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베어링
따귀를 후려치는 검은 분진에도
철마는 꿈을 품고 지하를 달린다.
울부짖는 핏덩이를 먹여 살리려
감기는 눈을 치켜세우고
가늘어지는 밤을 버텨왔나 보다.
소음 뒤엉킨 청춘의 황홀함을
먼발치에 내비두고
바퀴는 삐그덕 고개를 숙일지언정
다마만은, 다만 너만은 살리리다.
기름때 묻은 손을 마주 잡고
다마는 구른다.
녹슨 황혼의 철길을 따라
철마는 달린다.
[óbiter díctum]
인생은 참 아리송하다. 그 옛날 기차 바퀴에서 볼베어링을 꺼내 부수고 쇠다마를 캐던 촌놈이, 지금은 볼베어링을 비롯한 여러 기계요소를 공부하고 또 가르친다. 어린 시절 작은 고리, 큰 고리, 쇠다마, 사슬체인이라고 불렀던 것을 내륜, 외륜, 볼 전동체, 유지기라 다시 익혔다. 요소설계를 공부하다 어린 시절이 생각날게 뭐람. 의식의 흐름은 쥐도 새도 모르게 책과 공부에서 멀어져 옛 추억에 잠겼다가 그 시절을 그려보는 시 한 편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