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가 2세 선수들을 주목하는 이유

by 박민규


지난해 메이저리그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는 바로 2세 선수들이었다. 빅리그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친 아버지를 둔 2세 선수들의 활약 여부가 메이저리그 팬들에게는 큰 관심사였다. 특히 유망주 시절 고평가를 받은 바 있는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토론토)와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샌디에이고)는 최근 데뷔한 2세 선수 중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다.


데뷔 후 첫 2시즌 동안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게레로 주니어는 지난해 절치부심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홈런과 득점 그리고 OPS를 비롯한 다수의 주요 부문에서 아메리칸리그 1위를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48홈런을 때려내며 아버지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2000시즌 44홈런)까지 제치면서 자신이 왜 최고 유망주 출신인지 증명해냈다.


타티스 주니어 또한 만만치 않았다. 두 차례의 어깨 탈골 부상과 코로나19 감염으로 130경기 출장에 그쳤음에도 42홈런을 날리며 홈런 부문 내셔널리그 1위에 오른 타티스 주니어는 내셔널리그 야수 중 두 번째로 높은 6.6 bWAR을 기록하기도 했다. 통산 13.6 bWAR의 타티스 주니어는 벌써 아버지의 통산 성적인 6.4를 능가했다.


2019년 데뷔 동기이자 1999년생으로 동갑인 게레로 주니어와 타티스 주니어의 22세 시즌이었던 지난해 활약은 메이저리그 전체 역사 가운데에서도 역대급이었다. 게레로 주니어는 메이저리그 역대 22세 이하 선수들 중 한 시즌 가장 많은 홈런을 때려낸 타자가 됐으며 타티스 주니어 역시 1998년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함께 한 시즌 가장 많은 홈런을 기록한 22세 이하 유격수로 이름을 남겼다.


두 2세 선수의 지난해 활약에 대한 성과는 MVP 투표로 나타났다. 양 리그 MVP 투표에서 게레로 주니어와 타티스 주니어는 역시 지난해 22세 시즌을 보낸 후안 소토(워싱턴)와 함께 최종 3인에 이름을 올렸다. 총점 269점을 받은 게레로 주니어는 오타니 쇼헤이(420점)에 이은 AL MVP 2위였으며 타티스 주니어는 총점 244점으로 브라이스 하퍼(348점)와 소토(274점)에 이은 NL MVP 3위였다. 비록 MVP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최종 3인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은 두 2세 선수의 활약이 그만큼 뛰어났다는 것을 방증하는 결과이기도 했다. 엘리아스 스포츠 뷰로에 따르면 양 리그 MVP 투표 최종 3인에 23세 이하 선수가 3명이나 이름을 올린 것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메이저리그는 올해로 창설 151주년을 맞이했다. 그리고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거로 뛴 아버지와 아들은 모두 249쌍에 달한다. 현재에도 상당한 수의 현역 선수들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게레로 주니어, 캐번 비지오(토론토)와 같이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위대한 아버지의 뒤를 쫓는 선수들이 있는 반면 코디 벨린저(다저스), 마이클 브랜틀리(휴스턴), CJ 크론(콜로라도) 등은 이미 자신의 아버지를 뛰어넘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유명하고 뛰어났던 부자 메이저리거는 바비 본즈-배리 본즈 부자와 켄 그리피 시니어-켄 그리피 주니어 부자다. 본즈 부자는 역대 최고의 부자 듀오라는 수식어가 가장 적합한 부자 메이저리거다. 홈런 1094개와 bWAR 220.6을 합작해 수많은 부자 메이저리거 합산 성적 가운데 단연 1위에 올라있는 본즈 부자는 아버지와 아들이 모두 뛰어난 호타준족이기도 했다. 한 시즌 20+홈런-20+도루 10회와 30+홈런-30+도루 5회 그리고 통산 300+홈런-400+도루를 모두 달성한 메이저리그 선수는 아버지 본즈와 아들 본즈 뿐이다.


한편 그리피 부자는 1990시즌, 메이저리그 역사상 한 팀에서 활약한 최초의 아버지-아들 듀오가 됐다. 그리고 그 해 9월 15일(이하 한국시간), 당시 캘리포니아 에인절스를 상대로 2번, 3번으로 선발 출전한 그리피 시니어, 그리피 주니어는 1회 초 백투백 홈런을 날리는 역사적인 장면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1970년대 신시내티의 ‘빅 레드 머신’의 일원으로서 이름을 날린 아버지와 1990년대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이자 역대 3위에 해당하는 99.3%의 득표율로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아들이 만들어낸 통산 홈런 782개와 118.3의 bWAR은 본즈 부자에 이은 부자 메이저리거 2위이지만 안타 4924개는 아버지와 아들 듀오로서는 가장 많은 기록이다.


