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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 마디의 중요성

제대로 된 사과는 화를 잠재운다

추석 연휴에 교통사고를 당했다. 앞차들이 멈춰서 속도를 줄였는데, 뒤에서 배달 오토바이가 들이받고 말았다. 뒷좌석에 아내와 아이가 타고 있어 이거 큰일이다 싶었지만 다행히 아이는 이상이 없었고, 나와 아내도 살짝 삐끗한 정도였다.


차도 뒷 범퍼만 갈고 끝낼 수준이었다.


일단 밖으로 나와서 오토바이를 봤는데 운전자는 팔에 골절을 당한 게 확실했고, 더군다나 오토바이 밑에 깔려서 일어나지도 못해 일단 오토바이를 들어 이동시켜 줬다. (그래도 사진 먼저 찍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는데, 막상 상황이 다치니까 그런 생각은 하지 못했다.)


사고가 나니 마음 한편으로 왜 하필이면 골치아프게 배달 오토바이와 사고가 났나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오토바이 운전자는 내가 가졌던 편견과는 다르게, 뒷좌석의 아내와 아이에게 거듭 사과를 하고 나서 구급차를 타고 떠났다.


아이가 어려 합의 후에도 좀 더 지켜보기로 하고 아내와 내 치료, 그리고 차량이 손상된 부분은 비용처리를 했으며, 합의는 소액으로 빨리 끝냈다. 치료도 간단하게 통원으로만 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말 한마디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오토바이 운전자가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나왔다면, 아마도 난 큰 한방병원에 드러누웠을 것이다. 하지만 사고 후 바로 사과하고 이후에도 전화로 아내와 아이는 괜찮은지 물어보며 다시 사과까지 하는 모습에, 사고에 대한 원망보다는 이 사람도 참 운이 없었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사실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아기들은 소아과에서 교통사고 진료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연휴 기간에 병원은 가야겠고, 어쩔 수 없이 아기도 진료할 수 있는 한방병원을 가긴 했다. 하지만 이조차도 가해자에 미리 얘기를 해 이러이러한 사정으로 병원 갔는데 괜찮으니까 안아프면 안 가겠다고 얘기해 놓았었다. (이번에 갔던 병원은, 철면피 가해자를 만났을 때 가장 최적화된 병원이라 꼭 기억해 놓으려 한다.)


이번 일로 내가 잘못을 했을 때, 최소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상대방 운전자를 보며 다시 한 번 느꼈다.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 인정하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고, 그걸 하는 사람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손해를 보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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