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눈물
제가 네팔 카트만두로 파견시 2012년에 작성했던 글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 홈페이지에서도 확인이 가능합니다 > 스리딜란 학교 완공식에 흘린 부모의 눈물
안녕하세요. 지난 12월 스리딜람 초등학교 방문기를 전해드렸는데(죽은 아이를 기리기 위한 학교, 네팔 스리딜람 학교 방문기), 이번에는 완공 소식을 전하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지난 4월 11일, 저는 스리딜람 초등학교 후원자와 함께 완공식에 다녀왔습니다. 베리 구역 반케 지역 나우바스타 마을(Bheri Zone Banke District Nauwbasta VDC)에 위치한 스리딜람 학교에 가기 위해서는 카트만두에서 1시간 정도 국내선을 타고 네팔건즈로 이동한 후 다시 차를 타고 1시간 정도 가야 합니다. 한국에서 오신 후원자님은 몸이 불편하셔서 네팔 오시기 전날까지 링거를 맞았다고 했습니다. 때문에 저는 후원자님께서 학교를 방문하실 수 있을지 많이 걱정했습니다. 다행히 자신을 기다릴 지역주민들과 아동들을 생각하며 힘을 내신 후원자님은 비행기에 몸을 싣고 무사히 네팔건즈에 도착했습니다.
사진/ 나우바스타 마을 주민들이 한국에서 온 후원자에게 축복의 의미인 티카(이마의 붉은 점)를 찍고
말라(꽃목걸이)를 걸어주며 마을 방문을 환영했습니다.
완공식 전날, 네팔건즈 공항에서 도착하고 짐을 푼 뒤, 우리 일행은 학교를 둘러보기 위해 세이브더칠드런 사업장 직원과 파트너 NGO 직원들과 함께 나섰습니다. 스리딜람 학교에 도착하자 마자 우리를 반긴 것은 대나무로 엮은 축하 플래카드였습니다. 이곳에서 대나무는 축복을 의미하는 길한 식물이어서 손님을 맞이하는 주민들의 정성 어린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대나무를 통과하자 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완공된 4칸짜리 학교 건물과 놀이터에서 활기차게 뛰어 놀고 있는 아동들이었습니다.
사진/ 스리딜람 학교 운동장에 새로 설치된 놀이터에서 즐겁게 노는 아동들
불과 5개월 전만 해도 불모지였던 이곳에 멋진 건물과 아이들이 마음껏 뛰노는 놀이터를 보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사진/ 완공된 스리딜람 초등학교의 전경
예전 학교 건물은 어땠을까요?
아래 사진의 오른쪽 건물이 바로 예전 학교 건물입니다.
사진/ 오른쪽의 건물이 작년까지 이곳 학생들이 공부하던 예전 건물
새 학교는 외관만 깔끔할 뿐 아니라 내부도 아동친화적으로 꾸며졌습니다.
사진/ 아동친화적으로 꾸민 교실 내부 모습. 네팔어의 기본 글자(왼쪽)와 알파벳이 적혀있다
스리딜람 학교를 후원한 한국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온다는 소식에 들뜬 지역주민과 부모들은 완공식 전날 우리를 초대해서 한국 후원자를 만나기까지 머나먼 발품을 판 이야기며 학교를 짓는 과정에 직접 참여한 일 등 그동안 학교를 세우기 위해 힘 써온 일들을 들려주었습니다.
사진/ 한국에서 온 후원자와 만나기 위해 지역주민들이 모였는데, 주민 중에서도 특히 어머니들과
아동들이
많이 참석했다
특히 학교로 모여든 어머니와 교사는 한국 할머니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며 후원자에게 따로 한마디 말씀을 부탁했습니다. 홍금순 후원자님께서는 “몸이 많이 불편해서 과연 네팔에 올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이렇게 반겨주시는 지역 주민들을 보니 힘이 많이 난다”며 “앞으로 학교가 잘 운영되어 아동들이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다음날 학교 완공식이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는 지역교육당국과 학교운영위원회 회장, 교장선생님, 그리고 학교설립에 공헌한 지역 주민들이 참여했습니다. 한국 후원자님의 축하 연설에 이어 주민들은 다양한 문화행사를 선보였습니다.
사진/ 완공식에서 문화 공연을 선보이는 아동들
지역 주민들은 비록 가난하고 배우진 못했지만 자식들은 번듯한 학교에서 공부하게 돼서 매우 자랑스러워했습니다. 완공식에 참석한 한 아동은 다른 학교에 다녔다가 스리딜람 학교가 완공되면서 이 학교로 전학왔다는 이야기도 전했습니다. 그는 스리딜람 학교는 체벌이 없고 교사가 학생의 눈높이에서 가르쳐 주어 좋다고 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아동의 권리를 존중하고 질 높은 교육을 펼치기 위해 교사 훈련과 체벌금지 옹호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아동은 현재 스리딜람 학교가 3학년까지만 운영하고 있어서 4학년부터는 다른 학교로 가야 돼서 무척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다행히 지역교육당국 대표자는 향후 2년 동안 4-5학년 교실을 지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김태술 후원자님은 연설에서 후원하게 된 계기를 밝혔습니다.
“지금 이렇게 학교 신축을 축하하는 자리에는 저희가 왔지만 사실 저희는 아들의 심부름을 대신 하고 있는 것입니다. (중략) 우리가 누구보다도 사랑했던 저희 아들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저희 아들은 살아 있을 때에도 어린 학생들이 걱정 없이 공부하며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에 무척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남긴 유산으로 네팔의 아동들이 공부하며 자랄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이 만들어진 것을 무척 기뻐할 것입니다.”
이 연설을 듣고 있던 사람들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습니다.
사진/완공식을 마친 지역 주민과 아동들, 후원자 부부
한국 후원자와 지역 주민의 마음이 하나가 되어 멋진 학교가 완성되었습니다. 이 학교는 마오이스트 분쟁 때 희생된 첫 아동의 이름(딜 바하둘 람텔, 12세)을 따서 지었으며, 동시에 한국의 한 부부가 세상을 떠난 아들의 뜻을 기리기 위해 후원한 곳입니다. 이 학교의 완성은 부모의 간절한 마음이 이루어낸 기적이 아닐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