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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kt monday Apr 05. 2021

[월말세일]031호 스페이스 브랜딩 (하)

시몬스 테라스, 아마존 북스, 하우스 도산,더현대서울,현대카드

(상) 편과 이어지는 글입니다.



누데이크 하우스 도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카페


2019년 기준 우리나라 카페 시장은 약 5조 4000억 원, 한국인 한 명이 카페에서 쓰는 돈은 연평균 10만 4,000원 정도로, 미국과 중국을 이어 세계 3위라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나조차도 2019년, 하루의 시작과 함께 카페에서 커피를 사 마시고, 오후에는 카공족이 돼 공부와 과제를 마무리하고, 주말에는 친구와 카페 투어를 즐기던 것만 하더라도 카페는 내 일상 그 자체였다. 하지만 코로나 19로 인해 2020년, 카페는 직격탄을 맞았다.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매장 스타벅스도 11년 만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카페 투어’ 검색량이 급격히 감소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모든 카페가 적자만 기록한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자주 찾는 카페와 아닌 카페가 나뉘며 양극화 현상이 일어났다. ‘강남에서 꼭 들러야 하는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며 오픈 이래로 매일 600명에서 1000명 사이의 사람들이 방문하는 ‘누데이크 하우스 도산’을 통해 그 이유를 알아보자.


출처: 한경닷컴

‘하우스 도산’이라는 공간은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를 운영하는 아이아이컴바인드가 퓨처 리테일의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한 지하 1층 ~ 지상 4층 규모의 건물이다. 1층에 들어서면 미래의 소매업을 보여주겠다는 포부가 담긴 설치물, 프레데릭 헤이만의 3D 작업 실물이 구현되어 있다.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 누데이크 카페가, 2층과 3층은 젠틀몬스터, 4층은 코스메틱 브랜드 ‘탬버린즈’가 있다. 층마다 테마에 맞는 설치물, 조명, 음악, 색감 등을 배치해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성, 컨셉을 소비자가 감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우리의 오감이 하나의 건물에서 기분 좋은 자극을 끊임없이 받는다.


출처: 올리브매거진 네이버 포스트

지하 1층의 누데이크의 경우 매장 넓이보다 여백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아예 중심 공간은 테이블이 없고 매장 가장자리에만 다양한 소재의 테이블과 의자의 조합을 볼 수 있는데, 카페라면 손님을 많이 받는 것이 주목표가 되어 테이블을 효율적으로 배치해야 한다고 생각한 편견을 부순 것이다. 오히려 중심 공간은 미디어아트와 패션과 아트에서 영감을 얻은 디저트 모형들로 채웠다. 미디어 인스톨레이션의 경우에도 당연히 누데이크의 컨셉에 맞는 디저트에 대한 감정을 표현한 작품이다.


출처: 누데이크 인스타그램

디저트 또한 예술적이며 독특하다. 실제로 예술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새로운 개념의 디저트라고 말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피에타’의 경우 석고상 같은 비주얼에 눈길이 가는 케이크다. ‘미술관처럼 작품을 관람하면서 동시에 그 작품을 먹을 수 있다면?’이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케이크이다. 이러한 메뉴 개발은 공간, 순수미술, 조형예술, 세라믹, 그래픽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직원들이 기존 공식을 파괴하고 색다른 조합을 시도하면서 탄생한다.


2020년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적어졌던 ‘카페 투어’ 검색량이 최근 다시 반등하고 있다. 함께 찾아보는 검색어는 ‘맛’, ‘인지도’ 그리고 ‘분위기’이다. 맛 이외의 인지도나 분위기라는 키워드가 떠오른 이유는 SNS에서 보고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는 동조 현상과 코로나로 인해 지친 보상심리로 나타나는 키워드이다. 특히, 카페는 아무리 비싸도 인당 1만 원 정도면 음료 한 잔은 즐길 수 있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대표적인 대상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누데이크 하우스 도산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경험을 위한 관람 공간’이라는 인지도와 분위기라는 키워드를 잡고 있다는 점에서다. 색다른 체험 거리와 경험 기회를 제공하는 오프라인 매장을 통한 패션 브랜드 젠틀몬스터의 공간 마케팅과 더불어, 오감을 자극하는, 예술적인 카페라는 점이 코로나 19 상황에서도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가성비 좋은 홈카페와 이커머스에서 구매 가능한 디저트들과도 경쟁해야 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카페 트렌드 속에서, ‘누데이크 하우스 도산’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한다.


