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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호란 Jun 04. 2021

탈디즈니적, 반디즈니적 영화 추천 <크루엘라>

Cruella (2021)



요즘 디즈니 영화를 보면 변신과 전복을 시도하는 것을 느낀다. 솔직히 <크루엘라> 예고편을 봤을 때는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의외로 평이 좋아서 짬을 내서 보러 갔다. 백신의 효과인가? 낮 시간대인데 영화관에는 열댓 명 이상이 영화를 보러 왔다.



줄거리


크루엘라가 왜 에스텔라가 아니라 크루엘라로 살게 되었는지 그녀의 탄생과 가족 내력부터 시작한다.  강하고 개구쟁이에 참지 않는 에스텔라는 학교에서 항상 싸우고 말썽을 피운다. 하지만 그녀가 싸우는 상대는 늘 자신을 괴롭히는 존재라 통쾌했다. 오히려 그런 에스텔라를 이해하지 못하는 학교 교장이나 사회가 더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배경을 60년대 언저리로 잡은 것 같다. 그런 에스텔라를 늘 지지하고 응원한 엄마가 있어서 에스텔라는 조금 더 착하게 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초등학교를 퇴학 아니 자퇴를 하자 엄마와 에스텔라는 런던으로 향한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았던  엄마는 누구를 만난다며 대저택으로 향한다. 패션 디자이너가 꿈인 에스텔라는 차에 있으라는 엄마의 말을 무시하고 파티장으로 몰래 잠입한다.


그곳에서 대머리 집사(보리스, 마크 스트롱)에게 붙잡히고, 도망고, 달마티안(크로아티아 경비견!)에게 쫓겨 정원으로 나가게 된다. 절벽 앞에 엄마와 유명한 디자이너(남작부인, 엠마 톰슨)가 실랑이를 벌이는 것을 본다. 하지만 자신을 쫓던 개들이 엄마를 공격하자 에스텔라는 충격에 빠진다. 개들에게 밀려 절벽에 떨어진 엄마의 죽음이 자신의 탓이라 자책하는 에스텔라는 어찌저찌 해서 런던에 반려견 버니와 함께 도착한다. 엄마와 같이 오기로 한 분수대 앞에서 밤새는 에스텔라. 그곳에서 자신의 가족이 될 두 소매치기 소년을 만난다.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반백반흑 머리를 감추기 위해 염색을 하면서 에스텔라는 소매치기 생활을 시작한다.



10년 후 친구 재스퍼의 도움(사기)로 에스텔라가 원하던 백화점에 취직한다. 그곳에서 남작부인의 눈에 띄어 스카우트가 되고 열망하던 디자이너의 삶이 시작된다. 하지만 자신의 엄마를 죽인 것이 남작부인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에스텔라는 복수를 하기로 결심한다. 크루엘라로 남작부인 앞에서 나타나 그녀보다 더 성공한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온갖 퍼포먼스를 한다. 하지만 대반전! 크루엘라의 친엄마가 남작부인이다! (나는 혹시 마크 스트롱이 아빠인가 싶었는데;;) 사이코패스 기질이 있는 남작부인은 아이를 고 ‘처리’하라고 보리스에게 넘긴다. 크루엘라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그때까지 산 것이다.


크루엘라는 그런 자신의 핏줄과 자신을 사랑으로 키운 엄마(남작 부인의 가정부)를 모두 인정하고, 에스텔라가 아닌 크루엘라로 살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디즈니 영화이기 때문에 권선징악은 실현하고 끝내야겠죠?자신의 엄마가 살해당한 그 장소에서 에스텔라는 남작부인을 만나고, 파티 참석자들과 경찰이 목격한 가운데 자신의 예상대로 남작부인이 자신을 절벽 아래로 밀자, 죽은 척하고 크루엘라로 새 인생을 시작한다.



지금까지의 고분고분한 여성 주인공이 아니고, 어떻게 보면 자식을 죽이러 한 엄마라는 설정이 제일 충격적일 것이다. 오랜 세월 혈육을 내세운 디즈니였지만, <크루엘라>에서는 혈육이 아닌 자신이 선택한 가족과 함께 살기로 결정한 설정이 가장 반디즈니적, 탈디즈니적이지 않을까? 이런 소재라면 언제든 환영이다. 크루엘라 속편이 기대되는 이유다.



여담이지만, 자막에서 굳이 남작부인을 계속 바로네스 baroness, 봄 컬렉션을 스프링 spring collection으로 그대로 번역한 건 좀 성의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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