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전 연재] 창살 속 미쳐버린 반달곰들

by mallang

* 이 내용은 곧 출간될 김진만 PD님의 환경 에세이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출간될 도서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지리산에 반달가슴곰들이 ‘다시’ 돌아왔다.


1985년 지리산에서 마지막으로 발견된 이후 반달가슴곰은 우리나라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러다가 2002년, 지리산 무인 카메라에 야생반달곰의 모습이 포착되면서 극소수가 살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지만, 20년 이내에 멸종할 거라는 예상이 나왔다.


2004년부터 반달가슴곰을 증식하고 복원하려는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이 시작되었고, 다행히도 현재에는 60여 마리가 지리산 권역에서 자연 상태로 산다. 환경부와 종복원기술원 그리고 시민 모두가 함께 노력한 결과다. 곰과 같은 대형 포유류가 복원된 예는 한국 말고는 거의 없다.


놀라운 사실은, 자연 상태에서 이처럼 희귀한 반달곰이 민가에서는 한순간도 멸종된 적 없이 살아왔다는 것이다. 지리산에 사는 수보다 훨씬 많은 약 400마리의 반달곰이 오늘도 농장 같은 곳에서 사육되고 있다. 철창에 갇힌 사육곰들은 향후 보상을 위해 죽지 않을 만큼만 음식물 쓰레기를 얻어먹으며 비참한 삶을 지속하고 있다.


<곰>을 촬영할 때, 사육곰들의 이 끔찍한 현실도 함께 전달하고자 했다. 지금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삶을 버티고 있는 곰이 있다는 것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힘들게 촬영 허락을 받고 십여 마리의 곰이 수용된 용인의 한 사육 시설을 방문했다. 입구부터 형언하기 어려운 악취가 코를 찔렀다. 곰들은 뜨거운 8월 햇살 아래서 거친 숨을 연신 몰아쉬며 하나의 철창에 서너 마리씩 갇혀 있었다. 식사 시간이 되었는지 곰 주인이 수레 가득히 크리스피크림도넛을 싣고 와서 퍼주기 시작했다. 유통기한이 지난 도넛을 얻어온다고 했다. 그 와중에 밥도 안 먹고 애처로운 이상행동을 하는 곰들도 있었다. 드넓은 숲의 왕으로 살아가야 하는 곰에게서 십여 년간 자유를 빼앗았기 때문에 생긴 문제일 것이다. 인간의 욕심 속에서 곰은 죽지도 못한 채 죽음보다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많이 늦은 감은 있지만,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사육곰을 돌볼 수 있는 생크추어리sanctuary(동물 보호구역) 조성이 시작되고 있다.

OECD 가입국으로 선진국에 당당히 진입했다는 대한민국에 아직 제대로 된 생크추어리 하나 없다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이제는 철창 안이 아닌 안전한 생크추어리에서 사육반달곰들이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고 국가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단군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최근, 다행스러운 소식이 들려왔다. 환경부가 전라남도 구례와 충청남도 서천에 곰 생크추어리 조성을 확정했다. 40년 만에 정부가 사육곰 보호에 의지를 드러냈다는 소식에 용인 사육 시설에서 만났던 철창 안 곰들이 떠올랐다. 부디 빠른 시일 내에 그들이 남은 생을 더 자유롭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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