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조폭’

by 양문규

지역에 있는 대학에 선생으로 간 지 얼마 안 돼서니까 벌써 삼십 년도 다 돼가는 일인 것 같다. 지역에 가보니 고향과는 멀리 떨어진 곳이지만 고등학교 동창들도 있었고 그러다 보니 모여서 동문회도 갖곤 했다. 언젠가는 나보다 2년 후배인 검사가 그 지역의 검찰지청에 발령을 받아왔다. 이 친구를 환영할 겸 평소와 마찬가지로 동문회를 가졌는데 짐작을 못 했던 바는 아니나, 나한테는 그렇게 스스럼없이 대하던 선배들이 나보다도 두 살 아래인 그 후배는 꽤 어려워하고 조심스러워했다. 깍듯이 존댓말까지 쓰는 선배도 있어, 검사가 대단하긴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 검사는 내가 대학에 재직하고 있다니까, 대뜸 우리 학교 총장을 만나봤다는 얘기를 했다. 당시 검찰지청 앞에서 우리 학교 학생들이 화염병 시위를 벌이다가 잡혀 갔는데, 총장이 학생들의 석방을 탄원하는 진정서를 가지고 방문했었나 보다. 그 검사는 학생들의 화염병 시위, 그것도 검찰청 앞에서 시위를 벌인 것에 분개해하며 검사라는 직책을 걸고 시위자들의 전원 구속을 불사하는 등 엄중한 대처를 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진정서를 낸 총장을 비롯한 대학 선생들의 처신에는 개탄을 금치 못하며 나 보고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기까지 했다. 내심 뜨끔해하면서 “선생 입장에서야 학생들의 선처를 부탁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식으로 얼버무렸던 것 같다. 이에 검사 후배는 더욱 개탄해하며 “선처할 일이 따로 있지 공권력을 위협하고 대다수 선량한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는 화염병 폭력을 어떻게 변호할 수 있겠냐”는 힐책이 뒤따랐고 참석했던 동문들도 모두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는 “법이 기존의 사회체제와 질서를 유지하려는 속성을 지닌다면, 나 같이 문학을 하는 이는 그 바깥을 상상하고 사유하는 어쩌고 저쩌고”라고 얘기를 했던 것은 아니고, 속으로 혼자서 뇌까렸을 뿐이다. 그런데 그와 만난 시기 즈음 검찰과 관련된 몇 가지 충격적인 사건들이 터져 나왔다. 공교롭게도 내 고향인 인천 지역에서 일어난 사건인데 이름도 희한하게 ‘꼴망파’니 ‘토지회관파’니 하는 폭력 조직이 검찰과 유착관계에 놓여 있어 검찰이 그들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여러모로 뒤를 봐줬다는 것이다. 사건의 전말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그 폭력조직은 당시 여당 대통령 후보의 인천지역 선거 유세 당시 경호 책임까지 맡기도 했었다.


이에 검찰 수뇌부는 수사 내용을 밝히면서 적극 해명했으나 시민들의 의구심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당시 나는 이러한 일들을 소재로 지역 신문에 칼럼으로 썼더니 어떤 선생이 나보고 참 순진하다는 얘기를 해줬다. 검사들이 지역에 가서 수사를 효율적으로 해나가고 성과를 올리려면 그 지역의 폭력조직과 연계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는 필요악이라며 마치 자기가 ‘정치 도사’가 다 된 듯이 검찰을 두둔해줬다. 그냥 그 선생 이야기가 그런가 보다 싶어 들었으나 지금도 그 일을 생각하면 답답하다.


검찰청 앞에서 화염병 시위를 한 학생들의 폭력에 대해서 비분강개하는 검찰이, 화염병 든 학생 못지않은 위협적이고 험악한 폭력조직과, 이들의 뒷배를 봐주고 있는 정치권력과 유착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괘씸하며, 우리 학교 학생들이 검사에게 그렇게까지 욕을 먹은 것이 억울하기조차 했다. 검찰은 과연 이들 조폭들에게도 화염병 든 학생들에게 했듯이 동일하게 단호하고 준엄한 자세를 취했을까? 이를 생각하면 나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일도 아님에도 뭔가 억울하고 답답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 이후로 30년 오랜 세월이 흘러 민주화되었다고 하는 이 시절에도, 아주 소수의 여성 검사 몇이 검찰 수뇌부를 향해 검찰 권력이 공정하게 사용되고 있느냐의 문제들을 심각하게 제기하고 있는 것을 보노라면, 그때 억울하고 답답했던 마음이 다시 솟아나 숨이 탁 막힐 것 같다. 최근 검찰총장이 국정감사장에 나와서 모든 수사를 좌고우면 하지 않고 법과 질서에 따라 엄정하게 해나가겠다고 했다. 그 ‘법과 질서에 따라서’라는 말은 꼴망파 사건이 터졌을 때도 똑같이 했던 말이라 지겨울 뿐만 아니라 허망하기까지 하다. ‘법과 질서에 따라서’가 아니라 ‘검찰의 이해관계에 따라서’라는 말이 훨씬 정확할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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