작성자_위은아(daedara@naver.com)


'부담 없이 가는 백화점'으로 공간 양극화를 깨부순 더현대서울의 MZ세대 공략법은?

더현대서울 개점 이후 첫 주말, 인스타그램에는 친구들의 방문 인증샷이 속속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머지않아 이에 질세라 방문한 더현대서울은 온통 젊은이들로 꽉 차 있었다. 이들은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놀이터를 만난 듯 즐거워 보였다. 표정은 들떴고 연신 카메라를 들이대며 만족스러운 인증샷을 찍기 바빴다. 백화점 오프라인 공간에 새 지평을 연 더현대서울. 여타 백화점과는 확연히 다른 공간 설계와 자연물의 조화로 '리테일 테라피'의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한 더현대서울은 코로나 상황에서도 방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오픈 이후 첫 주말의 매출은 102억 원을 기록했고, 연이어 몰리는 인파에 코로나 확진자도 발생하고 있지만 감염위험에 비례하여 올라가는 매출에 더현대서울 측도 영업단축과 같은 옵션은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비춰진다.


출처: 작성자 직접 촬영

보통 이러한 하이엔드 오프라인 공간의 탄생은 ‘공간 양극화’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종종 비판을 받는다. 유현준 건축학 교수는 시간을 내어 밖에 나가 쇼핑을 할 겨를이 없는 중산층은 점점 온라인 쇼핑에 매몰되고,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상류층은 오프라인 쇼핑으로 물건뿐 아니라 사람을 만나는 경험이 가능하다고 칼럼에서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더현대서울만큼은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지 않는 양상을 보인다. 오히려 MZ세대에게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백화점의 이미지를 깨고 '누구든지 즐길 수 있는' 오프라인 쇼핑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왜 유독 MZ세대가 더현대서울의 문턱을 낮게 생각하는 것일까?


여타 백화점들에 비해 더현대서울이 가지는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자신이 ‘백화점’ 임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오히려 감춰버렸다는 것이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더현대서울은 스스로를 백화점이라 칭하지 않는다. ‘백화점’이라는 명칭을 듣는 순간 양극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평소 백화점을 비싸고 어렵기만 한 곳으로 생각하는 MZ세대들에게 그저 ‘더현대서울’이라는 이름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백화점의 타이틀을 내려놓은 것은 MZ세대가 들어오는 방지턱을 없앤 것이나 다름없다. 더불어 더현대서울은 한복판에 폭포와 숲이 있는 이색적인 리테일 테라피 공간으로 설계되어 굳이 물건을 구매하지 않아도 방문하는 자들에게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이 공간을 방문하고 난 뒤 남는 것은 비단 물건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물건은 부수적일 뿐, 여기저기를 방문하며 들었던 느낌, 압도되는 분위기, 웃으며 대화를 나누었던 기억이 방문객에게 중심적으로 남게 된다. 물건을 사지 않아도 충분한 효능감을 느끼게 해주는 공간은 방문객으로 하여금 부담을 낮추고 접근성을 높인다.


더현대서울의 타게팅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알기 위해선 지하 2층을 봐야 한다. 나도 가장 처음 더현대서울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지하 2층의 실험적이고 재미있는 입점 브랜드 덕분이었다. 지하 2층 전체를 ‘Creative Ground’라는 테마로 꾸민 더현대서울은 번개장터 BGZT LAB, 사뿐 등 백화점과는 무관해 보였던 브랜드들을 입점시키고, NH 모의 주식 투자 부스 등 MZ세대의 관심사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하였다. 흡사 홍대의 팝업 스토어를 연상시키는 지하 2층은 더현대서울이 앞으로 소비주체로 떠오를 MZ세대의 유인을 중요한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더불어 다회용 용기를 사용하는 카페 매장과 비건 브랜드를 다수 입점시켜 MZ세대의 가치소비를 독려함으로써 호감도를 사려는 노력도 잊지 않고 있다.


