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그리는 일

by 노정

마음을 그리는 일


호랑이를 그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그 무늬다.

빛나는 줄무늬, 번뜩이는 눈빛, 날렵하게 뻗은 몸매. 이 모든 것은 화가의 붓끝에서 얼마든지 살아난다. 그러나 그 몸을 지탱하는 단단한 뼈대까지 그리려고 하면, 손끝은 망설일 수밖에 없다.

보이지 않는 것을 그리는 일은, 언제나 어렵기 때문이다.


사람도 그렇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 사람의 얼굴을 마주한다. 그러나 그 마음의 결까지 읽어내기는 쉽지 않다. 겉모습은 빛나고 단정할지라도, 그 속에서는 알 수 없는 파도가 출렁이고 있을지 모른다.


웃음이 많으면 성격도 밝을 거라 믿고, 목소리가 차분하면 속마음도 고요하리라 짐작한다. 하지만 그 웃음이 오래된 상처를 가리기 위한 것일 수도 있고, 그 침묵이 번민을 눌러 담기 위한 고요일 수도 있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여도, 마음 깊은 곳에는 거센 바람이 불고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이 사실을 깨닫게 되면, 우리는 타인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를 성급히 해석하지 않게 된다. 대신 더 오래 듣고, 더 오래 바라본다. 마음을 그리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을 견디는 인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호랑이의 가죽을 넘어서 뼈를 그리려는 화가처럼, 우리는 눈앞의 모습 너머에 있는 마음을 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것은 완벽하게 그려낼 수 없는 그림이지만, 그려보려는 그 마음 안에서 관계는 깊어진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는, ‘마음 그리기’라는 긴 여정 위에 있다.

그 여정 끝에 완성된 그림은 없을지라도, 그려가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온기를 조금씩 알아간다.


얼굴을 넘어 마음을 그려내려는 그 순간, 우리는 서로의 세계에 발을 들인다. 그리고 그곳에서, 비로소 믿음이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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