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의 가치 (2)
“저기 제이슨 오네.”
어젯밤 타고 왔던 빛바랜 파란색 트럭을 몰고 제이슨이 오는 게 보였다. 도현은 제이슨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트럭에 올라탔다. 나도 따라 오르며 제이슨에게 수줍게 인사했다. 제이슨은 어젯밤에 봤을 때보다 더 나이 들어 보였다. 검은 피부와 넓은 코는 전형적인 호주 원주민의 특징이라고 했다. 햇빛 아래에서 본 제이슨의 피부는 수염과 대조돼 더 어두워 보였다. 다윈이 속한 노던 준주에는 애버리지니가 30%를 차지한다고 읽은 것 같았다. 트럭은 출발했고 앞자리에 앉은 도현과 제이슨은 막힘없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신기한 듯 나는 바라보았다.
메인트리 악어 농장은 호주 3대 악어 농장에 속했다. 1970년대에 세워지고 1만 마리 넘는 악어를 사육한다. 기숙사에서 30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농장은 차량 없이 이동하기에는 힘들어 보였다. 농장에 가까워질수록 바람에 실린 악취가 코를 찔렀다. 트럭은 1층짜리 벽돌 건물 앞에 섰다.
도현은 건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가 해처리야. 새끼 악어들을 가두는 곳이지.”
도현은 트럭 뒤에서 짐을 옮기는 제이슨을 도와주러 내렸다. 트럭 뒤에는 수십 개의 상자가 쌓여있었고 나도 그중 하나를 들고 해처리안으로 들어섰다. 상자는 묵직했다. 해처리안에는 새끼 악어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었다. 묘하게 귀엽기도 하고 징그럽기도 했다.
“새끼들 맘마 줘야지. 빨리 상자 열어.”
옆에서 상자를 여는 도현을 따라 나도 서둘러 상자를 열었다.
“헉! 이게 뭐예요?”
상자 안의 닭대가리를 보며 순간 놀랐다. 나는 새끼 악어들이 우유를 먹을 거라 생각했었나? 눈앞에 쌓인 수백 개의 닭대가리는 기이한 느낌을 주었다.
도현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새끼 악어는 그나마 귀엽지. 성체 악어를 보면 놀라 자빠진다.”
몇백 개의 닭대가리를 보는 건 시각적으로나 후각적으로도 고역이었다. 몇 번 헛구역질이 올라오는 것을 꾹 눌렀다. 무리 지어 있는 악어들을 보니 나도 마치 수용소에 갇힌 느낌이 들었다. 해처리안의 온도는 부러 30도로 올려놓았다. 땀이 온몸을 타고 흘렀다. 고향의 물결치는 파도와 바닷바람이 절로 생각났다. 상자에 있는 닭대가리를 다 나눠주자 오전이 후딱 지나가 버렸다.
“뉴비 잘 견디는데. 첫날에 토하고 쓰러지는 사람도 있어.”
도현은 담배를 물고 말했다. 담배 냄새가 땀과 썩은 고기 냄새를 감춰주는 것 같았다. 나는 해처리 바깥벽에 기대어 쭈그리고 앉았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광활한 평야가 형성한 지평선을 무심히 내려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