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인 물속과 달리 공기라는 외적과 맞닿은 물의 표면은 매우 불안하다. 애써 옆에 있는 전우들과의 스크럼을 견고히 하다 보니 볼록해진다. 인간의 관계도 그러하다. 서로 다른 자기만의 에고를 가진 사람들과의 관계란 견고하기 쉽지 않다. 안정적인 관계 깊숙이 함께할 때는 견고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조금만 밖으로 밀려나 거친 사회의 공기를 맛보게 되면 관계의 사슬이 불안에 출렁인다. 적절한 수위 조절이 가능하다면야 상당히 안정될 수 있으나, 세상살이는 늘 바라는 대로 되지 않는다. 정신 놓고 생각 없이 살다 보면 어느새 긴장감 넘치는 스크럼 사이에 끼어 있다. 약간의 자극에도 쉬이 출렁이다 이내 넘쳐흐른다. 맞잡은 손을 더 두텁게 하려면 우선 나부터 비워야 한다. 잡은 손 놓지 않고 나를 비우다 보면 서로가 비우게 되고 수위는 낮아져서 평안에 이르곤 하더라. 강철 구슬이 날라와도 견고한 우리를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