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의 삶에서 완전히 벗어나고 있음을 느끼면서
프리랜서를 시작했을 때 가장 먼저 했던 일이, 바로 커리어 관련 사이트의 프로필을 바꾸는 것이었다. 하다 보니 오랫동안 업무를 같이 하게 되는 프로젝트가 생겼고, 아예 프리랜서가 아닌 파트타임을 제안받아 일하게 되었다. 물론 원래 하던 프리랜서 일들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무조건 프리랜서만을 하겠다는 입장도 아니었고, 정규직으로 다른 일을 하지 못하게 묶이는 것만 아니라면 소속이 있냐 없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실제로 예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사내스타트업 프로젝트를 했을 때, 정규직이든 계약직이든 소속이 되어 있어야 한다고 해서 1년 단위로 계약을 하기도 했다.
어쨌든 지금도 건강보험상의 소속이 생겼고, 자잘한 프로젝트들이 다 정리되었다. 동시에 큰 프로젝트 몇 개를 장기적으로 할 기회가 생겨 N잡에 가깝게 일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예전부터 연락이 오던 서치펌들에서는 더이상 연락이 오지 않게 되었다.
풀타임 정규직을 더이상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후 4년이 지났는데, 연도별로 서치펌에서 연락이 오는 특징은 아래와 같았다.
바로 이직 가능하다, 그래도 풀타임 정규직이 낫지 않을까?라는 설득 메시지가 대부분이다. 퇴사 먼저 하고 이직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하듯이 연락이 온다.
확실히 1년차보다는 연락이 뜸해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연락이 많이 온다. 이 정도로 밖에서 경험을 쌓았으면 이직에 좋은 포트폴리오가 될 것이라는 설득이 대부분이다.
서치펌에서는 거의 연락이 없는 단계다. 메일 대량 발송 전략을 구사하는, 사람들이 그닥 좋아하지 않는 방식으로 영업하는 서치펌이나 개인 헤드헌터의 메일만 간간히 오는 정도다.
이제는 어떤 곳에서도 연락이 없다. 풀타임 직장인으로서의 내 가치는 거의 없거나, 있어도 매우 낮아졌다고 생각한다. 서운한 건 전혀 없고, 홀가분함을 느낀다.
앞으로는 내게 이직 의사를 물어보는 서치펌은 아예 없을 것이다. 그런데 다른 걸 물어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풀타임 정규직을 하지 않고, 4년 이상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굼뱅이가 구르는 재주'까지는 인정받는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어차피 회사를 정년까지 다니지 못할 거, 저 사람이 바로 앞에서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고 생각해 뭐가 어려운지 물어본다. 또다른 사람들은 프리랜서나 1인기업, 사업을 꿈꾸면서 조금이라도 얻어갈 게 있는지 이것저것 물어본다.
살면서 주류가 아닌 것들이 이렇게 주목받는 시대는 없었던 것 같다. 의식주와 라이프스타일, 커리어까지 말이다. 주류는 여전히 주류지만, 비주류라도 최소한의 자리가 생겼다고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