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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호란 Aug 05. 2021

현실이 더 극적일 때가 있다. 영화 <모가디슈>를 보고

이제서야 밝힐 수 있다. <모가디슈>는 1991년 소말리아 내전으로 고립된 남한과 북한의 외교관 직원들을 조명한다.

소말리아는 2008년부터 2013년까지 6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실패한 국가 1위를 기록했다. 20년 넘는 내전 기간에 이어  2012년 연방정부 제도를 도입하고 새 헌법을 채택하고 20년 만에 연방정부 대통령을 선출했다. 하지만 여전히 정치적으로 불안정하다. 알샤바브라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가 소말리아 남부를 점령하고 있고 알 카에다와 연관되어 있다. 영화에서도 잠깐 보여주지만 소년병 문제도 심각하다.

영화 <모가디슈> 는 1991년 1월 12일 군용기를 타고 남북한 외교관 직원들이 케냐로 탈출하기까지의 긴박했던 여정을 다룬다. 1990년 12월 30일 소말리아 반군 세력인 아이디드 장군이 바레 정권의 장기 독재에 반기를 들고 수도를 침공한다. 1월 7일 모가디슈 공항에 구조기가 온다고 하여 강신성 대사(김윤석)는 공항으로 나가지만 이탈리아 시민만 태우고 5분 만에 떠난다.


남한과 북한의 협력을 영화에서는 극적으로 각색한다. 북한 대사관이 괴한에게 습격당하자 중국 대사관으로 가던 중 반군으로부터 도망치다 남한 대사관에 가게 된다.

인도적 차원에서 도와줄 것을 요구하는 북한 림용대사(허준호). 둘은 각자의 외교라인을 동원해 모가디슈를 나갈 수 있는 방안을 찾기로 한다. 북한 대사는 이집트 대사관에서 구조기를 타기 어렵다고 듣지만 이탈리아 대사관에 간 남한 대사는 8명의 자리는 있다고 듣는다. 하지만 외교 수교가 안된 북한 직원을 태우기는 어렵다는 말을 듣자 남한 대사는 북한 직원들이 전향을 밝혔다고 거짓말을 한다. 이렇게 극적으로 남과 북은 구조기를 타고 내전이 막 시작한 모가디슈를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게 된다. 안타깝게도 북한 직원 1명은 이탈리아 대사관으로 가는 과정에서 총을 맞아 숨진다. 실제로 북한 서기관이 총알을 맞아 숨졌었다.

실존 인물인 강신성 대사는 퇴임하자 소말리아에서의 경험을 다룬 장편소설 ‘탈출’로 2006년 등단을 했다. 지금은 절판된 책 ‘고도를 찾아서’에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잠깐 소말리아 역사 공부


1886년부터 소말릴란드는 영국 식민지가 되었고 내륙은 에티오피아에게 넘어갔다. 1936년 이탈리아가 에티오피아를 점령하면서 내륙지방도 같이 넘어갔다. 2차 세계대전 종식 이후 영국령 소말릴란드는 독립했고 내륙의 이탈리아령 소말릴란드는 유엔의 신탁통치를 받다가 독립하여 1960년에 소말리아 공화국이 되었다. 1977년 쿠데타로 바레가 집권하였고 1991년 축출당한다. 영화는 이때를 배경으로 한다. (마침 1991년 소말릴란드가 북쪽에 독립을 하지만 여전히 미승인 국가다)

영화<블랙 호크 다운>(2001)  1993년 모가디슈 전투에서 미군이 패하고 1995년 손을 떼고 철수한 내용을 담고 있다.

1992년 소말리아 대기근이 기억난다. 30만 명이 굶어 죽었다. 이때가 아이디드가 통치하던 시기였고, 그는 각국에서 보낸 구호물자들을 빼앗았다고 한다. 그 먼 나라에서 한국과 관련된 사건들이 벌어졌다는 것은 생각도 못했다. 역시 세계는 연결되어 있고,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묵과할 수 없는 이유다. 현재 미얀마도 내전 중이고 2011년 시리아 내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전쟁으로 고통받는 평범한 사람들을 위해 우리가 뭘 할 수 있는지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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