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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바키아의 지붕 ‘롬니츠키 슈티트’

by 양문규

하이 타트라 산맥은 슬로바키아의 지붕이라 부를 뿐 아니라, 슬로바키아에서 루마니아까지 이어지는 카르파티아 산맥 가운데서도 가장 높은 곳이다. 2,500m 이상의 봉우리가 약 30개나 되는 하이 타트라 산맥은 1948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이 산맥 북쪽으로 폴란드가 국경을 맞대고 있는데, 폴란드 쪽 타트라는 1954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하니, 양 국가의 국립공원이 서로 국경을 넘나들며 이어져 있는 셈이다.


우리가 오른 곳은 타트라 산맥 중 두 번째로 높은 2,634m의 롬니츠키 슈티트(Lomnický štít)다. 백두산보다는 낮다. ‘슈티트’는 ‘방패’라는 뜻도 있던데, 정상은 아주 비좁아 피라미드 모양을 하고 있다. 체코의 지인들로부터 더러 이곳을 등반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험악한 바위산이라 고생을 꽤 했다는 얘기도 아울러 들었다.


20141018_102906.jpg 롬니츠키 슈티트 안내판


우리는 케이블카를 이용해 정상까지 갔다. 해발 800m의 스키 마을이 있는 케이블카 역에서 출발해 정상까지 가려면 케이블카를 세 번 갈아탄다, 어떤 때는 4인승, 어떤 때는 15인승 케이블카로, 마지막 정상에서는 외줄에 매달린 빨간색 케이블카를 타고 아주 가파른 기울기로 십분 간을 오른다. 순전히 케이블카만을 타고 백두산 되는 높이를 올라가는 셈이다. 10월 초순이었음에도 산 정상에 내리니 눈보라가 매섭게 쳐 산 주위의 전망을 감상하고 자시고 할 수가 없었다. 때문에 제대로 된 사진 한 장 못 남겼다.


20141018_121854.jpg 두 번째 케이블카를 타는 곳에 있는 산정 호수


이 마지막 정상 쪽 케이블카는 1950년대 설치됐지만, 이곳의 최초 케이블카는 이미 1940년에 건립돼 당시로서는 매우 모던한 관광거리였다고 한다. 그러나 19세기 말 산악열차가 착공되고 각종의 케이블카와 푸니쿨라 등이 있는 스위스 융프라우, 가까이로는 일본 하코네의 등산열차 등이 오래전부터 있어왔던 것을 감안하면 이 타트라 산의 케이블카가 그렇게 새로울 건 없었다. 더욱이 알프스 융프라우 등에서 여러 진경을 본 사람들은 타트라의 풍경에 크게 놀라울 것도 없으리라.


20141018_134339.jpg 케이블카 중간 기착지
20141018_155322.jpg 케이블카서 내려본 타트라의 가을 계곡


우리나라에도 내가 가본 것은 아니지만, 이미 1930년대 후반 인클라인(강삭철도, 일본인들은 ‘잉크 라인’이라 부른다.)이 생겨 관광객들이 이를 이용해 유람을 한 기록들이 나온다. 1920년대 후반 세계 대공황과 함께 일본의 독점자본은 식민지 조선으로 눈길을 돌린다. 북한은 과거 ‘동방의 엘도라도’라고 불릴 만큼 풍부한 광물을 매장하고 있었기에, 일본의 노구치 재벌 등은 북쪽에 자본 투자를 하고 공장을 가동코자 개마고원 부근에 장진강, 부전강 수력발전소를 완공한다.


발전소의 건설과 함께 동양에서 제일 너른 인조호인 장진호가 생기는데 이곳을 연결하는 총연장 7km의 인클라인 철도도 만들어진다. 당시 이 철도는 동양에서 제일이었다 하는데, 급경사가 30도이고 직고는 700미터라니 대단한 구경거리였을 것 같다. 지금은 그것이 어떻게 운영이 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실상이 어떤지 알 수가 없다.


단지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이 장진호와 개마고원 일대에 매복했던 중공군에 의해 무려 7,294명의 사상사를 내며 ‘진주만 피습 이래 미군 역사상 최악의 패전’을 겪는 일이 있었다. 이런 장황한 이야기를 꺼내는 건, 내가 일본의 하코네도 가고, 알프스와 타트라도 가보고 그곳서 케이블카, 인클라인, 산악열차 별별 것을 타며 많은 절경들을 보았지만, 막상 우리나라의 지붕이라 부르는 개마고원은 가보지도 못하고 그곳의 인클라인 철도를 이용해보지도 못한 아쉬움에서다.


산행을 즐기는 문재인 대통령의 꿈이 개마고원을 종주하는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던 적이 있다. 나도 세계 여러 나라를 곧 많이 돌아다녔고, 북한의 금강산도 엉터리로나마 다녀오긴 했어도, 평양 을밀대를 올라 대동강 풍광도 굽어보고, 묘향산도 가보고, 이윽고는 개마고원을 가로지르는 하이킹을 해보는 것이 가장 큰 소망인데, 과연 내 살아생전에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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