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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오 Mar 16. 2019

안녕, 나의 첫 사람

첫사랑은 만나지 않아도 된다.

마음 아프게 사랑이란 것을 했던 건 고등학교 1학년이었다. 3월, 새로운 시작, 모두 내가 싫어하는 것들이다. 설렘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낯선 생활에 온 몸이 사라져 버렸으면 하는 생각이 가득한 날들의 연속.

그때쯤 나는 내 마음에 생채기를 잔뜩 낸 채 의미도 꿈도 없이 살고 있었던 때였다.

그때 그 아이를 만났다.

권투선수 특기생이었고 교실 맨 뒷좌석에 앉아 수업시간에는 늘 잠을 잤던 그리고 자리가 비어있던 날도 많았다.

적당한 키에 매끈한 몸, 쌍꺼풀이 없는 눈, 다정한 말투를 가진 그 아이는 새로운 학교 생활을 하던 그 해 봄부터 나의 시선을 끌었다. 지금까지 내가 보아온 남자아이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

소란스럽지 않았지만 활발했고 즐거워 보이지만 그 아이도 나만큼 마음에 상처가 많은 듯 웃음 끝에 쓸쓸함이 묻어났다. 세상을 얼마 살지도 않은 17살, 우리는 무엇에 상처를 입어 마음속에 흉터 가득 가지고 살았을까.

 나는 새로운 환경에 잔뜩 기가 죽어있었다. 그토록 집을 떠나오고 싶어서 떠났지만 막상 타인과 규칙에 얽힌 기숙사 생활은 숨 막히던 나의 집보다 더 힘겨웠다. 그래서 저절로 수업시간에도 점심시간에도 잠을 계속 잤고 의미 없는 하루를 꾸역꾸역 연결해 나갈 뿐 그냥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한 두 달이 흐르고 멍한 삶은 계속되어가다 그 아이와 가까워지게 되었다.

누구에게나 살가운 그 아이는 반 아이들 모두와 친하게 지냈고 특히나 여자 애들 모두 그 녀석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던 눈치였다. 나도 그랬다.

그 아이의 귀여운 모습과 왠지 모를 쓸쓸한 얼굴에 동정인지 연민인지 모를 감정이 뒤섞여 그 아이를 좋아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때의 나는 나와 그 아이를 모두 안쓰러워했는지도 모르겠다.

고등학교 내내 나는 그 아이를 많이도 좋아했지만 그 아이와 사귈 순 없었다. 우린 너무 달랐고 그리고 연애라는 것을 하기엔 서로가 소중한 존재였기 때문이랄까.

만약 우리사귀다 헤어지고 나면 나는 삶을 잃은  같은 절망감에   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스무 , 스물  살까지 그 아이를 나의 마음속에  숨겨두고 꺼내어 놓지 않았다.

그렇게  마음속에 묻혀 지내다   만에  아이와 연락이 닿았다. 나는  사이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았다.

지나간 세월만큼 변한 서로의 삶이 너무도 달라  이상은 같은 추억 속에도 존재할  없는 우리가 되어있었다.

 아이 이후, 그토록 마음 아프게 사람을 좋아해  적은 없었다.  마음을 다했던 시간. 내가 처음으로 나보다 더  많이 아꼈던 사람으로 기억 속에 남겨두어야 했다.



나는 괜히 너의 소식을 전해 들어 마음만 아팠다.


넌 여전히 쓸쓸하게 살고 있고 난 그런 너를 여전히 마음 아파하고 있어.

난 그때도 지금도 네가 행복하길 바라.

나의 첫 사람


나이는 성인이 되었지만 어른이라면 해야할 일을   없었던 껍데기만 어른인 스무  그리고 아빠의 장례식 .


말도 잇지 못하고 눈물이 앞을 가려 문자 메시지도 제대로 적어 내려가지 못했던 그날. 보고 싶다는 말에

한걸음에 네가 달려  줬던 그날은 나는 평생 잊지 못하고 있어. 네가 타고  마지막 버스를 기다리며 (  와중에도) 옷에 베인 화장터  냄새가 거슬려 옷깃을 만지작 거리기만 하고 이런 일이 처음인 너도 어떤 위로를 해야 할지 몰라 멍하니 앉아 있던 그날, 서툴렀지만 지금까지 내가 받은 가장 따뜻한 위로였어. 너는 그렇게 누군가에게 가장 따뜻하고 좋은 사람이었다는  기억하며 살아. 행복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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