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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kt monday Dec 01. 2020

[월말세일] 013호 애슬레저 (상)


들어가는 말


    코로나로 인해 패션업계 상당수가 타격을 받았다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국내 애슬레저 시장은 예외였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애슬레저 시장은 올해 3조 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애슬레저(athleisure)’란 운동경기를 뜻하는 ‘애슬레틱(athletic)’과 ‘레저(leisure)’를 합친 말로, 스포츠웨어와 일상복의 경계를 허문 가벼운 스포츠웨어를 의미한다. 한때 중장년층의 유니폼이었던 형형색색의 등산복이 아니다. 최근 등산객 인구 확대의 주역인 MZ세대 ‘산린이(등산+어린이)’들은 애슬레저 룩의 대표 아이템 레깅스를 입는다. 여성은 레깅스와 딱 붙는 브라톱을 믹스 매치하고 남성은 레깅스 위에 짧은 반바지를 입는 식이다.

     최근 코로나로 인해 ‘홈트족’이 등장하고, 덤벨 경제 시장이 커지면서 등산, 캠프 등 아웃도어 액티비티가 주목받았다. 이에 패션업계도 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기존 아웃도어 전문 브랜드 디스커버리와 K2를 포함한 백화점 브랜드 아디다스 우먼스와 퓨마부터 그리고 국내 애슬레저 업계의 선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젝시믹스까지 함께 살펴보자.


아웃도어 업계에 부는 애슬레저 열풍과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의 전략


    올해 봄, 코로나 19로 인해 집콕 문화가 확산되고 외출을 자제하는 바람이 일자 스포츠웨어 업계는 매출 부진을 예상했다. 그러나 오히려 여행과 외출이 불가능해진 2030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사람들을 피해 혼자 등산을 하거나 집에서 운동하는 홈트가 대세로 떠오르며, MZ세대를 중심으로 애슬레저 붐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애슬레저 트렌드를 빠르게 수용하여 자사 브랜드에 애슬레저 라인을 강화하고 관련 제품들을 선보이며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아웃도어 브랜드는 애슬레저 전문 브랜드에 비해 매출이 부진한 실정이다. 애슬레저의 주 소비층인 MZ세대들이 애슬레저룩만을 전문적으로 생산하고 있는 브랜드의 간편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올드하고 트렌드에 뒤떨어지는 느낌의 아웃도어 브랜드보다 젊은 감성을 지닌 신생 애슬레저 브랜드가 소비자들의 수요와 더 맞는 것이다. 이렇듯 아웃도어 브랜드는 애슬레저 브랜드들에 밀려 수익을 얻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 나아가 아웃도어 업계는 지난 2014년 7조 1,600억 원으로 국내 아웃도어 시장 매출의 정점을 찍은 후, 매출이 꾸준히 하락하여 2018년 2조 원 대로 떨어졌으며 현재까지 전체적으로 미비한 성적을 보인다.

    

     많은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애슬레저 붐을 따라 마케팅을 펼치고 있지만, 난항을 겪는 가운데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만이 유일하게 애슬레저 트렌드 속에서 호조를 띠고 있다.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은 2020년 2분기 645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같은 기간(511억 원) 대비 28% 증가한 성적표를 제출했다. 업계 관계자는 디스커버리가 상반기 등산, 캠핑 등 애슬레저 열풍으로 수혜를 누렸다고 밝혔다.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이 거대한 아웃도어 브랜드들 사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디스커버리만의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에 있다.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은 MZ세대의 트렌드인 애슬레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접근하기 어려운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대중적인 스포츠 브랜드로 포지셔닝을 새로이 시도했다. 

올봄,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은 ‘에이프릴’ 나은을 모델로 하여 ‘매 순간, 너만의 핏을 플렉스(Flex)하라!’ 라는 젊은 감성의 문구와 함께 신제품 ‘플렉스 레깅스’를 선보였다.플렉스 레깅스는 다리 라인 절개, 힙라인 V자 절개를 통해 보정기능을 강화했다.특히 레깅스 앞 쪽 절개선을 제거해 Y존이 드러나지 않고 자연스럽게 커버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디스커버리는 단순히 기능에만 집중한 애슬레저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아니라, 세련된 디자인을 추구하는 제품을 출시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탈바꿈하는 데 힘썼다.


    지난 2015년부터 ‘라이프스타일 아웃도어’를 표방하며 아웃도어의 생활화를 강조해왔던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은 ’Young’ 한 브랜드 이미지와 함께 애슬레저 제품군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애슬레저 시장은 올해 3조 원대로 성장할 전망이다. 2019년 매출 3000억 원을 넘기며 아웃도어 업계 TOP 5에 진입한 디스커버리가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애슬레저 시장에서 입지를 확고히 해야 한다. 현재 MZ세대를 겨냥하여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는 디스커버리가 MZ 세대들에게 친숙한 브랜드로 자리 잡고 애슬레저 제품군을 강화한다면 충분히 가능성 있어 보인다. 하지만 스포츠 브랜드로의 이미지 변신을 진행함에 따라 나이키, 필라, 아디다스 등 대형 브랜드와의 경쟁에도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작성자 곽지현 ( ehskfem0821@naver.com )


 K2, 아웃도어에서 애슬레저로 나아갈 수 있을까?

