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이면 남편과 헤어져야하는 가혹한 운명의 신혼부부... 주말부부를 청산할 수 있는 건 이 방법 밖에 없었다. 왕복 2시간 30분이 걸리더라도 출퇴근을 하는 것!
그런데, 우리집이랑 가장 가까운 학교가 전교생 열 다섯명의 시골 학교..?
그리하여 시작된 보보씨의 농촌 학교 생활기!
오늘부터 시골 학교 선생님입니다! :)
"보보쌤, 잘 지냈어요? 이번에 어디 학교로 발령났어요?"
동료 선생님이 살갑게 말을 걸어왔다. 오늘은 6년간 근무했던 J중학교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짐 정리를 잠시 멈추고 대답한다.
"아, U중학교요. 그나마 신혼집에서 출근할 수 있는 거리여서..."
새로운 발령지를 말할 때마다 왠지 모를 쑥스러움이 든다. 젊은 사람이 부러 한지로 간다는 인상을 줄까봐 뒤에 변명을 꼭 덧대게 된다.
"U중? 아~ A시 외곽 지역에 있는 학교구나? 거기는 전교생이 몇 명이에요?"
"열 다섯명이에요."
"아직도 그런 학교가 있어요?"
선생님은 전교생 숫자를 듣고 놀란 눈치다. 그렇지, 학급에 학생 수가 열 다섯명이어도 놀랄 텐데, 그게 전교생 수라니. 그런 학교가 아직도 폐교가 안 됐어? 라는 게 선생님의 질문의 진짜 의미가 아닐까?
주위에 있던 선생님들도 서서히 대화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열 다섯명이라니, 너무 부럽다! 거기서는 무슨 일 맡았어?"
아직 놀라기는 이릅니다. 새로 발령받은 학교에서 제 업무는요....
"학생부장? 아니, 열 다섯 있는 학교에 학폭이 있어? 세상에 완전 꿀이네, 꿀! 애들 싸우면 그냥 앉혀놓고 화해시키면 끝이잖아~"
"네, 뭐, 하하."
하하.
하하.
선생님,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정말요.
꿀이라니, 이게 꿀이면 나는 아마 벌일 것이다. 평생 꿀을 만들어 갖다 바쳐야 하는 꿀벌!
심지어 아직 개학도 전인 새학기 준비 기간이라고!
새로 배정 받은 자리에 앉아 수북하게 쌓여있는 문서들을 바라보았다. 아직은 2월. 이말은 즉슨 본게임은 시작도 전이라는 의미다.
전임자 선생님이 친절하게도 매달 해야 할 업무를 일목요연하게 표로 정리하여 인계해주셨다. 이렇게 깔끔하고 꼼꼼한 인수인계서를 받아본 적도 없지만 그보다는 매달 해야 할일이 산더미 같이 쌓여 있다는 점에, 그리고 3월에 그 일이 몰려 있다는 점에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보통 학교에서는 7명, 8명이 해야 할 일을 여기선 혼자 감당한다고 보면 돼요."
전임자 선생님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그래도, 애들은 적으니까..."
위안이라면 위안이라고 해야 할까? 그렇지. 일이 많은 대신 애들이 적고 그만큼 수업은 편하겠지..
"그런데, 수업이 편하다고 할 수는 없지 않아? 세 학년을 다 준비해야하고, 무엇보다 한 명 한 명 과외식으로 수업을 하니까, 아이들이 이해를 못하면 절대 다음 진도로 넘어갈 수가 없어. 그래서 수업 진도 나가기가 더 어려운 것 같아~"
옆자리에 있던 선생님이 모니터에 얼굴을 고정시킨 채 말했다. 아, 신이시여! 업무도 많고 수업도 어려우면 전 어디에 의지를 해야 합니까!
출퇴근 2시간 반, 8명의 업무 분량, 3개 학년 수업과 고사 준비.
과연 나, 이 학교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