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한
엄마한테 말한 적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안 했던 것 같다. 들으시면 깜짝 놀라시려나.
친구가 지나간다.
"야, 어디 가냐?"
"나, 아빠랑 삼촌이랑 사냥하러 간다."
"사냥? 뭐 잡는데?"
"일단 고양이들 잡고, 시간이 되면 새도 잡는데. 같이 갈래?"
"그래도 돼?"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친구 쪽으로 옮긴다.
"아저씨 안녕하세요.’, ‘오냐, 너도 같이 좀 거들래?"
친구 아버지랑 삼촌의 어깨에는 기다란 소총이 들려있다. 아파트 뒤쪽, 산비탈과 맞닿은 부분에는 여기저기서 굴러들어 온 쓰레기와 쓰러진 나무들이 뒤엉켜서 매우 더러웠다. 냄새도 나고 위험하기도 해서 사람들이 잘 드나들지 않았다. 그 틈을 타 고양이들이 점령했다. 새끼 고양이라고 반가워하다가도 며칠 지나면 훌쩍 커서 제 새끼들을 끌고 다녔다. 단지 여기저기를 파헤쳐서 더럽히기도 했고 시도 때도 없이 앙냥거리며 울어대서 골치 아픈 존재들이었다. 마침 시장 한약방에서 약으로 쓴다고 하여 아저씨들이 소탕 작전을 벌인 것이다. 나와 내 친구는 놈들을 담을 마대를 들고 명사수의 뒤를 따랐다.
인기척을 느낀 고양이들이 숨는다. 숨어 봤자다. 하도 많아서 숨어도 잘 보인다. ‘탕!’ 저만치 한 놈이 쓰러진다. 완전히 죽진 않는다. 아저씨들의 총은 새를 잡는 용도라 고양이를 단발에 죽일 만큼 위력이 세진 않다. 옆에 있던 아저씨가 막대기를 휘둘러 대가리를 친다. 늘어진 녀석을 나와 친구가 들어다 자루에 넣는다. 생각보다 무겁다.
지금 사회의 시각에선 참 끔찍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당시엔 여느 일상일 뿐이었다. 딱히 트라우마로 남은 것도 없다. 지금 와서 당시를 떠올리면 그렇게 죽어간 고양이가 조금 미안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고 고양이 녀석들 유해하니까 꼭 없앴어야 했다는 생각도 아니다. 그저 흘러가는 일상의 한 페이지요, 그 당시 그 동네의 한 생활일 뿐이다. 딱 한 가지 마음에 남은 것은 ‘그놈의 고양이들이 약이 되나?’는 의문 하나다.
고양이 소탕을 마치고 뒷산으로 새 사냥하러 간다. 내 눈에는 잘 보이지도 않는데 아저씨는 저기 앉아 있으니 조용히 하라고 한다. 뭣도 모르면서 입을 틀어막고 숨을 참는다. 총구가 가리키는 허공을 가만히 지켜본다. ‘탕!’ 소리와 함께 그 근방 어디에서 뭔가가 툭 떨어진다. 나와 친구가 잽싸게 달려가서 주워 온다. 주먹만 한 산까치 몇 마리랑 꿩 한 마리를 잡았다. 공터에 내려와서 친구 아버지는 불을 피우시고, 삼촌은 구석에서 새들을 다듬었다. 깃털로 뽀송하던 녀석들이 뽀얀 속살을 드러내며 다가왔다. 막대기에 꽂아서 훈제한다. 뽀얀 속살이 노릇노릇 익어간다. 고기에서 떨어진 기름이 장작을 만나 ‘치익~’ 소리를 낸다. 살아 있을 때는 커다랗던 녀석이 털이 뽑히고 구워지니 절반보다 작아졌다. 노릇하던 고기가 윤기 흐르는 갈색이 되었다. 아저씨들이 꺼내어 살을 뜯어 우리에게 건네주신다. 가져온 맛소금 살짝 찍어 먹는다. 맛있다. 몇 점 먹다 보니 금방 없어졌다. 간단히 요기만 할 정도였다.
다시 회상해도 신기하다. 내게도 이런 추억이 있었다니. 망상은 절대 아니다. 생생히 기억나는 과거의 한 모습이다. 다시 말하지만, 너무 걱정하거나 놀라지 마시라. 여느 일상의 단편이다. 이상 끝. 탕! 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