                               

K2 FLY 세트 출처 : K2

    애슬레저 산업의 성장과 함께 많은 아웃도어, 스포츠 브랜드가 자연스럽게 애슬레저 산업으로 사업 범위를 확장하였다. 애슬레저 산업을 겨냥하여 새롭게 브랜드를 선보인 신생기업과 달리 기존 패션 브랜드에서 입지를 다진 대기업들은 각자의 브랜드 컨셉을 바탕으로 애슬레저 산업까지 장악하고자 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K2는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5위를 차지하며 소비자들에게 높은 인지도를 얻고 있었다. 하지만 언더아머, 룰루레몬과 같은 해외 애슬레저 브랜드의 한국진출과 안다르, 젝시믹스와 같은 국내 창업 브랜드들과의 경쟁 속에서 K2는 어떠한 차별적인 전략도 보이지 못한 채 이름만 ‘애슬레저’인 제품들을 출시하며, 애슬레저 브랜드 대열에 합류했다.


    K2의 공식적인 애슬레저 산업 진출은 2016년에 이루어졌다. 당시에는 워킹, 러닝에 최적화된 스포츠 웨어 라인으로 ‘플라이워크’ 라인을 선보이며, ‘일상에서도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애슬레저룩’이라는 문구를 활용하여 활발한 홍보 전략을 펼쳤다. 이후 2019년에는 배우 정해인을 브랜드 모델로 삼아, 일상복과 운동복 등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기능성 옷 ‘FLY 트레이닝 세트’를 출시하면서 또다시 애슬레저 마켓 소비자를 겨냥한 홍보를 진행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K2를 비롯한 아웃도어 브랜드가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가 있다. 기존 아웃도어 브랜드의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애슬레저 브랜드로써의 인식이 상대적으로 약하게 작용한다. 최근에 등장한 애슬레저 브랜드들이 활용성과 디자인을 집중공략하기 때문에 그들에게서는 보온성이나 기능성 소재에 대한 기대가 약하겠지만 반대로 K2에게서는 실내에서도 입을 수 있는 활용성이나 신축성에 대한 기대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K2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어쩌면 그 답은 전문 라인 개설이 아닐까 싶다. K2가 애슬레저 상품으로 선보인 제품들은 기존 아웃도어 라인에서 출시한 신제품에 ‘애슬레저’라는 홍보문구만 활용했을 뿐, 과거의 제품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대표적인 SPA 브랜드인 탑텐에서는 필라테스 발라서와 함께 기획한 애슬레저 라인 ‘밸런스’를 런칭했고, 아웃도어 브랜드 아이더는 기존의 아웃도어 라인인 ‘제니엄’라인 안에 ‘제니엄 애슬레틱 라인’을 추가로 마련했다. 이처럼 독립적인 애슬레저 전문 라인 런칭만으로도 K2의 애슬레저 제품에 대한 전문성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다. 점점 커져가는 산업 내에서 앞으로의 K2가 어떠한 전략을 펼칠지 기대가 된다.   


작성자 김소현 (sohyun_41@naver.com)


D2C 기반으로 애슬레저 선두에 있는 젝시믹스


    애슬레저 시장의 원조 브랜드로는 ‘젝시믹스’를 빼놓을 수 없다. 필라테스 센터에 등록하러 갔을 때, 절반이 넘는 강사분들이 입고 있던 레깅스 브랜드가 바로 젝시믹스였을 정도니까 말이다. 상반기 매출액만 489억원이라는 젝시믹스, 어떻게 젝시믹스가 애슬레저 시장의 선두를 잡고 지금까지 유지할 수 있었을까?

    

    젝시믹스의 높은 위치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바로 ‘D2C’ 판매전략이다. ‘D2C’란 ‘Direct to Consumer’의 약자로, 중간 유통 과정 없이 판매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다른 백화점 애슬레저보다 가격 경쟁력이 있으면서도, 수익성을 창출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 판매전략 덕이다. 백화점을 비롯한 오프라인 매장도 여럿 존재하지만, 젝시믹스의 자사 쇼핑몰이 전체 매출의 90%를 차지한다. 

    젝시믹스는 D2C 판매전략을 기반으로 ‘미디어커머스’ 판매전략을 추구한다. ‘미디어커머스’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소셜 플랫폼에서 미디어 콘텐츠로 광고해 자체 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이러한 판매전략은 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가 강화되며 효과가 배가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트렌드가 급변하는 소비 경향에도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리하다. 소셜 플랫폼이 타깃인 터라, 제품 기획에서 판매까지 의사결정이 신속하게 이루어진다. 또한, 실시간 반응도 확인할 수 있기에 기획 방향 조절과 재고 조절에 유리하다.


    대표적인 예시 상품은 ‘젠더리스’를 고려한 남성용 레깅스 출시다. 남성용 레깅스는 민망한 Y존 커버 등 남성 제품에 대한 차별화 된 기술력이 접목된 상품으로, 홈트를 즐기는 남성 비율이 증가하고, 남성용 레깅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것을 고려하여 출시한 제품이다. 젝시믹스에서 론칭 이후 1개월 만에 매출이 200% 가까이 늘었다고 밝힐 정도의 매출로 이어졌다. 이 밖에도 출근복으로도 이용할 수 있는 ‘스마터룩’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수요를 인지하여, 활용도 높은 상품을 출시했다.


    젝시믹스는 ‘D2C’ 기반으로 가격 경쟁력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았을 뿐만 아니라 시장의 실시간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덕에 일찍이 애슬레저 시장의 선두에 설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젝시믹스의 노력은 끝나지 않는다. 다른 애슬레저 브랜드에서 취급하지 않는 ‘XXXL’까지의 다양한 사이즈와 기본 9개 정도의 다양한 색상으로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혔다. 이런 지속적인 노력이 있기에, 굳건하게 선두에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작성자 위은아 (daedara@naver.com)


(하)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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