書懷 서회/ 林椿 임춘
詩人自古以詩窮 시인자고이시궁
시인은 예로부터 시 때문에 궁하였다 하는데
顧我爲詩亦未工 고아위시역미공
돌아보면 나의 시 짓는 솜씨 또한 뛰어나지 못하구나
何事年來窮到骨 하사년래궁도골
무슨 일인지 해를 거듭할수록 궁핍함이 뼈에 사무치고
長飢却似杜陵翁 장기각사두릉옹
오랫동안 굶주리니 도리어 두릉의 늙은이(두보)와 같도다
이 시는 고려 후기의 저명한 문인이자 시인인 임춘(林椿)의 작품이다.
그는 “시인은 예로부터 시 때문에 궁하였다”라고 말하며, 자신 역시 옛 시인들과 다르지 않다고 토로한다. 시 짓는 솜씨조차 능숙하지 못할뿐더러, 삶의 형편마저 뼈에 사무칠 만큼 궁핍하다고 고백한다.
이는 단순한 가난을 넘어, 시인으로서의 자존감 상실과 창작에 대한 회의, 나아가 자신의 무능함에 대한 자책까지 담고 있는 절절한 고백이지만, 한편으로는 고려의 대표적 시인이면서도 스스로를 낮추는 겸손한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마지막 구절에서는 당나라의 위대한 시인, ‘시성(詩聖)’ 두보(杜甫)를 언급한다. 두보는 평생 가난과 유랑 속에서도 깊이 있는 시 세계를 이룬 인물이다. 임춘은 그런 두보에 자신을 빗대어, 굶주림 속에서도 시를 놓지 못하는 그의 운명을 자조적으로 그려낸다. 동시에, 두보처럼 깊은 시 세계에 이르고자 하는 내면의 열망도 함께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궁핍한 현실 속에서도 시를 포기하지 못하는 시인의 애틋한 마음과, 삶의 고단함이 뼛속까지 스며든 듯한 솔직한 고백이 이 시의 중심 정조를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