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을 작년에 시작하면서 일체 생명을 가진 것을 먹지 않기로 했다. 고기는 물론 생선도 포함된다. 회를 워낙 좋아해서 끊는 것에 대해 걱정을 했지만 의외로 힘들지 않았다. 생각보다 식탐이 없는 건지, 요즘 대체재가 많아서 그럴 수도 있다. 오히려 밀가루를 끊으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
올해 초 <씨스피라시>가 나왔을 때 어마어마한 반항을 불러일으켰다. 내가 만약 도시가 아닌 바닷가에서 태어났다면 난 해양생물학을 전공했을 것 같다. 엄마 고향은 강원도 묵호라 해산물 먹는 게 너무나도 당연하다. 그렇다고수영을 잘 하진 못하더라. 산, 바다 다 좋지만 이상하게 난 바다생물 – 해마, 돌고래, 불가사리, 문어 등에 대한 경외심은 늘 갖고 있다. 지구의 70%가 바다인데 설마 바다가 잘못되는 일이 있을까 안이하게 생각한 것도 있는 것 같았다.
<씨스피라시>는 인간의 탐욕과 돈이 개입되는 순간, 지구에서 안전한 생명체가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최근 미세플라스틱, 해양 오염, 산호초의 백화현상 등을 접하면서 단순히 지구 온난화, 쓰레기 문제라고만 생각했다. <씨스피라시>에서는 바다 어업, 아니 바다생물 착취 시스템의 민낯을 보여준다.
다큐멘터리 감독 알리 타브리지(Ali Tabrizi)는 처음에는 고래사냥을 폭로하는 다큐를 기획했다. 점점 조사할수록 고래사냥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발견한다. 일본의 돌고래 사냥은 유명하다. 일본의 야만적인 이중성에 소름 끼친다. 일본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노르웨이, 영국, 캐나다, 미국, 중국 등 어업이 발전한 곳에서 자행하는 일이다. 단순히 물고기를 잡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무차별적으로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고 생명의 씨앗을 싹쓸이 해버린다.
절대 ‘지속가능’하지 않은 수산업. 이를 유지하기 위한 말도 안 되는 ‘돌고래 안전’ 인증 마크, 선상을 감시하기 위해 보낸 모니터 요원들의 살해, 인력을 수급하기 위한 노예산업, 양식업의 비윤리성 등. 양식된 연어들이 실제로 어떤 상황인지, 살구색을 내려고 얼마나 많은 염색약을 쓰는지, 알면 절대 먹을 수 없다.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모든 고기를 먹지 말아야 한다. 계속 인간이 무분별하게 포획하고 살해를 한다면 2048년에는 바다 생명체가 하나도 남지 않을 수 있다.
차라리 잘 된 일인가? 인간이 없어져야 생태계가 살아날까?
인간의 가장 큰 장점은 공감 능력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 어떤 생명체도 인간처럼 반려동물, 반려식물, 기계에 몰입하고 애정을 주는 존재는 없는 것 같다. 돌고래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을 보았는가? 이런 인간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생태계, 사회에서 살면 좋겠다. 더 많은 사람들이 육식을 그만하고, 어업의 파괴성에 목소리를 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