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제너럴리스트로 살다

스페셜리스트를 부러워했었던, 애매했던 시간들을 지나

제너럴리스트라는 말을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참 고마움을 느낀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스페셜리스트가 부러웠다. 회사를 다닐 때는 채용 공고에서, 프리랜서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프로젝트 모집 공고에서 스페셜리스트를 원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퍼포먼스 마케터는 성과를 명확하게 내세울 수 있고, 브랜드 마케터는 대표적인 캠페인이 있다. 콘텐츠 마케터도 조회수나 팔로워라는 지표가 분명하다.


그러다 보니 이직을 하거나 프로젝트를 가지고 오려고 할 때, 다양한 경험을 공고나 프로젝트에서 요구하는 전문성으로 어떻게 바꿀 것인지가 항상 고민이었다. 그래서인지 거의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해야 하거나, 대대적으로 뭔가를 바꿔야 하는 일들을 많이 맡게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래서 정확히 무슨 일을 (잘) 하세요?"


라는 질문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 심지어 아내에게도, 친구에게도.


하지만 프리랜서 생활을 오래 하면서, 생각은 많이 바뀌었다.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거나 대대적으로 뭔가를 바꿔야 하는 일들을 점점 더 많이 제안받고, 기존에 하던 프로젝트의 확장이 필요할 때 나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경우 시장을 탐색하고, 고객을 연구하고, 전략을 세우고, 메시지를 만들고, 채널을 고르고, 콘텐츠를 만들고, 광고를 세팅하고, 데이터를 보고, 세일즈에까지 관여 협업하는 등 처음부터 끝까지 뭔가를 해봤던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특정 분야의 전문성이 부족해 보일 수는 있지만 변수나 리스크를 예상함과 동시에 대처할 수 있는 범위가 넓고, 다양한 카테고리와 내부 구성원 협업 경험도 많다는 건 큰 장점이 되었다.


그리고 기존에 진행하던 프로젝트에서 확장이나 급한 다른 일들이 필요할 때, 내 기회를 넓히는 '마법의 질문'을 받게 된다.


"혹시 이 업무도 가능하세요?"


예전에는 내가 이것저것 많이 건드려 보고 어느 정도의 경험치를 두루 쌓긴 했는데, 스페셜리스트만큼의 깊이가 없어 불리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클라이언트나 파트너 입장에서는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하던 사람이 다른 것도 잘 커버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서로 적응하는 시간도 없고, 히스토리나 맥락 파악도 금방 가능하며, 이에 따른 리스크 예상도 쉽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른바 '짜친' 일들도 많이 하고, 이게 마케터가 하는 일인가? 라는 질문이 될만한 일들도 많이 한다. 근데 이런 일들은 회사를 다닌다고 해서 안 하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1인 기업이나 스몰 브랜드에서 여러 협업 요청을 받으면서 제너럴리스트로서 새로운 기회를 보고 있다. 1인 기업과 스몰 브랜드와는, 나같은 사람 한 명과 협업함으로써 여러 파트너와 마케팅을 하는 것보다 커뮤니케이션 리소스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어필이 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쨌든 제너럴리스트로 일을 하면서, 내가 포착한 기회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1. 기업에서 제로베이스로 마케팅을 시작하거나, 마케팅 프로젝트를 확장할 때

2. 급하게 뭔가를 시작해야 할 때

3. 1인 기업이나 스몰 브랜드처럼 여러 영역을 다루면서 동시에 커뮤니케이션 리소스를 최대한 줄여야 할 때


최근까지 1번과 2번의 일을 많이 했다면, 지금은 3번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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