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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명교 Jan 13. 2019

베이징에서 클럽공연 경험하기

후통과 스차하이 인근의 베이징 클럽문화

베이징에 온지 한 두 달 지나다보니, "유학생의 고단함"이란 게 뭘 말하는 건지 알 것 같았다. 언어 공부를 십 몇년 만에 하다보니 잘 늘지도 않고, 스트레스는 스트레스대로 받는데다, 외로워지기 시작했다. 목표는 확고한데 감정 동요가 잦고, 한국에서 들리는 안 좋은 소식들 때문에 번민이 많았다. 멘탈 관리의 위기가 왔더랬다.


고민하다 홍대 앞 인디클럽같은 클럽이 있는지 알아봤다. 지금이야 중국인터넷 검색 잘 하는 방법을 나름 터득했기 때문에 어렵지 않지만 그땐 어떻게 검색해야 할지 잘 몰랐다. 그러다 우연히 찾는 게 '스쿨지우바(SCHOOL酒吧)'라는 클럽이었다. 지우바(酒吧)는 술 마시며 노는 곳을 말한다. 한국식으로 따지면 '술집'도 지우바이고, 나이트클럽도 지우바이고, 인디클럽도 지우바다. 스쿨지우바는 용허궁 길건너에 있는 우다오잉후통(五道营胡同) 중간에 있는 인디클럽이다. 참고로 용허궁은 베이징에서 제일 유명한 티벳사원인데, 굉장히 크고 멋있다.



후통은 옛날 베이징의 주택가 골목이다. 수백년 전부터 이어져오던 골목이 그대로 남아 베이징의 상징이 됐다. 진짜 “베이징토박이(老北京人)”는 이 후통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란다. 우다오잉후통은 예쁜 카페랑 유명한 재즈바, 옷가게, 공예방 같은 가게가 모여있어 유명한 곳이다. 한국식으로 따지면 삼청동? 하나의 긴 골목이다보니 규모는 작지만, 전통가옥으로 된 가게들이 줄지어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우다오잉후통을 걷다가 스쿨지우바를 우연히 발견했다. 입구를 보고 이곳이 바로 내가 찾던 바로 그 인디클럽일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날 저녁은 약속이 있었기에 언젠간 꼭 와야지, 하고 돌아갔다. 그러다 몇 주 후, 신노동자예술단(新工人艺术团)의 공연이 이곳에서 열린다는 얘길 들었다. 피촌에서 만난 야난이 함께 가자고 했다. 이날 자기랑 함께 활동하는 어떤 친구들도 올텐데 소개시켜주겠다고도 했다.

 


스쿨지우바는 입구만 봐도 "나 클럽이에요"하고 말하는 것 같다. 안으로 들어가면 좁은 통로가 이어지고, 오른쪽은 화장실, 왼쪽으로 들어가면 엄청 멋있는 바가 나타난다. 저녁이 되면 엄청 많은 사람들이 와서 맥주 마시면서 노는 곳이다. 음악소리도 크고, 시끌벅쩍한 분위기도 좋다. 미드에서 볼 수 있는, 약간 들뜬 분위기의 바 느낌이다.


맥주는 맛있는 다양한 종류의 병맥주들과 각종 수제맥주가 있다. 다른 건 비싸서 안 마셨고, 35위안짜리 흑맥주 한 잔을 마셨는데 목 넘김이나 쓴 맛이 좋았다. 세 차례 갔었는데, 갈 때마다 그 맥주만 마셨다. 바 안에는 윗층으로 올라가는 작은 계단이 있고, 그 위엔 앉아서 술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반대편엔 문을 지나 들어가면 바로 공연장이 나타난다. 이곳이 바로 거의 매일 같이 다양한 인디밴드들의 공연이 열리는 스쿨지우바의 공연장이다. 얼터너티브락, 메탈, 힙합, 재즈 등 아주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열리는데 분위기가 그래서인지 포크 공연은 없는 것 같았다.


입장료가 있는 경우도 있고, 없는 경우도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엔 있고, 예매냐 현매냐에 따라 10~20위안 차이가 난다. 유명하지 않은 밴드들의 경우 50위안 안팎의 입장료를 받고, 스쿨밴드의 경우엔 20~30위안 정도의 입장료를 받는다. 뮤지션들이 스스로 고르는 구조라고 한다. 처음 갔을 때 들은 신노동자예술단의 경우는 전국적으로 매우 유명하긴 했지만, 어떤 연구자 모임에서 후원해서 주최한 것이었기 때문에 무료 입장이었다. 이름에 "노동자"란 단어가 들어가 한국에선 편견이 들겠지만, 중국에서 工人은 아주 익숙한 단어인 것 같다. 공연에 온 사람들대부분 20대같았다. 그런 점이 좀 신기했다. 그건 아마 ROCK을 메인장르로 하는 신노동자예술단의 음악이 좋기도 하고, 가사도 현실에 대한 풍자나 비판, 평범한 사람의 '신노동자'의 이야기이기 때문인 것 같다.


