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을 싫어한다는 사람은 아직까지 주변에서 보지 못했다. 나는 특히나 김밥을 아주 좋아한다. 주말에도 가끔씩 집에서 음식을 요리해서 먹기가 귀찮으면 동네 김밥집에 가서 돈가스 김밥과 야채 김밥을 포장해서 가져와 가족들과 같이 먹곤 했다.
회사 구내식당에서도 아침 메뉴로 가장 많이 들고 왔던 음식이 바로 김밥이었다. 하루 세 끼 김밥으로 먹어도 질리지 않을 만큼 나의 김밥에 대한 애정은 아주 각별했다.
항암치료 시작한 이후로는 동네 김밥 집에서 김밥을 사 먹어 본 적이 없다. 그 안에 들어가는 재료들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서인 듯싶다. 병원에서는 술, 튀김, 직화구이 고기 외에는 따로 가려먹을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암 치료 관련 서적들과 각종 유튜브 등을 통해 가공식품은 철저히 배제하기로 결심했다.
김밥 안에 들어가는 햄 종류 또한 가공식품이므로 자연스레 동네 김밥 집의 김밥을 피하게 되었다. 그런데 설 연휴 기간 동안 나는 다시 김밥을 먹게 되었다.
내가 항암치료 시작한 이후 와이프가 그동안 숨겨왔던 요리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중이다. 주말에도 늦잠도 자야 할 텐데 매일 아침마다 약을 복용해야 하다 보니 나를 위해 빠짐없이 아침식사를 챙겨주느라 고생하고 있다.
와이프가 내가 김밥을 좋아하는 것을 감안하여 늘 먹는 식단에 변화를 꾀하였다. 항암치료하면서 늘 챙겨 먹는 다양한 야채, 단백질이 포함된 음식과 현미밥을 같이 포함한 김밥을 만들어주었다.
김밥을 한동안 먹지 못한 아쉬움을 충분히 떨쳐낼 만한 최고의 맛이었다. 설날을 맞아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와이프의 특별식이 설 연휴를 더 행복하게 만들어줬다.
이렇게 정성이 담긴 건강식들을 열심히 먹다 보면 내 몸속의 암세포도 감동받고 다시 원래 정상 세포 자리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