題墨竹後(제묵죽후) 먹으로 그린 대나무 뒤에 제(題)하다. // 鄭敍(정서)
閑餘弄筆硯 한여농필연
한가한 나머지 붓과 벼루 희롱하며
寫作一竿竹 사작일간죽
한 줄기 대나무를 그렸네
時於壁上看 시어벽상간
벽에 붙여 놓고 이따금 쳐다보니
幽姿故不俗 유자고불속
그윽한 자태 짐짓 속되지 않구나
이 시는 고려 전기의 문신이자 시인인 정서(鄭敍)의 작품으로, 오언고시(五言古詩) 형식의 한시이다.
시인은 한가로운 시간에 붓을 들어 대나무 한 그루를 그려 벽에 걸어두었고, 때때로 그 그림을 올려다보며 감상했다. 그리고 그때의 감흥을 시로 읊었다.
시 속에서 작자는 자신이 그린 대나무가 곧고 속되지 않으며, 단아한 자태를 지녔다고 말한다. 여기서 대나무는 고결한 인품과 절개를 지닌 군자(君子)를 상징한다.
대나무는 동양 전통문화에서 사군자(四君子: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 중 하나로, 특히 청렴하고 흔들림 없는 정신, 즉 군자의 도(道)를 상징하는 식물로 자주 묘사되어 왔다.
따라서 이 시는 정서(鄭敍) 자신이 속되지 않고 곧은 군자의 삶을 추구하고 있음을 은유적으로 드러낸 작품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