한국에도 신노동자예술단이 소개된 적 있다. 이창휘 선생님과 박민희 한겨레 기자가 쓴 <중국을 인터뷰하다>라는 책의 한 챕터가 이 밴드의 보컬인 쒸뚜어 인터뷰이다. 그리고 몇 년 전에 번역되어 출간한 <중국 신노동자의 형성>이란 책을 보면 신노동자예술단의 노래 가사가 챕터마다 소개돼 있고, 유튜브에 업로드한 후 QR코드까지 편집해 넣기도 했다. 중국 책을 번역한 거라 그런지 꽤 괜찮은 방식이란 생각이 들었다.



스쿨지우바 말고도 인디클럽은 많다. 대부분의 인디클럽들은 스차하이(什刹海)에 몰려 있다. 스차하이는 베이징의 한복판에 있는 호수인데, 밤에 가면 예쁘다고 소문난 곳이다. 나도 친구가 베이징에 놀러왔을 때 밤에 놀러간 적이 있다. 호수를 따라 한 바퀴를 돌면 꽤 길긴 하지만 조명도 예쁘고 분위기도 좋아서 딱 데이트코스다. 아무튼 이 스차하이의 동서 양쪽에 술집이 많이 모여있는데 거의 모든 술집마다 공연이 있다. 한데 뭐랄까... 인디클럽 느낌은 아니고, 그냥 한국식으로 따지면 '라이브클럽'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좀 다르고, 장르는 대부분 중국 포크다. 그래서 좋은 클럽에 가려면 따로 찾아서 가야 한다.


내가 알게 된 가장 핫한 곳은 탕궈라이브(糖果LIVE)다. 이곳은 스스로 "중국에서 가장 핫한 공연장"을 자처한다. 인디뮤지션만 오는 게 아니라, 꽤 유명한 뮤지션들도 이곳에서 공연한다. 물론 대륙A급 스타는 빼고. 실내 공연장이니까 그 정도로 크진 않다. 몇 년 전에는 에픽하이도 와서 이곳에서 공연했었다고 한다. 주로 힙합, EDM 등 전자음악, ROCK 공연이 열리는데 뮤지션마다 100위안(1만6500원)에서 500위안(약 8만원) 까지 가격대가 다양하다. 이를테면 KODALINE이라는 아일랜드 밴드가 오는 2월 18일에 공연을 하는데 이 정도되면 예매가 450위안에 달한다. 유명한가?


이곳은 다른 곳보다 훨씬 분위기가 좋다. 보통 공연장에 가면 아무리 신나는 음악이 나와도 사람들이 그냥 듣기만 하는 경우도 많은데, 여긴 훨씬 노는 분위기였다. 또 다른 곳에선 주로 포크 공연이 많은데 여긴 일렉트로닉음악이나 펑크 등 공연도 자주 하고, 너무 아마츄어 같은 뮤지션은 아예 섭외하지 않아서 망할 확률이 낮다.



그밖에 여러 좋은 클럽들이 있는데 그런 곳들을 다 섭렵하진 않았다. 바오차오창고(宝钞仓库), 핑크문, DDC, MOGU SPACE(蘑菇空间) 등의 공연장에서 좋은 공연을 많이 한다. 특히 DDC에서는 재즈나 집시음악 공연을 많이 하는 것 같았는데, 그렇게 엄청 젊은 분위기는 아니다. MOGU SPACE는 공간은 아주 작지만 분위기가 아늑하고 예뻐서 맘에 들었었다. 여러 공연장들 중에서 인테리어가 제일 좋다. 얼마 전엔 데이비드 보위 생일축하 공연이 있었는데 여성들로 구성된 스쿨밴드가 커버 공연을 했었다. 전혀 안 유명한 밴드 같았는데 공연장 안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움직이지도 못할 정도였다.


사실 자주 가진 못 하기 때문에 아주 잘 아는 건 아니다. 하지만 베이징에서 이런 매력적인 공간을 알게 되면, 스트레스를 풀거나 놀기도 좋고, 이곳의 인디음악 문화도 접할 수 있어서 좋다. 또 운이 좋으면 가끔 진짜 좋은 뮤지션도 만날 수도 있다. 요즘은 공연정보 APP을 자주 찾아보는데, 앱 중에는 XIUDONG(秀动)이 제일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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