이 밖에도 3대에 걸쳐 메이저리거를 배출한 분 가문과 벨 가문, 명예의 전당 입성자를 배출한 알로마 부자, 아버지와 아들 모두 시대를 풍미한 타자였던 알루 부자, 통산 홈런 개수가 319개로 같은 필더 부자 등 여러 뛰어난 활약을 펼친 부자 메이저리거들이 야구팬들을 즐겁게 했다.


주요 부자 메이저리거 합산 기록

바비 본즈-배리 본즈 : 220.6 bWAR / 1094홈런 / 4821안타

켄 그리피 시니어-켄 그리피 주니어 : 118.3 bWAR / 782홈런 / 4924안타

샌디 알로마-로베르토 알로마/샌디 알로마 주니어 : 91.2 bWAR / 335홈런 / 5128안타

펠리페 알루-모이세스 알루 : 82.1 bWAR / 538홈런 / 4235안타

호세 크루스 시니어-호세 크루스 주니어 : 74.0 bWAR / 369홈런 / 3418안타

멜 스토틀마이어 시니어-멜 스토틀마이어 주니어/토드 스토틀마이어 : 66.0 bWAR / 302승 / 2858탈삼진

디지 트라웃-스티브 트라웃 : 63.2 bWAR / 258승 / 1912탈삼진

세실 필더-프린스 필더 : 41.0 bWAR / 638홈런 / 2958안타

레이 분-밥 분-브렛 분/애런 분 : 89.6 bWAR / 634홈런 / 5890안타 *3대 메이저리거

거스 벨-버디 벨-데이빗 벨/마이크 벨 : 97.5 bWAR / 532홈런 / 5582안타 *3대 메이저리거


그렇다면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왜 2세 선수들을 주목하는 것일까.


1960년대 들어 선수 노조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면서 선수들의 권익이 조금씩 실현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구단주들의 억압에서 벗어난 선수들은 큰 돈을 벌면서 금전적인 풍요를 얻게 되었다. 이에 자본력을 갖춘 선수들은 자신들의 자녀가 야구선수라는 진로를 선택했을 때 그들을 확실하게 지원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아이들을 데리고 야구장에 출근할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는 선수들의 자녀들로 하여금 야구와 메이저리그라는 환경을 더 쉽고 빠르게 경험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했다.


대부분의 부자 메이저리거들은 타격폼 혹은 투구폼이 비슷하거나 포지션이 같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들이 아버지를 우상으로 삼고 그의 포지션이나 플레이를 따라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2세 선수는 타격폼 혹은 투구폼이 아버지와 비슷할 경우 그에 대한 메카닉적 조언을 바로 흡수할 수 있음과 동시에 동년배 선수들보다 해당 포지션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질 수 있는 비교적 유리한 환경에서 훈련을 진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구단이 2세 선수를 선호하는 다양한 요인 가운데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유전이다. 스포츠 심리학의 한 갈래이자 인간의 움직임과 그 특성을 연구하는 학문인 운동 제어(motor control)에 따르면 스포츠 선수의 기량은 크게 운동 기술(motor skill)과 운동 능력(motor ability)에 의해 결정된다. 타격 기술이나 수비 기술과 같이 동작의 질에 의해 그 성공 여부가 결정되는 운동 기술은 훈련과 경험에 의해 후천적으로 습득되는 반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특성을 가지며 숙련된 퍼포먼스의 기초가 되는 운동 능력은 대부분 유전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즉 안정된 운동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뛰어난 수준의 운동 기술 및 퍼포먼스를 기대할 수 있으며 그러한 운동 능력은 대부분 부모로부터 전달된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2세 선수가 성공을 거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된 다양한 요인을 근거로 하여 뛰어난 아버지로부터 선천적, 후천적 능력을 물려받은 2세 선수 또한 메이저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리라는 예측을 하는 이유는 그만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통산 162승을 거둔 알 라이터의 아들이자 지난해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 지명을 받은 우완 강속구 유망주인 잭 라이터와 통산 434홈런을 날린 앤드류 존스의 아들이며 고교 최고의 유망주로 꼽히는 드루 존스가 현재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2세 선수라는 점 역시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과연 현재의 2세 선수들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이게 될까. 아버지라는 벽을 넘기 위한 2세 선수들의 긴 여정은 그들을 지켜보는 팬들에게 또 다른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참조 : 베이스볼 레퍼런스, 베이스볼 알마낙, 엘리아스 스포츠 뷰로, 김선진 『운동학습과 제어』 (대한미디어 2009) 34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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