이처럼 더현대서울은 기존 백화점의 이미지를 탈피하여 MZ세대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가 접근성을 높였다. 백화점이 가지는 무게감과 허들을 낮추고, 누구나 방문해 굳이 물건을 구매하지 않고 공간을 체험하는 것만으로 큰 만족감을 선사하는 더현대서울은 확실히 백화점의 새 지평을 여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초기에 형성된 이미지와 호감도를 지속해서 이어 나갈 수 있을지는 다른 문제다. 앞으로 더현대서울이 ‘입점 효과’를 넘어 계속해서 MZ세대와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해보자.


작성자_이수현(provemyworth@naver.com)


스페이스 브랜딩의 대명사 현대카드, 코시국에 현대카드의 '공간'들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바야흐로 디지털의 시대, 코로나로 가속화된 디지털의 부상은 오프라인 공간의 쇠퇴를 가져왔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이동의 제한은 오프라인 공간이 주는 특별한 경험보다 가까운 거리 안에서 줄 수 있는 편리함에 더 가치를 두게 했다. 급속하게 달라진 사회 변화에 맞춰 오프라인 전략을 고수하던 기업들 역시 하나 둘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 트렌드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오프라인을 중시하는 기업이 있었으니, 바로 ‘현대’다. 그중에서도 ‘현대백화점’과 ‘현대카드’는 스페이스 브랜딩 전략이 가장 두드러지는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앞선 칼럼 (<'부담 없이 가는 백화점'으로 공간 양극화를 깨부순 더현대서울의 MZ세대 공략법은?> 참고)에서 자세히 알아볼 수 있으니, 현대카드에 대하여 우선적으로 다루어보고자 한다.


과거 신용카드사는 고관여 산업의 특성상, 카드가 주는 혜택이나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어 카드사의 가치를 전달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현대카드는 달랐다. 현대적인 디자인과 카피를 바탕으로 차별적인 아이덴티티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갔다. 카드의 혜택보다는 현대카드를 쓰는 소비자의 상징적인 이미지를 어필했다. 그들의 차별화 전략은 소비자들에게 통했고, ‘현대카드의 브랜드 DNA’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확실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한 현대카드의 브랜드 DNA를 그대로 구현한 것이 바로 현대카드의 ‘라이브러리’다. 다양한 컨셉에 맞춘 공간에서 책을 통해 현대카드의 철학과 정체성을 체험할 수 있도록 구현한 것이다. 현대카드는 디자인을 시작으로 여행, 음악, 요리까지 현재 총 4개의 라이브러리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라이브러리는 아니지만 체험형 바이닐 샵 ’VINYL&PLASTIC’과 전시공간 ‘storage’를 포함하면 총 6개의 오프라인 공간을 보유하고 있다.


물론 현대카드의 공간들 역시 코로나의 타격에서 온전히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게, 4색의 공간을 활용한 온라인 콘텐츠로 여전히 ‘라이브러리’를 알리고 있다. 이번 3월, 현대카드는 온라인으로 라이브러리를 탐방할 수 있는 ‘북 스포일러’ 콘텐츠를 현대카드 DIVE에서 공개했다. 4개의 라이브러리 테마에 맞게 디자인, 여행, 음악, 요리 네 분야의 전문가가 해당 공간에서 강연을 진행하기도 한다. 영상 속에서는 라이브러리를 둘러보며 책을 설명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현대카드 라이브러리가 소장한 ‘전권 보유 컬렉션’을 포함한 도서들을 추천한다.


