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15일, 새로운 희망을 위한 시동을 걸다.
항암치료를 시작하고 나서 첫 CT 검사 및 뼈 검사 결과를 확인하러 병원으로 향했다. 항암제 복용 시작한 지 아직 두 달도 안되었으니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고 마음을 비워야지 했지만, 내심 결과는 궁금했다.
우선 폐암 진단받았던 당시에 심하게 나던 기침이 전혀 나오지 않았고, 가래도 이전에 비해 농도가 많이 옅어졌다. 하지만 항암 치료 시작한 지 고작 2개월도 채 안된 상황에서 괜히 큰 기대를 걸었다가 실망할 수도 있으니 마음을 담담하게, 평정심을 유지하려 했다.
술 담배 끊은 지 69일, 식단을 개선한 지 52일, 항암제를 복용한 지 44일째 되던 날에 흉부 CT 검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뼈 검사도 함께 진행했다. 뼈 검사는 처음 진행했다.
와이프와 부모님이 이제 항암치료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으니 결과가 혹시 잘 안 나오더라도 너무 낙담하지 말라고 격려했다. 그저 내 몸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지켜볼 생각으로 병원에 가는 내내 최대한 무심하게 담담하게 마음을 가지려 노력했다.
병원에 도착해서 진료받기 전에 늘 진행하는 흉부 X-ray검사와 채혈을 진행했다. 채혈을 하려고 기다리는 사이에 와이프가 회사에서 오후 반차를 쓰고 병원에 도착했다. 채혈을 마치고 원무과에 접수하려 가려는데 와이프가 뼈 검사와 흉부 CT 검사 결과 미리 받아볼 수 있으니 의무기록 사본을 신청하자고 한다.
순간적으로 망설임이 밀려왔다. 혹시라도 기대만큼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두려움 탓인지 선뜻 내키지 않았다. 그런데 와이프가 계속 설득한다.
"어차피 진료 들어가면 정신없이 의사 선생님 얘기만 듣다가 제대로 질문도 못하고 나올 텐데 미리 검사 결과 보고 들어가는 게 훨씬 낫지."
모든 일에 있어서 와이프의 말을 듣는 것이 현명하다는 호환마마가 무서운 시절부터 전해 내려오는 불문율이 나의 망설임을 제압했다. 의무기록 사본은 내가 망설이던 시간보다 더 빠르게 순식간에 나왔고 결과들을 살펴보았다.
우선 뼈에 전이된 종양은 큰 변동사항이 없었다. 그런데 폐에서 비롯된 원발 암세포 종양의 크기가 매우 감소하여 thin walled cavitary lesion으로 보인다는 소견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림프와 신장 쪽에 전이된 종양들도 이전에 비해 크기가 감소되었다는 소견이 나왔다.
예상보다 좋은 결과가 나왔다. 비로소 팩트를 보고 항암제의 효과도 실감할 수 있었다. 항암제 복용과 더불어 대사 치료 관련 책들과 유튜브 영상들을 통해 얻은 정보들을 실천한 것도 많은 기여를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뼈 전이 관련해서는 암 진단받기 전에도 평소에 결림을 자주 느끼던 부위들도 있어서 근육통이 혹시 암세포 전이로 오인될 수 있는지 진료 때 물어보려고 했다. (그런데 막상 진료시간이 되니 결과 차트 보고 의사 선생님 설명 듣다 보니 질문하는 것을 놓쳤다.)
예약된 진료시간이 왔고 의사 선생님께서 편안한 미소로 요즘 몸 상태가 어떠한지 물으셨다. 특별히 통증 느끼는 곳도 없고 몸 상태도 좋다고 말씀드렸다. 의사 선생님께서 처음 병원에 입원해서 촬영했던 CT 영상과 이번에 촬영한 CT 영상을 함께 보여주면서 비교 설명을 해주셨다.
소견서에 적힌 대로 폐에 동그랗게 보이던 원발 종양이 지금은 거의 흔적도 없이 사라졌음을 볼 수 있었다. 림프에 전이된 종양들도 이전에 비해 많이 줄어든 것도 함께 확인하였다. 의사 선생님께서 여행도 다니고 커피도 마시고 일상생활하던 대로 편안히 지내라고 말씀하셨다. 운동도 꾸준히 열심히 하라고 당부하셨다.
그러면서 "앞으로 나는 자주 보러 오지 않아도 되쇼. 3개월에 한 번씩 오쇼." 라고 친근하게 말씀하셨다. 다만 장기전이니 꾸준히 치료 잘 받아야 하는 부분도 일깨워 주셨다.
처음 암 진단을 받고, 약을 먹기 시작했을 때는 좀 막막했었다. 과연 이 약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대사 치료에 관한 영상과 책을 보면서도 위안은 되었지만 정말 효과가 있을지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이번 결과를 보면서 비로소 나의 암 치유 여정이 새로 시작된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실천해야 내 몸이 더 나아지는지 이제야 조금씩 느끼고 체감할 수 있게 되어서다. 항암치료 시작할 때 읽었던 책들을 통해 그리고 항암치료를 옆에서 간병한 친구의 조언을 통해 항암치료의 방향성을 암이 있는 부위에 집중하는 치료가 아닌 내 몸의 체질을 개선하는 리빌딩(Rebuilding)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 방향성은 현재까지 제대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주위에서 나를 위해 기도하고 응원하는 가족, 친척, 친구, 회사 동료, 지인 분들의 응원의 기운이 언제나 큰 힘이 되고 있다.
이제 치료가 막 시작된 듯한 느낌이다. 절대 방심해서도 자만해서도 안 되는 긴 여정이다.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극 중 장기 복역수인 엘리스(모건 프리먼)가 사면 인터뷰에서 승인을 받기 위해 매번 안간힘을 쓰지만 번번이 사면 승인을 받지 못한다. 그러다가 마음을 다 비우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인터뷰에 임했는데 마침내 바깥세상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권리를 얻게 된다.
나의 항암치료도 '쇼생크 탈출'의 엘리스처럼 억지로 안간힘을 쓰기보다는 내 몸을 하나하나 단계적으로 개선한다는 편안한 마음 가짐으로 임하다 보면 언젠가 내 몸속에 돌연변이 세포들도 다시 원래대로 복귀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꼭 이뤄야 할 꿈이 있기 때문에.. 절대 사라지지 않는 좋은 것을 찾아가기 위해 난 꼭 회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