불꽃, 프랑스어 제목은 자선바자회. 우리나라 제목은 영어와 프랑스어의 중간.


실제 1897년 파리에서 일어난 자선바자회 화재를 바탕으로 한다. 126명이 사망했는데 대다수가 여성이었다. 화재 진압도 엉망이었지만, 남자들이 살기 위해 연약한 여성과 아이들을 밀치고 도망 나왔다. 시체들이 화재로 심하게 훼손되어 치아로 신원을 식별하는 최초의 사건이 되었다.


로즈는 사랑하는 남자가 있지만, 화재로 엉망이 된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 거라 생각해서 다른 사람인 척 살기로 한다. 귀부인은 바람피우는 사위에게 자신의 재산을 줄 수 없어 이런 극단적인 일을 꾸민다. 또한 자신이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손자를 혼자 둘 수 없었다. 그래서 생판 모르는 남인 로즈에게 모든 것을 상속하기로 한다. 과부인 여자만이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모순적이다. 그리고 영화에 나오는 무정부주의자들이 오히려 앞장서서 여성의 권리를 주장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시즌 2가 나오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면 너무 막장으로 흐르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고증을 거쳐서 드라마를 만든 것 같아 볼 만하다. 당시 프랑스에서 여성의 열악한 지위를 잘 보여준다. 실제로 여성은 소유물 취급을 당했다. 마음대로 이혼도 할 수 없었고, 정해진 남자와 결혼해야 했다.


아버지가 무리하게 영화 산업에 투자하는 바람에, 파산하게 되었고 유일하게 집안을 일으킬 수 있는 방법은 앨리스의 결혼. 자신을 버리고 도망간 약혼자를 경멸하지만 집안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결혼을 택한다.

비겁한 것 같던 앨리스의 약혼자나 앨리스의 아버지도, 그저 평범한 양면성이 있는 인간이란 걸 보여줘서 볼만했다. 실제로 귀족이 아닌 사람들이 화재 당시 인명을 구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고 한다. 그나마 그런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126명만 죽었는지도 모르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