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의 가치 (3)
“악어 농장은 처음이지? 하긴 한국 사람이 악어 농장은 언제 가봤겠어?”
도현은 설명을 이어 나갔다. 악어 농장은 크게 세 파트로 나뉜다. 알에서 부화한 악어를 관리하는 해처리, 악어의 크기에 맞춰 분류하는 아웃도어, 그리고 가죽을 처리하기 전에 악어가 마지막으로 머무는 싱글팬. 대개 1년 지나면 새끼 악어는 아웃도어로 이동한다. 다 큰 악어가 작은 악어를 공격할 수 있기 때문에 크기별로 악어를 분류한다. 독방인 싱글팬은 악어가죽을 벗기기 전 악어를 가둬 놓고 가죽 상태를 점검하고 이물질을 청소하는 곳이다. 고급 가죽을 얻기 위해서는 악어를 빨리 살찌워야 하므로 단백질이 풍부한 닭이 주어진다. 새끼 악어는 닭대가리, 성체 악어는 닭 몸통을 먹는다.
“악어가죽의 가치가 얼만지 알아?”
도현은 맞춰보라는 듯이 물었다.
“글쎄요. 백만 원?”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비싼 가방이었다.
“백만 원? 택도 없다. 공 한두 개는 더 붙여야지.”
“네?”
가방 하나가 대학 등록금보다 비싸다니. 나는 악어의 수만큼 악어가죽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더 놀라웠다. 악어 농장이라는 건 아프리카나 아시아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청정자연의 나라 호주에도 악어를 가두고 사육하고 도살하는 농장 아니 공장이 있다니.
“그런데 이 냄새는 적응이 됩니까?”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닭 냄새와 피 냄새의 조합은 역겹고 부자연스러웠다. 처음 맡아봐서 그런지 더 불쾌하고 견디기 힘들었다.
도현이 고개를 저었다.
“적응돼 긴. 그냥 참는 거지.”
쉽게 돈 버는 일은 없었다. 더럽고 비인간적이고 비위생적이고 목숨까지 내놓으니 시급이 높았다. 호주에서는 이민자들이 도살과 무두질과 같은 궂은일을 도맡았다. 아시아의 젊은 청년들이 악어 농장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는 이유다. 한국에서 축산업, 어업, 농업은 동남아 이주노동자들이 다 한다더니 나의 신세와 동남아 이주노동자의 신세가 뭐가 다른가.
4년 전에 어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지고 2년 정도 누워 있다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작년에 교통사고로 허리를 다친 뒤 병원비를 내가 책임져야 했다. 4년제 대학에 겨우 들어갔지만 생활비와 학자금을 마련하느라 늘 몸은 고단했고 만성피로에 시달렸다. 호주의 농장 일은 짧은 시간 안에 목표한 돈을 마련할 수 있는 만만한 일이라 생각했다. 2학년 2학기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호주 워홀을 선택했다. 미래유학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고에는 호주 북부의 악어 농장에서 일할 건실한 남자를 찾고 있었다. 주당 50시간 근무에 주급 1,000불. 삼 개월만 일하면 12,000불을 벌 수 있었다.
한국에서 안 해본 일이 없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편의점 알바, 배달 라이더, 막노동에 단련된 몸이라 몸 쓰는 건 두렵지 않았다. 호주 워홀을 선택할 때도 식당이나 마트 대신 경험해보기 힘든 농장 일을 선택했다. 야외에서 하는 다른 농장 일은 날씨의 영향을 받지만 악어 농장 일은 그렇지 않았다. 급여가 높은 것도 선택하는 데 한몫했다. 워홀로 최대 2년을 지낼 수 있었지만 나는 일 년만 있을 생각이었다. 악어 농장에는 삼 개월만 다니고 다른 도시에서도 일해보고 싶었다. 서비스업보다 농장 일이 영어를 배우기 수월할 것 같았다. 솔직히 영어를 덜 쓰고 스트레스도 덜 받을 거라는 나의 단순한 계산은 첫날부터 무참히 깨졌다. 영어를 덜 쓸지는 모르지만 결코 스트레스가 적은 일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