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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오 Mar 13. 2019

바깥소리

비야 그만 와라.


아이 콧물 때문에 창문을 열어두고 누워 있다 보니 바깥 소리들이 집안으로 들어온다.

보슬보슬 비내리는 소리, 정각마다 울리는 교회 종소리, 가끔씩 들려오는 싸일렌소리 외에는 밤이 되면 숲속에 있는 것처럼 고요한 정적만이 채워지는 동네이다.

보통 8시가 되기 전에 아이를 재우는데

오늘은 하고 싶은 말이 많았던지 혼잣말을 옹알거리다 8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들리고서야 숨소리가 바뀐다.

아이가 잠들기 전까지 나는 꼼짝없이 자고 있는 척을 하느라 팔도 저리고 심심해 죽을 지경이었는데,

눈을 감고 바깥 소리를 듣고 있다보니 어느 여름밤 같아 기분이 묘하게 좋아지는 순간이었다.


어째서 여름 밤은 사람을 설레게 하는 것일까.


복작복작한 사람들의 소리 자동차 소리, 오래도록 밝혀진 거리의 불이 밤을 채우고 끝날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의 설레임이 채워져서일까. 어떤 이유이든 여름밤, 여름의 나라가 주고 있는 설레임과 행복은 분명 인간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 같다.

일주일 째 비가 계속 내리는 이 징글징글한 도시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여름밤 냄새 풍기는 드라마를 보는 것 뿐이었는데 이렇게 창문을 열고 눈을 감고 상상을 하니 오감이 즐거워지는 기분이다.

오늘 저녁에는 바르셀로나에 있던 그날 처럼 그렇게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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