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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장력

Surface Tension

by 무누라

물이 가득 찬 컵의 수면,

표면 장력에 의해 겨우 유지되고 있는 것 같은

긴장된 관계의 수면 위에

작은 구슬 하나가 날아간다.


장면은 그 시점에서 정지.

찰나의 순간에 수 만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저 구슬이 떨어지면 물이 넘치는 것은 당연지사요,

바닥에 깔아놓은 냅킨도 젖을 테고,

아마도 컵은 넘어질 것이다.

튀는 물이 사방팔방 흩어지면서 여기저기를 더럽히겠지.


영원히 정지, 혹은

신기한 마력이 작용하여 구슬의 목표 지점이 바뀌길

간절히 바라는 내 마음과는 달리

정확히 내가 예상한 최악의 곳으로 떨어졌다.


현상유지도 어려울 판에 이런 날벼락이...

안 맞는 사람끼리는 뭔가가 있는 것일까?

정말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무언가'가 조종하는 거 아닐까?


평소 이래저래 귀찮아하던 탓에 물건을 자주 던지던 습관이,

주위 사람 상관 안 하고 내 편한 데로 하려는 고집이,

가득 찬 수면의 흔들림 없는 조용한 긴장을 평화라고 착각하는 무지가,

결국 방심하는 순간에 결국 터진 것이겠지.


가득 찬 물을 조금씩 비워내려던 용기도

어느새 사라져 버렸네

어찌 될는지 눈에 선하다.





[óbiter díctum]

안정적인 물속과 달리 공기라는 외적과 맞닿은 물의 표면은 매우 불안하다. 애써 옆에 있는 전우들과의 스크럼을 견고히 하다 보니 볼록해진다. 인간의 관계도 그러하다. 서로 다른 자기만의 에고를 가진 사람들과의 관계란 견고하기 쉽지 않다. 안정적인 관계 깊숙이 함께할 때는 견고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조금만 밖으로 밀려나 거친 사회의 공기를 맛보게 되면 관계의 사슬이 불안에 출렁인다. 적절한 수위 조절이 가능하다면야 상당히 안정될 수 있으나, 세상살이는 늘 바라는 대로 되지 않는다. 정신 놓고 생각 없이 살다 보면 어느새 긴장감 넘치는 스크럼 사이에 끼어 있다. 약간의 자극에도 쉬이 출렁이다 이내 넘쳐흐른다. 맞잡은 손을 더 두텁게 하려면 우선 나부터 비워야 한다. 잡은 손 놓지 않고 나를 비우다 보면 서로가 비우게 되고 수위는 낮아져서 평안에 이르곤 하더라. 강철 구슬이 날라와도 견고한 우리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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