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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명교 Apr 08. 2019

역사에 대한 협소한 평가, 정세에 대한 촘촘한 정리

임명묵의 <거대한 코끼리, 중국의 진실>

요며칠 틈틈이 읽었다. 저자는 중국이란 우리에게 "거대한 코끼리" 같은 것이기에, 중국에 대해 논할 때 "장님 코끼리 만지듯" 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지만, 어쨌든 지금 우리에겐 각자의 시각에서 만져본 중국에 대해 활발히 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의미로 본다면 타당한 말이다.


내 관점에 이 책은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데, 거칠게 말하자면 앞의 두 장은 단점이고, 뒤의 두 장은 장점이다. 저자가 갖고 있는 문혁에 대한 단정적 이해에 대해 나는 고개를 끄덕이기 어렵다. 이는 저자가 참조해온 서방의 중국 전문가들의 견해와도 닮아있다.



또, 가능성들에 대한 비교적 영민한 분석을 제외하고, 중국 개혁의 방향에 대한 저자의 견해에 대해서도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이는 단지 국제정치 역관계나 중국 경제의 모순성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일반적인 차원에서도 지지할 수 없는 길이다. 이를테면 자유파들이 견지해온 시장개방이나 자본주의적 민주주의의 개혁 등 지향이 지닌 근본적 모순에 대해 저자는 별 견해를 덧붙이지 않았다. 저자가 지난 사회주의 역사의 과오들에 대해 꽤 단정적으로 평가하고 넘어간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러나 시진핑 시대 이래의 국제정세와 중국공산당의 고뇌와 전략, 모순에 대해 다룬 3,4장에서는 저자의 꼼꼼한 자료 수집에 기반한 촘촘한 분석력이 돋보인다. 여기서는 상당히 균형감있게 당대의 중국 정부가 갖고 있는 고민과 전략, 특히 '일대일로' 하의 역관계와 모순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난 3,4장을 훨씬 흥미롭게 읽었다.


이 책의 앞뒤엔 어떤 증권 이코노미스트분의 추천사와 짧은 경제 분석 글이 각각 실려있는데 이 부분이 이 책의 최대 약점이다. 이 이코노미스트란 분의 견해대로 중국 경제가 서방의 다른 선진국들 및 초국적 자본이 제시한 개혁 방향으로 변모해간다한들, 중국 내부의 사회적 모순을 해결할 순 없을 것이다. 내 생각에 그런 방향에선 모순이 오히려 더 심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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