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일은 그대로다.
갑자기 아이의 육아를 전담하게 되었다. 아이의 어린이집 등하원을 전담하게 된 것이다.
부모니까 당연히 한다는 생각 뿐이지만, 커리어를 이어가는 데 있어 한동안 곤란해진 것도 사실이다. 사무실 출근을 다시 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재택으로 다시 전환하는 것부터 시작해 촬영 일이나 정기적인 미팅 일정 등을 어떻게 조정할지에 대해서도 난감하긴 했다.
일단은 이렇게 조정했다.
디지털 사이니지 B2B 마케팅 업무(파트타임/출근): 여력이 될 때 잠깐씩 사무실에 들르고 재택 중심으로 전환하게 되었다. 촬영 업무는 주말과 야간 위주로 전환했다.
글로벌 이커머스 콘텐츠 마케팅(프리랜서/원격): 월 1회의 오프라인 미팅 일정을, 어린이집 등하원에 지장을 받지 않도록 조정했다.
프리미엄 식초 마케팅(프리랜서/원격): 월 1회 경상남도 함양에서 진행하던 오프라인 미팅 일정을, 육아대디의 삶이 안정화될 때까지 생략하기로 했다.
3D 촬영 외주(프리랜서/현장): 지금 가장 문제가 되는 업무로, 현장에서의 세팅 후 촬영을 하는 특성상 일정 조율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조율해 보고 안되면 나눠서 촬영하되, 기존에 받던 추가 촬영비를 받지 않는 방향으로 논의 중이다.
여기저기 싹싹 빌 생각으로 업무를 조율하려 했지만 다행히 원격 업무의 비중이 많았고, '육아 선배님'들이 너그러이 양해를 해 주셔서 어느정도 잘 조율이 된 것 같다. (그런데 예전에 대학생 때, 군대 가기 전 복학생 형들이 "그래 고생해라..." 하던 촉촉함이 육아 선배님들한테 느껴졌던 건 왜일까.)
혹시나 해서 아이가 생기고 처음으로 엄마에게, 혹시 정말로 안될 상황이면 아이를 잠깐 봐줄 수 있냐고 물어보게 되었다. 4년 전 아빠가 갑작스러운 하반신 마비 증상이 온 다음부터, 엄마는 지금까지 계속 간병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이런 말을 꺼내기가 너무 싫었다. 엄마는 너희가 오죽 힘들면 나한테까지 부탁을 하겠냐며, 정 어려울 때는 얘기 하라고 했다. 하지만 어지간하면 맡길 생각은 없다.
그리고 이왕 이렇게 된 거, 누군가는 '삽질'과 '노가다'를 덜 한다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지속적인 기록이라도 남기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