한편, 코로나로 인해 서비스 중단을 결정한 공간도 존재한다. 올해 3월 말, 현대카드 부회장의 벤처공간으로 유명했던 ‘현대카드 스튜디오 블랙’은 4년 만에 문을 닫았다. 코로나로 인해 계획해 두었던 프로그램을 가동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자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한 것이다.   스튜디오블랙은 회원제로 운영되어 임대 수익의 목적이 아닌 오로지 벤처 지원으로 활용된 공간이었다. 정 부회장 역시 ‘스튜디오블랙은 공유사무실이 아니라 스타트업, 크리에이터, 디지털 회사 등의 생태계 형성을 목표로 하는 공간’이라는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었다. 스타트업 발굴에 앞장섰던 스튜디오블랙은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과 연계할 아이디어가 있는 스타트업을 발굴해 공간을 지원하고 해외진출 컨설팅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렇듯 수많은 스타트업들에게 좋은 기회를 부여했던 공간이기에, 이러한 소식은 많은 스타트업 CEO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었다.


최근 현대카드의 정 부회장은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는 오디오 플랫폼 ‘클럽하우스’의 호스트를 자청해 ‘현대카드가 계속 공간을 만드는 이유’에 대해서 약 2시간 동안 이야기했다고 한다. 이렇듯 코로나로 인해 디지털 중심으로 돌아가는 트렌드에도 현대는 ‘오프라인 전략’에 대한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물론, 코로나의 여파에 현대카드의 공간들이 건재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나름 잘 버텨내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백신 보급으로 경기 불황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는 하반기, 현대카드가 또 다른 획기적 공간을 만들어 우리를 놀라게 할지 기대해본다.


작성자_하수빈(sb03220@hanmail.net)




<참조>

유지연, 온라인서 쇼핑 다 하는데…오프라인 매장 공들이는 브랜드, 왜, 중앙일보, 2021.02.18. https://news.joins.com/article/23994552

최용환, Shop Visits : 누데이크 서울, HYPEBEAST, 2021.02.25. https://hypebeast.kr/2021/2/nudake-seoul-flagship-store-dosan-haus-dosan-gentle-monster-tamburins-dessert-shop-visits

이정민, [현장] 선글라스 브랜드가 로봇을 만든다?...미래형 리테일 공간의 진화, 이코노믹리뷰, 2021.03.17.

https://www.econovill.com/news/articleView.html?idxno=523647 

이소아, ‘세계 3위’ 한국인의 커피사랑, 중앙일보, 2021.03.31. https://news.joins.com/article/24024269 

육성연, ‘봄맞이 여행’ 대신 ‘카페투어’ 떠난다, 리얼푸드, 2021.04.21. http://realfoods.co.kr/view.php?ud=20210401001123


유현준, [유현준의 도시 이야기] VIP는 명품 코너, 나머지는 온라인… 코로나 ‘공간 양극화’, 조선일보, 2021.01.29. https://www.chosun.com/opinion/specialist_column/2021/01/29/LIRLF4VR65EYVAG7CUDQV7LTOI/ 

백주원, ‘더현대 서울’ 대박에···너도나도 변신 나선 백화점, 서울경제, 2021.03.23. https://www.sedaily.com/NewsView/22JX3ZQSB7

이승연, 애플 여의도부터 더현대 서울까지…지금 가장 핫한 여의도, 매경이코노미, 2021.03.25. https://news.mk.co.kr/v2/economy/view.php?year=2021&no=285609 


김현진, 신용카드 회사가 문 연 '라이브러리', 브랜드 스페이스를 기업의 헤리티지로, DBR, 2017.09, https://dbr.donga.com/article/view/1202/article_no/8269/ac/magazine 

안선혜, ‘클하 등판’ 정태영 부회장…현대카드 디자인 토론장으로, THEPR, 2021.02.16, http://www.the-pr.co.kr/news/articleView.html?idxno=46436

송화연, [단독]정태영의 벤처공간 '현대카드 스튜디오블랙' 4년 만에 문 닫는다, 뉴스1, 2021.02.17, https://www.news1.kr/articles/?4214974

전규식, 현대카드, 온라인 도서관 탐방 ‘북 스포일러’ 공개, 라이센스뉴스, 2021.03.03, ,https://www.lc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8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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